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만 터지면 된다, 0승 클럽들의 여유

개막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프로축구 K리그에 아직 첫 승을 올리지 못한 팀들이 많다.
24일 현재 김천 상무(5무), 강원FC, 포항 스틸러스(이상 3무 1패), 제주 SK(2무3패)가 ‘0승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간신히 1부에 잔류한 제주의 초반 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김천과 강원, 포항은 지난 몇 년간 강호로 군림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축구 현장에선 올해 유독 무승부가 많아진 것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K리그1 1~5라운드 총 28경기 중 14경기에서 무승부가 나왔다. 전부 0-0(9경기)과 1-1(5경기) 경기다. 득점이 터져야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구도에서 해당 팀들의 골 가뭄이 겹치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경기력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골만 터지면 순위표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슬로우 스타터라는 얘기다.
김천은 군팀 특성상 선수단 구성이 계속 바뀌다보니 지난해 공격을 이끌었던 이동경(13골 11도움)과 김승섭(7골 3도움)의 빈 자리가 눈에 띈다. 주승진 김천 감독은 고재현(2골), 이건희, 홍윤상(이상 1골)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공격의 짜임새는 갖췄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과 비교하면 4경기 4골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경기당 평균 1골도 터지지 않으면서 막판 수비 불안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3월 A매치 휴식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주 감독은 “파이널 서드(상대 진영)에 들어갔을 때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골이 터지지 않는다. 개막 전 “AI에 골 넣는 방법을 물어봤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던 정경호 강원 감독은 3골을 넣는 동안 5골을 내주면서 승리와 멀어졌다. 강원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도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기에 골만 터진다면 얼마든지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이스라엘 출신 골잡이 아부달라 흘레힐이 2골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이 아닌 교체로 뛰고 있는 그가 K리그 적응을 마친다면 강원의 첫 승도 금세 기대할 수 있다.
2골에 머물고 있는 포항은 골도 터지지 않지만 카드 관리가 시급하다. 4경기 중 3경기(2무1패)에서 퇴장이 나오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포항 관계자는 “38경기에서 2~3명의 퇴장이 나와도 많다고 할 텐데 올해는 4경기에서 3명이 퇴장됐다. 수적 열세에도 최소한의 승점을 가져간 게 다행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태하 포항 감독도 “슬로우 스타터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팬들이 원하는 반등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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