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600조 큰손 있는 곳' 속속 입성…전주에 무슨 일이

민경진 2026. 3. 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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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1869년 문을 연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 1번지' 월가를 상징하는 투자은행(IB)이다.

국내 부동산 투자시장의 대표주자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 역시 전주 사무소를 두고 있다.

블랙록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등 대형 운용사도 최근 전주 사무소를 열고 전 자산군 협업에 나섰다.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전주 사무소를 연 코람코자산운용은 최근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고위직을 현지 소장(고문)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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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도 국민연금 따라 전주에 '둥지'
월가 대표 '글로벌 IB' 올 상반기 합류
1600조 '큰손'의 힘
블랙록 등 23개 금융사 거점 구축
대체투자 넘어 全자산군 협업
금융 중심도시로 변신

마켓인사이트 3월 24일 오후 5시 2분

전북 전주에 미국 월가를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회사가 속속 몰려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독일 최대 자산운용사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GI)에 이어 골드만삭스가 전주에 현지 사무소를 열기로 했다. 전주는 1600조원을 굴리는 ‘글로벌 큰손’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곳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전주 사무소 개설과 한국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전주에 사무소를 내는 흐름은 있었지만, 글로벌 자본시장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자금 조달을 주도하는 월가 대표 투자은행(IB)이 합류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자산운용사의 역할은 국민연금의 자금을 수탁해 운용하는 것이다. 글로벌 IB는 새로운 투자 구조를 짜고, 거래에 참여하는 ‘딜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주 사무소를 국민연금과의 실질적 협력이 가능한 업무 거점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투자 협의와 현안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보 보안과 대면 협의가 중요한 대체투자를 중심축으로 삼되, 주식과 채권 등 전 자산군에 걸친 협업을 염두에 두고 전략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수탁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과 뉴욕멜런은행(BNY)을 시작으로 19개 국내외 금융사가 전주에 거점을 마련했다. 연말까지 최소 23개사가 전주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금융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블랙록·알리안츠·골드만 등 23개 금융사 전주行
초창기 연락사무소 성격서 탈피…M&A·IPO 거점으로 진화 예고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1869년 문을 연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 1번지’ 월가를 상징하는 투자은행(IB)이다. 작년 말 기준 운용자산(AUS) 규모가 3조6100억달러(약 5380조원)에 달한다. 이런 골드만삭스가 인구 65만 명의 한국 지방 도시인 전북 전주에 거점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국내외 투자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막강한 자금력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입지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다양한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거점 된 전주

올해 들어 전주행을 결정한 곳은 골드만삭스만이 아니다. 최근 국민연금 국내 부동산 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페블스톤자산운용과 캡스톤자산운용은 다음달 전주 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이다. 퍼시픽자산운용도 뒤이어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 독립계 중소형 대체투자사는 국민연금 출자를 발판으로 부동산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내 부동산 투자시장의 대표주자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 역시 전주 사무소를 두고 있다.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운용사들이 앞다퉈 전주에 진출한 것은 국민연금과의 협업 기회가 많아서다.

대체투자는 부동산·인프라·사모투자(PE) 등 비상장 실물자산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투자 구조 설계와 조건 협의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공개시장 중심의 주식 위탁운용과 달리 거래 발굴·실사·계약·사후관리 전 과정에서 긴밀한 대면 협의가 필수다. 투자 조건 변경이나 리스크 관리에서도 신속성을 요구하므로 국민연금과의 물리적 접근성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운용사들도 같은 이유로 전주 거점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스톤은 2024년 전주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사무실 확장 이전을 추진 중이다. 블랙록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등 대형 운용사도 최근 전주 사무소를 열고 전 자산군 협업에 나섰다. 해외 운용사 역시 대체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국민연금과의 접점 강화를 꼽는다는 해석이다.

◇“실질적인 혜택 부여해야”

국민연금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을 타고 2015년 전주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당시 500조원 수준이던 운용자산은 10년 만에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나 지난달 말 기준 16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연금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입지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주 금융 생태계의 질적 변화도 뚜렷하다. 금융회사들이 전주에 모이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당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이 글로벌 금융회사 유치를 적극 추진했다. 초창기엔 상주 인원 한두 명과 임시 회의실 수준의 연락사무소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엔 번듯한 지점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전주 사무소를 연 코람코자산운용은 최근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고위직을 현지 소장(고문)으로 영입했다. 국민연금과의 협업 밀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국민연금도 단순 주소지 확보를 넘어 전문 인력의 실질 상주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가 명실상부한 금융 클러스터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전주 거점이 실제 투자 협의와 의사결정 중심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국민연금이 전주에 거점을 둔 운용사에 실질적 혜택을 줄지도 관건이다. 업계에선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 우대, 실무 협의 효율 제고 등이 거론되지만 현행 제도와 법령상 전주 사무소만으로 명시적 인센티브를 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운용사 모두 납득할 유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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