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파동 여진 속 국힘, '사즉생' 경선 레이스 본격화

6·3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주요 전략지의 경선 대진표를 확정하며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돌입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의 '인적 쇄신' 기치 아래 단행된 고강도 컷오프(공천 배제) 파동이 한 차례 휩쓸고 가고, 이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후보들 간의 사즉생(死卽生) 경쟁에 돌입하면서 본선 승리의 전제조건인 '경선 흥행'을 이룰 지 시선이 쏠린다.
◆서울 ='5선 도전' 오세훈 vs '경제통' 박수민 vs '직설' 윤희숙 3파전
국민의힘이 이번 주부터 지역별 경선 설명회를 열고 투표 절차에 돌입할 계획인 가운데 가장 관심이 모이는 곳은 단연 서울이다. 공관위는 지난 23일 오세훈 현 서울시장, 박수민 의원(서울 강남을), 윤희숙 전 의원의 3자 경선을 확정 지었다. 당초 오 시장의 단수공천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당 지도부가 박수민 의원의 출마를 이끌어내며 판이 커졌다.
오세훈 시장은 "박원순 시즌 2를 막고 서울의 미래를 지킬 적임자는 검증된 시장뿐"이라며 5선 고지를 향한 안정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중동 사태에 따른 물가 관리 등 민생 행보를 강화하며 '유능한 경제 시장'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박수민 의원은 기획재정부 출신의 '예산·경제 전문가'이자 기업인으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라는 서사를 앞세워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재정경제부 근무(국가예산 혁신, 조세지출예산과장)를 거쳤으며,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UAE 유전 프로젝트 등의 굵직한 성과를 냈다. 공직을 떠난후 사업에 뛰어들어 벤처 투자 회사를 성공시켰다.지역구인 강남권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지지세와 실무 능력을 앞세워 "오세훈 10년, 박원순 10년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정책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육아 인프라 혁신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희숙 전의원은 지난 2020년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자유발언으로 대중에게 깊은 각인된 인물. 그는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현 시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있다. 그는 "기존 사업의 전면 재설계"를 주장하며 선명성 있는 보수 혁신안으로 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는 두 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내달 18일 최종 선출된다.
◆부산 = '대세론' 박형준 vs '저격수' 주진우,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
부산은 현직 박형준 시장과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의 주진우 의원 간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한때 박 시장의 컷오프설이 돌며 지역 정가가 술렁이기도 했으나, 주 의원이 경선을 자청하고, 지역 의원들의 '경선 원칙' 고수로 정면 승부가 성사됐다.
박형준 시장은 60%가 넘는 높은 시정 지지율과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 등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박 시장 측은 "본선 경쟁력이 가장 확실한 카드를 버리는 것은 자충수"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부산시청 바로 맞은편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며 선전포고를 했다. '이재명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그는 "젊고 패기 있는 리더십으로 부산의 권력 교체를 이뤄내겠다"며 현역 시장과의 정면 승부를 택했다.
부산 경선은 책임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며, 내달 27일부터 세 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4월 11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대구= 현역·기업인·전직 구청장 망라한 '6인 대혼전'
보수의 심장 대구는 그 어느 곳보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펼쳐지고 있다. 공관위가 중진 의원들을 대거 배제하는 결단을 내린 후, 대구는 특정 절대 강자 없는 '무주공산'의 경선장이 됐다.
현재 대구시장 경선은 윤재옥·추경호·유영하·최은석 의원과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동구청장 등 6인이 참여하는 예비경선 체제로 치러진다.
현역 가운데 중진 의원군인 윤재옥·추경호 후보는 각각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거물급 인사들로, 풍부한 국정 경험과 조직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초선의원인 유영하· 최은석 후보는 신예 및 전문가군으로 분류된다. 대기업 CEO 출신의 최은석 의원은 '경제 대구' 재건을, 유영하 의원은 견고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홍석준 전의원과 이재만 전동구청장은 지역 사정에 정통한 점을 토대로, 바닥 민심을 훑으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 경기 구인난, 충북 컷오프 여진 여전
경기도는 '구인난'과 '추가공모' 논란이 뒤섞이며 안갯속에 빠져 있다. 공관위는 24일 오전 "수도권 판세를 좌우할 경기도에 더 매력적인 카드를 찾겠다"며 추가 공모에 나섰다.
당 안팎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차출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 전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경기도지사 출마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고, 안 의원 역시 "중앙 정치와 국정 현안에 집중하겠다"며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력 주자들이 빠진 상황에서 공관위가 추가 공모를 통해 어떤 '깜짝 카드'를 내놓을지가 경기도 경선 판세의 최대 변수다.
충북은 이번 공천 파동의 사법적 결론을 기다리는 중이다. 현역 광역단체장 중 처음으로 컷오프된 김영환 지사가 낸 '공천 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이 지난 2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재판부는 양측에 24일 오전까지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가처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법원이 김 지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 이미 김수민·윤갑근·윤희근 3자 체제로 굳어진 충북 경선판은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하다. 반면 기각될 경우 공관위의 '중진 쇄신' 기조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수 전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이번 경선의 성패는 컷오프된 이들의 반발을 얼마나 포용하느냐와, 새롭게 수혈된 인물들이 얼마나 신선한 파괴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힘이 살길은 본선에서 민주당을 압도할 수 있는 확실한 보수의 얼굴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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