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교'는 가혹하다며 '면직'으로 감형받은 목사, 전 교회 1km 인근서 예배
실제 예배는 교회 인근
동작지방회 감리사 "교회 정상화 과정이니 취재 말고 박수 보내야"
피해자 "유야무야하는 교단 보며 괜히 나섰다는 후회 들어"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교회 여성 전도사를 강제 추행해 출교당했다가 재심을 거쳐 '담임목사 면직'으로 감형 판결을 받은 목사가 자신이 시무했던 교회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감리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충신교회 전 담임 배철희 목사는 지난해 5월 10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김정석 감독회장) 서울남연회 동작지방회에 그은혜교회를 개척했다. 재심 재판으로 출교가 취소되고 담임목사직 면직으로 감형 선고를 받은 지 11일 만이었다.
동작지방회는 서울 동작구 일원을 관할하는 지방회다. 서류상으로 그은혜교회는 사당동 이수역 근처 한 건물로 돼 있다. 그러나 충신교회 교인들에 따르면, 배 목사는 충신교회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예술의전당 인근 한 상가에서 예배를 열고 있다. 충신교회와 같은 서초3동이다.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는 배 목사의 출교를 담임목사 면직으로 감형해 주면서, 배 씨가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남은 시간을 감리회 교역자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피력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감리회 성폭력대책위원회는 "담임목사직의 '면직'으로의 감형 판결은 사실상 충신교회 담임목사 사임을 받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재판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 배철희 목사가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들과 함께 교회 인근에 개척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1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배철희 목사는 지금껏 피해자에게 사과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와 교인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피해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배철희 목사는) 연락 한 번 없었다. 재판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서 자꾸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생기면 그냥 포기할 것 같다. 교단에서도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야무야하면서 다 하게 해 주니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무런 변화도 없고 소용이 없다. 처음엔 교회의 회복을 위해 나섰는데 진행되는 걸 보면 후회가 된다. 사역도 못 하고 최근엔 유산을 했다. 내 전부를 탈탈 털어서 7년 전 이야기를 꺼냈고, 재판까지 한 건데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충신교회 한 교인은 3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철희 목사는 교회를 떠난 이후로 사과나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얼마 전 법정에서 마주쳤는데 여전히 추행을 부인하고 있고, 교인들이 자신을 모함해서 교회에서 몰아냈다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피해자의 성품에 문제가 있어 다른 사역자들과 트러블이 많았고 교인들에게도 평판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 목사가 새로 개척한 교회가) 같은 동네니까 아무래도 불편하다. 어쩌다 (그쪽) 교인들을 마주치면 서로 냉랭하게 대한다. 목회자 한 사람 때문에 많은 교인들이 상처를 받고, 교인들 간 관계가 다 깨진 것이 너무 속상하다. 교단이 내린 면직이라는 결정에는 아직도 교인들이 분개하고 있다. 인근에서 예배드리고 있는 것도 파악하고 있을 텐데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작지방회 장천기 감리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를 등록한 주소지와 예배 장소가 다른 것은 교회 사정을 고려해 준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3월 24일 "(서초구 공간) 임대 기간이 6월까지라 그 이후 (동작구로) 옮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배 장소는 서초구이지만 개척 설립할 때는 동작지방에 있는 건물로 했다. 교회 설립 과정에서 (그렇게) 진행한 거고, 그쪽에서 계속 예배하는 게 아니라 계약 기간이 있어서 잠깐 예배를 드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배 목사 개척 설립 신고를 받아 준 것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으나, 장 감리사는 기자에게 "교회가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으니까 더 이상 기사화 안 해도 된다. 정상적으로 교회가 되는 거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배 목사의 강제 추행 범과 사실을 인지하고 있느냐고 묻자, "더 이상 그 얘기는 하지 말라.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도 없다"고 했다.
감리회 성폭력대책위는 3월 19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성폭력 가해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심지어 피해 교회와 인접한 지역에서 목회를 계속하도록 방치한 교단의 무책임함을 여실히 보여 준다"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피해자에 사과도 하지 않은 배철희 목사의 교회 개척을 교단이 허용했다며 △서울남연회에 재심 판결 무효화 및 출교 판결 회복 △배철희 목사의 목회 중단 및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서울남연회 유병용 감독은 교회를 안정화하겠다며 중재안을 내놓았다. 배 목사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등의 중재 조건을 이행하면 충신교회가 개척 자금 8억 원을 지급해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충신교회 측은 배철희 목사가 피해자에게 사과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합의를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회 관계자는 당시 내놓은 8억 원은 지금도 감리회 유지재단에 위탁돼 있으며, 출교 판결 이후 배 목사가 10개월 넘게 거주했던 사택도 비워져 있는 상태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배철희 목사에게도 입장을 묻고자 수차례 전화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모두 답하지 않았다.
엄태빈 scent00@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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