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청량산 수원캠핑장' 내달 개장
[수원-봉화 10년 우정 결실]
청량산도립공원 입구 기존 캠핑장 리모델링
카라반에 수원 지명 명명…11월까지 운영
예약 추첨제…양 지자체 주민은 50% 할인
[일상 벗어나 자연 속으로]
카라반·글램핑·야영장…캠핑 초보~프로 만끽
요가명상테라피·테라리움 만들기 등 프로그램
청량산박물관·하늘다리·백두대간수목원 볼만

조선 시대 사대부들에게 산을 찾는 행위는 단순한 여가 그 이상의 의미인 '유산(遊山)'이었다. 명산을 찾아 유람하며 선망하는 성현의 자취를 짚고, 그 사유의 편린을 기록으로 남기는 '유산기(遊山記)'는 당대 지식인들이 향유하던 고유한 인문학적 문화였다.
특히 퇴계 이황은 유년 시절 수학했던 청량산을 평생 그리워하며 스스로를 '청량산인'이라 칭했을 만큼 이 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그의 뒤를 따른 선비들이 남긴 유산기만 100편이 넘을 정도로, 경북 봉화의 청량산은 오랜 시간 사유와 성찰의 에너지가 축적된 공간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인문학적 배경 위에 현대적 체류 시설이 정교하게 얹어졌다. 내달 1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가는 '청량산 수원캠핑장'이다. 이곳은 단순히 잠을 자고 가는 숙박 시설을 넘어, 옛 선비들이 그러했듯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 지자체와 상생의 가치를 나누는 새로운 관광 모델의 가동을 알리고 있다.
▲220㎞ 여정, 일상을 털어내고 자연으로 스며드는 시간
경기도 수원에서 경북 봉화 청량산까지의 거리는 약 220㎞에 달한다. 물리적으로는 꽤 먼 거리지만,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로 일상의 허물을 벗어던지는 치유의 과정과 닮아 있다. 두 시간여 고속도로를 달려 경북 북부의 한적한 국도로 접어들면, 차창 밖 풍경은 도심의 콘크리트 대신 계절의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색채로 가득 찬다.

▲ 수원과 봉화, '지방 소멸'의 대안으로 맞잡은 상생의 손
이 캠핑장은 단순한 지자체 시설 그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수원시와 봉화군이 상생을 위해 협력한 10년 우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두 도시는 지난 2015년부터 수원화성문화제와 봉화송이축제 등 각 지역의 대표 축제를 상호 방문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이후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봉화군과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던 수원시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

▲공간의 미학, 카라반에서 야영장까지 '취향의 존중'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이용자의 숙련도와 취향을 세심하게 배려한 공간 설계가 특징이다. 장비가 없는 캠핑 초보자부터 자신만의 장비를 갖춘 '프로 캠퍼'까지 누구나 불편함 없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낙동강변과 가장 가깝게 배치된 카라반 구역이다. 이곳의 이름은 수원화성의 주요 지명을 따 장안마루, 화서마루, 팔달마루, 창룡마루, 화홍마루, 행궁마루로 명명됐다. 각 객실은 최대 6인이 머물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을 자랑하며, 침대에 누워 창밖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권이 압권이다.
중간층에 위치한 글램핑 구역은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2~3인용 5개 동(장안뜰, 화서뜰 등)과 4인용 2개 동(연무뜰, 행궁뜰)은 텐트 문을 여는 순간 청량산의 능선이 시야를 가득 채우도록 설계됐다. 가장 상단에 위치한 '이지야영장'은 미니카라반 형태로, 소박하지만 필요한 모든 편의시설을 갖췄다. 두견채, 송이채, 함박채 등 지역의 색채를 담은 이름처럼 아늑한 숲의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요가·명상, 그리고 지역의 맛…경험으로 완성되는 여행
단순한 숙박만으로는 이곳의 가치를 다 설명할 수 없다. 수원시는 캠핑장을 찾는 이들을 위해 '수양'의 현대적 변용이라 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특히 주말 오전 9시 야외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요가명상테라피는 정적인 휴식의 정점을 찍는다.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면과 소통하는 시간은 도심의 소음 속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치유의 경험을 선사한다.
계절의 변화를 손끝으로 느끼는 특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봄철 테라리움 만들기를 비롯해 봉화의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 프로그램은 매주 2회(토요일 오전 10시, 일요일 오후 3시) 운영되어 지역의 맛과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게 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목공예와 성인을 위한 공예 프로그램 역시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시간대를 나눠 운영된다. 이러한 시도는 캠핑을 단순히 '잠시 머물다 가는 것'에서 '지역과 교감하는 것'으로 확장시킨다.

▲공공성을 고려한 운영과 철저한 안전 수칙
운영 시스템 역시 지자체 시설답게 체계적이다. 4월 1일 개장하여 11월 말까지 운영되는 캠핑장은 예약 전용 앱인 '캠핑톡'을 통해 접수를 받는다. 매월 1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달 이용분에 대한 예약을 시작하며, 15일까지 접수된 내역을 토대로 16일 추첨 결과를 발표한다. 전체 시설의 50%를 수원시민과 봉화군민에게 우선 배정하고 잔여분을 일반 이용자에게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공공 시설로서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함이다.

▲주변 연계 관광…청량산의 비경을 한눈에 담다
캠핑장에 머물며 주변의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걸어서 이동 가능한 청량산박물관에서는 봉화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가벼운 산행을 원한다면 입석 주차장에서 청량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신라 시대 창건된 청량사는 공민왕의 친필 현판이 남아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더 역동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해발 800m 절벽 사이를 잇는 90m 길이의 하늘다리에 올라보자. 발아래 펼쳐지는 아찔한 풍광은 청량산의 위용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산행이 어려운 방문객이라면 명호면의 이나리 출렁다리에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차량으로 30~40분만 이동하면 즐길 거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호랑이숲으로 유명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야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 정취가 가득한 분천역 산타마을과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협곡 사이를 천천히 달리는 열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와 같다.
수원시 관계자는 "백두대간의 맑은 정기를 품은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지자체 간 상생 협력의 상징적 장소"라며, "많은 시민들이 이곳에서 조선 시대 선비들처럼 자연을 유람하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진정한 '유산'의 의미를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준희 기자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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