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이에게] 당신이 사랑했던 부산을 떠올립니다

부산일보 2026. 3.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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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생전 부산을 참 많이도 그리워했습니다. 그곳은 어린 시절의 순수한 기억이 머무는 곳이자, 너무 일찍 곁을 떠나신 아버지와의 추억이 한데 어우러진 마음의 고향이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 부산은 단순히 자라온 동네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아버지라는 존재 그 자체였고,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그리움의 실체였습니다.

우리는 주로 휴가철을 이용해 부산을 찾곤 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숨 가쁘게 올라가면, 세월의 때가 묻은 남편의 옛집이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우리 가족을 반겨주곤 했습니다. 결혼 후 설레는 마음으로 나란히 걷던 그 길을,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어느덧 부쩍 자란 아들의 손을 잡고 다시 찾았습니다. 남편은 아이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골목길 어딘가에 남아 있을 아버지의 흔적을 말없이 더듬곤 했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저는 남편이 찾고자 했던 것이 단지 옛집이 아니라, 아버지의 따스한 품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도 남편은 “올여름에는 부산에 한 번 다녀올까”라며 그곳의 푸른 바다와 가파른 언덕을 습관처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소박한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한 채, 그는 서둘러 먼 길을 먼저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쯤 남편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요.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부산의 어느 정겨운 골목을 유유히 거닐고 있을까요, 아니면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를 만나 긴 회포를 풀며 웃고 있을까요. 어느 곳에 있든 남편이 더는 외롭지 않기를, 그리고 그리움 없이 그저 행복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여보, 이제는 그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잠드세요.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부산의 시원한 바람과 아버지의 포근한 품 안에서, 부디 영원히 평안하기를 빌어요. 당신과 함께 걸었던 부산의 길들을 이제는 우리 가슴 속에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김승원의 아내 이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