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위임장 공방·정회 반복 속 파행…정관 변경 대부분 무산 [현장]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기업을 파탄 내고 국민연금 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MBK는 물러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호텔 안에서는 주총 개회조차 못 한 채 양측 대리인이 위임장 숫자를 맞추고 있었다.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는 당초 예정된 오전 9시보다 3시간 늦은 낮 12시께 개회했다. 양측이 소수 주주로부터 받은 의결권 위임장 중복 여부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탓이다.
개회 이후에도 중복 위임장 확인 문제로 재차 정회했고 표결 진행 중에도 추가 정회가 이어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세 번째 주총도 파행으로 시작했다.
한화 위임·현대차 기권…스윙보터가 판세 갈라
이날 지분 7.7%를 보유한 한화그룹은 주총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의결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을 지지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동안 최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돼온 만큼 사측 손을 들어줬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분 약 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이번에도 기권했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세 차례 주총 모두 중립 기조를 유지했다.
이날 지분 구조는 영풍·MBK 연합 약 42.1%, 최 회장 일가와 한화·LG화학 등 우호 주주 약 27.9%, 크루서블JV 약 10.8%, 국민연금 5.3%, 현대차 5%, 외국계 대형 기관 약 4% 순이다.
북미 주요 연기금인 캘퍼스·캘스터스·FRS·BCI의 합산 지분은 0.05%에도 미치지 않아 물리적 표 수보다는 지배구조에 대한 상징적 평가로 읽힌다.
캘퍼스는 최 회장 사내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한 반면, 캘스터스·FRS·BCI는 고려아연 이사회 측 주요 안건에 찬성하고 MBK·영풍 측 후보와 액면분할안에 반대했다.

이사 5인 선임 확정·정관 변경 대부분 무산
이날 주총의 핵심 안건인 이사 선임 수는 5인으로 결정됐다. 최 회장 측 우군인 유미개발이 제안한 '5인 선임안'이 영풍·MBK 측의 '6인 선임안'을 득표수에서 앞서 가결됐다.
6인 선임안도 과반을 득표했으나 다득표 의안 가결 원칙에 따라 5인 선임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현재 11대4 구도에서 9대5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회 직후에도 공방이 이어졌다. 박기덕 주총 의장(고려아연 사장)은 영풍 보유 10주에 대한 의결권을 순환출자를 이유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영풍 대리인이 "위법한 의결권 제한"이라고 반발했지만 박 의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관 변경 안건은 대부분 무산됐다. 양측이 3% 안팎의 초박빙 지분율 싸움을 벌이는 구조에서 한쪽이 반대하면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 도입 정관 변경안은 52.85%의 찬성으로 부결됐다.
최 회장 측이 제안한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안도 53.59%의 찬성을 얻었지만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의결권 3분의 2(66.7%) 이상에 13.11%포인트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오는 9월 개정 상법 시행 전 임시주총을 열어 감사위원을 추가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영풍·MBK 측이 제안한 이사회 소집 절차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안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99.9%에 달하는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이에 따라 향후 고려아연은 이사회 소집 시 최소 3일 전 이사진에 통지해야 한다. 기존 정관상 통지 기한은 하루 전이었다.

집중투표 표결 기준 변경 논란…영풍·MBK "불공정 주총" 반발
표결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기준 변경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주총에서 해외 기관투자자의 미행사 표를 재배분하지 않고 실제 행사된 표만 기준으로 결과를 산정했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는 미행사 의결권을 비례적으로 재배분하는 '프로라타(pro rata)' 방식으로 기준을 바꿨다.
영풍·MBK 측은 "확정된 기준을 치열한 표 대결 국면에서 갑자기 변경한 것"이라며 의장권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릴 수 있는 만큼 기준 변경이 이사회 구성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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