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협상 막판 번복이 주특기? 이란 유일 ‘대외 소통 창구’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핀란드 주재 이란대사·주일 이란대사 등 거쳐
2015년 핵합의 체결 이끈 강경 실용주의자로 분류
끝없는 흥정 시도하는 ‘시장식’ 협상 구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비공식 접촉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파 정치인으로, 현시점 이란 정권을 대변하는 유일한 소통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전쟁 해결을 위해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이란에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 이에 불응하면 이란 내 발전 인프라를 초토화하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양국은 협상을 진행할 예정으로, 이란 외무부 또한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란 측 카운터파트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군 출신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거론되며, 아라그치 장관 또한 일선에서 소통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앞서 아라그치 장관은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대외 창구’ 역할을 자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요구에 “통행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란이 아닌 당신들이 선택한 전쟁을 보험사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해군 연합군’ 구성 움직임에도 ”이란은 휴전을 구걸하지 않는다”고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이란 정권을 지탱하던 주요 인사들의 피살 당시에도 그는 “휴전 논의 여지는 없다”고 강조, 강경한 대외 메시지로 미·이스라엘에 맞서 이란의 입장을 대변하는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1962년 이란 테헤란에서 출생한 아라그치는 이란 국제관계대학교와 이슬람 아자드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를, 이후 영국 켄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9년부터 이란 외무부에 몸담았으며, 핀란드 주재 이란 대사와 주일 이란 대사, 이란 외무부 아시아 태평양 및 영연방 차관 등을 거쳤으며 2024년 외무장관에 취임했다.
특히 그는 십대 시절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약 10년간 복무한 이력이 있는데, 당시 팔라비 왕조가 붕괴된 이란 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으며 강경한 정치 노선을 형성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 외교가에서 아라그치는 핵 협상을 주도해 이름을 알렸으며, 실제로 그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외무장관으로 지목된 바 있다. 2015년 이란이 이른바 ‘P5+1’ 국가인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및 유럽연합(EU)과 핵 합의를 체결했을 당시 아라그치는 이란 측 협상 수석대표로 자리했으며, 직전 스위스 제네바 핵협상 과정에서도 대표로 배석한 바 있다.
협상가로서 아라그치 장관은 대체로 침착하고 실용적인 인물로 분류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 핵 합의 협상 실무를 주도했던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라그치 장관은 미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신뢰할 만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시에 그는 막판에 합의를 뒤집거나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전술로 협상의 난도를 끌어올리곤 했다는 평가도 이뤄진다. 2015년 핵 협상에 참여했던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그는 자신의 손주 사진을 보여주는 등 인간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면서도 “협상 마지막 순간에 이미 타협된 문제를 언급, 타결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 본인 또한 외교 전략으로서 협상을 강조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협상의 힘’에서 자신의 외교 방식을 ‘이란식 바자르(bazaar·페르시아 시장) 흥정’에 비유, 다양한 논리를 동원해 흥정을 반복하는 것만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계에서는 아라그치 장관의 부상이 향후 이란의 권력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앞서 그는 다양한 정치 세력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추후 대통령직을 노리는 야심가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강력한 정치 기반이나 대중적 지지가 부족하며, 미국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스타일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아라그치 장관에 대해 “그는 명백한 실행가”라며 “정책 수립에 익숙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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