중동발 공급망 쇼크에 멈춰선 서산 대산단지…"이젠 언제까지 버티냐 문제"

이성현 기자,진형훈 수습기자 2026. 3. 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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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3년, 5년 안에 공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아요. 그런 불안감을 품고 매일 출근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산산단 주요 석유화학 공장들은 평시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들면 근로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근로자들이 대산산단 현장에서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금융 지원과 세제 부담 완화, 고용안정 등 맞춤형 지원들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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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65%·롯데케미칼 70%·한화토탈 75%…가동률 급락
원유·나프타 수급 막히자 생산 동력 흔들…'도미노 충격'
정부·지자체 특별대응 추진에도 "현장 체감은 여전히 위기"
24일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한 석유화학 공장 생산 시설에 '가동 정지중'임을 알리는 전광판이 걸려 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나프타 수급 난이 대산단지 주요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을 급락시키고 있다. 진형훈 수습기자

"당장 3년, 5년 안에 공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아요. 그런 불안감을 품고 매일 출근합니다."

24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부인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만난 근로자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중동 전쟁발 공급망 쇼크와 글로벌 공급 과잉의 여파가 공장을 멈춰 세우고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산산단 주요 석유화학 공장들은 평시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동 중이다. LG화학은 65%, 롯데케미칼은 70%, 한화토탈에너지스는 75% 수준에 그친다. 외형상으론 공장이 정상 가동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생산라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원료 투입과 재고를 조절하는 비상 운영 체계에 돌입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커지면서 원유와 나프타(Naphtha) 수급 불안은 대산산단의 직접적인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얻는 기초 원료로, 이를 고온에서 분해하면 플라스틱, 고무, 합성수지 등 제조업의 모든 소재가 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이 추출된다. 이들의 수급이 막히자, 대산단지의 생산 동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여수산단에서는 LG화학이 나프타분해설비(NCC) 일부 가동을 멈췄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감산과 정비 일정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공장들이 가동되고 있다. 진형훈 수습기자

대산산단 현장의 위기감은 더욱 높았다.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 A씨는 "예전엔 일시적인 경기 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며 "공급망이 막히니 공장 안팎으로 생기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국제 정세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과 중동의 석유화학 공장 대규모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중동발 쇼크까지 겹치며 최악의 악재가 됐다. 근로자들은 '언제 회복되느냐'를 기대하기보다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느냐'로 귀결된 처절한 생존 게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정부와 충남도는 긴급 처방에 나섰다.

당정은 나프타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사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추진하고, 서산·여수·울산을 산업위기 특별대응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가 원유 확보와 관련 예산도 내달 추경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충남도 역시 4644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고용 위기 대책을 마련했다. 당장 일감이 끊긴 일용직·화물운송 근로자 5000여 명에게 1인당 50만 원의 임금 보전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선 대산산단 근로자에게 주어진 정부 대책은 현장과의 괴리가 컸다.

24일 충남 서산 대산보건지소에 마련된 긴급 지원금 접수처에서 한 근로자가 서류를 받아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진형훈 수습기자

이날 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운송업자 인 모 씨(65)는 한숨을 내쉬며 "전쟁 전에는 한 달에 (운송) 40건은 거뜬 했는데 이번 달은 반 토막인 20건도 안 된다. (차량) 시동을 걸 일조차 없다"며 "생활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50만 원 주는 건 고맙지만 그걸로 생활이 되겠느냐. 당장의 지원금보다 이 상황 자체가 나아지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임시방편식 지원보다 산업 자체를 회복시킬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들면 근로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근로자들이 대산산단 현장에서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금융 지원과 세제 부담 완화, 고용안정 등 맞춤형 지원들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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