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경고등' 국내 풍력발전기…관리체계·기술·제도 '3중 공백'(종합)
"민간 운영사, 시설 유지·점검…지자체엔 정보 공유 안 돼"
소방 기준 미비, 사고 반복 우려…"위험 감지·화재 대책 필요"

(영덕=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설계수명이 20년 넘은 노후한 풍력발전기에서 블레이드(날개) 파손이나 화재 등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총체적인 안전관리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풍력발전기가 노후화하며 사고 위험성도 커지는 만큼 전국 풍력발전소마다 풍력발전기 구조 상태를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풍력발전기 특성에 맞는 소방 장비를 갖추도록 제도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4일 관련 전문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소는 설계수명인 20년을 넘겨 노후 발전소로 분류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노후화에 따라 각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지만, 관련 대책 마련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풍력발전소는 대부분 민간이 운영해 최초 인허가 과정을 제외하면 지자체가 관리·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 영덕 뿐만 아니라 제주와 강원, 전북 등에도 설계수명이 20년을 넘었거나 이에 근접한 풍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지자체에 따르면 준공된지 20년이 지났거나 이에 가까워진 풍력발전소는 전국에 7곳이 있다.
지역별로는 영덕군(2005년 3월·24기), 제주시 신창(2006년 3월·2기), 강원도 양양군(2006년 6월·2기), 강원도 평창군(2006년 9월·49기), 제주시 월정(2006년 9월·1기), 제주시 한경면(2007년 12월·9기) 등이다.
전북 군산시에는 2002년부터 2007년 11월까지 풍력발전기 총 10기가 차례로 준공됐다.

윤정현 한국토목기술사회 부회장은 "풍력발전소는 주로 민간 발전 운영사에서 유지 관리나 보수 점검을 실시한다"며 "지자체에는 관련 정보가 사실상 공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점검 외에 한국전기안전공사도 시설 점검을 일부 대행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풍력발전소 구조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리를 잘하던, 못하던 티가 나지 않는다"며 "시설 점검·보수를 할 때 어떠한 매뉴얼로 어떠한 교육을 받은 작업자들이 투입돼야 한다는 규정이나 제도를 정부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력발전기 시설 하자를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하기 위한 기술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풍력 지지구조물 건전성 모니터링 시스템(HMS)'과 해상풍력발전기가 대상인 '구조건전성 감시 시스템(SHM)' 등이 있다.
두 기술 모두 풍력발전기에 작용하는 진동, 변형 등을 실시간 계측해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윤 부회장은 "영덕군 풍력발전기는 거의 초창기 모델"이라며 "전국에 있는 육상 풍력발전기 상당수가 설계수명 20년에 도달했거나, 도달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HMS와 같은 기술 보급을 확대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민간 업체와 지자체가 풍력발전기 상황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 구조 특성상 한번 불이 나면 쉽게 진화가 어려운 점에 대비해 화재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문우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풍력발전기는 발전 설비에서 나오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라든지 외부와 공기 순환이 있도록 설계돼 있어서 불이 나면 진화가 어렵다"며 "구조 자체가 높기 때문에 물을 이용해서 진압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풍력발전기는 소방법에 적용받는 건물이 아닌 구조물"이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설비기술기준에는 풍력발전기 화재 발생 시 이를 감지하고 소화할 수 있는 방호 설비를 시설해야 한다고는 돼 있지만 명확하게 어떠한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반면에 유럽이나 미국이 활용하는 풍력발전기 화재예방지침(CFPA-E Guideline)에는 화재 감지나 진압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과 성능 기준이 잘 나와 있다"며 "국내 풍력발전기에는 화재 진압용 고체 에어로졸이 주로 사용되는데 소화 약재가 분사되면 일정 농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공기 순환이 잘되는 시설 특성상 성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화재 진압용 장비나 시설이 필요한 이유"라며 "불이 크게 나면 자칫 산불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에 화재를 빨리 감지하고 진압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강구되는 게 중요하다. 화재 대책 마련을 위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23일 오후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기 19호기에서 불이 나 발전기에 올라가서 수리하던 외부업체 소속 작업자 3명이 지상 출입구와 추락한 날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일에는 가동 중이던 풍력발전기 21호기의 날개가 파손돼 타워구조물(기둥) 꺾이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추락한 날개에 의해 다친 사람은 없었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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