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더 성장한 ‘잠실 빅보이’ LG 이재원, “김현수의 빈자리 아닌 ‘내 자리’ 조금씩 채워나갈 것”

LG는 일단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돌아온 ‘잠실 빅보이’ 이재원(27)에게 김현수의 빈자리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LG 안방 서울 잠실구장에서 최근 만난 이재원은 “연차와 경력이 쌓이면서 생각은 유연해지고 책임감은 무거워진 것 같다”며 “여유를 갖고 그냥 쭉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가짐이다. 그렇다고 이전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2라운드로 LG에 입단한 이재원은 우월한 신체 조건(192cm·105kg) 덕에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끝내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데뷔 5년 차이던 2022년에 253타석에서 홈런 13개를 쏘아 올린 게 이재원이 지금까지 1군에서 남긴 제일 눈에 띄는 기록이다.
결국 네 시즌 통산 타율 0.222, 22홈런, 78타점, OPS 0.701을 남기고 상무로 향했다. 이재원은 “당시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 간절했다. 그 간절함이 오히려 독이었다”며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만큼 기회를 얻었을 때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걱정도 조급함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짬밥’을 먹으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2024년 6월 입대한 이재원은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50번 나와 타율 0.292, 14홈런, 42타점을 남겼다. 78경기에 나선 지난해엔 352타석에서 타율 0.329, 26홈런, 91타점으로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재원은 “타격 메커니즘이 크게 바뀐 건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가짐”이라며 “이전까지는 성적이 안 좋으면 ‘왜 못했지?’ 하면서 자신을 괴롭혔다. 상무 시절 책도 많이 읽고 영상도 많이 찾아보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제는 잘하지 못하는 날도 있는 거고, 잠깐 부진해도 ‘결국 다 잘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낸다”고 했다.
이재원은 24일 막을 내린 2026 시범경기에서 홈런 4개를 쏘아 올리며 팀 동료 오스틴(33)과 함께 이 부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타자 선구안 평가에 흔히 쓰는 삼진(12개) 대비 볼넷(11개) 비율도 0.92까지 올랐다. 1군에서 뛴 이전 4년 동안에는 삼진 176개, 볼넷 46개로 이 비율이 0.26밖에 되지 않았다.
이재원은 “현재 타격감은 10점 만점에 2, 3점 정도다. 시범경기는 준비 과정일 뿐이다. 성적 자체는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전과 달리 공에 덤비지 않으려고 하면서 선구안 문제도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계속해 “당연히 내가 김현수 선배의 공백을 메울 수는 없다”며 “선배의 빈자리를 의식하지 않는다.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조금씩 채워지는 게 있을 것이다. 어느 타순이든, 어느 포지션이든 한 점 한 점 뽑아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팀의 2연패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정규시즌 때 이재원을 하위 타순에 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능한 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다. 염 감독은 최근 “(이)재원이가 정말 미친 듯이 잘 치지 않는 한 상위 타순에 고정할 계획은 없다. 많이 올라가도 6번 정도”라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4번 타자를 맡아야 할 선수다. 국내 타자가 중심 타선을 책임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롯데가 8승 2무 2패로 1위에 올랐다. 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봄데’라고도 불리는 롯데는 통산 13번째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다. 두산이 7승 1무 4패로 2위를 했다. 이날 롯데전에서 연타석포를 쏘아 올린 SSG 고명준(24)은 6홈런으로 이 부문 정상에 올랐다. 올해 시범경기(60경기)에는 역대 최다인 44만247명의 구름 관중이 입장해 ‘봄 야구’를 즐겼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28일 개막한다.
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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