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채로 오래살면 고통"… 건강수명을 늘려라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6. 3. 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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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행복한 노후 핵심은 '식단·운동·수면' 관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아파서 병상에 누워 보내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7세(남성 80.8세·여성 86.6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화려한 수치 뒤에는 서늘한 진실이 숨어 있다.

질병 없이 환하게 웃으면서 지내는 '건강수명'이 최근 2년 연속 하락하며 8년 만에 다시 70세 밑(69.89세)으로 주저앉은 것. 이는 생애 마지막 14년을 병상이나 약봉지와 함께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숨을 쉬는 '생존'의 유효기간은 늘어났지만 '내 발로 화장실에 가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딱 70년뿐이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만에 죽는 '9988234'를 꿈꾸지만 통계는 냉정하다. 2026년 2월 말 국내 100세인은 8885명(남성 1483명·여성 7402명, 행정동별 인구현황)이다. 90~99세는 약 37만3500명, 80~89세는 약 213만4800명이다. 이들은 기대수명을 훌쩍 넘겨 살고 있지만 건강수명이란 단어 앞에 과연 모두 행복할까?

동네 80세 어르신은 테니스를 치며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있지만, 60대 중반인 나는 이미 지팡이에 의지하며 살고 있지는 않는가. 건강수명은 '노후의 품격'을 결정한다.

건강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은 평균수명(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스스로 자립해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개념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격차가 클수록 병원 신세를 지는 기간이 길어짐을 의미하며, 개인의 삶의 질 저하와 국가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2026년 현재 건강수명은 보건의료를 넘어 사회·경제 전반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건강수명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면 뭐하나"라는 식의 농담 섞인 걱정이 바로 '활동장애'에 대한 염려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2025년 9월 '2050년까지 건강수명을 80세로 연장하겠다'는 '건강수명 5080' 비전을 선포하고 범국민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선 2030년까지 건강수명을 73.3세로 연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건복지부는 예방 중심의 '일차의료' 강화와 '건강 친화적 환경'(도시 설계, 신체활동 장려 등)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 △비만·절주 관리 △동네 의원 역할 확대 △암 관리 강화 △생애주기별 관리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결국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고령 진입을 앞둔 40·50대는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투자하는 하루 30분의 운동과 식단 관리가 80대 이후 10년 이상을 침대 밖에서 보내게 해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먼저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를 지속하면 생활습관병 예방과 근육·뼈 유지, 면역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단백질은 단순히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체중 1㎏당 1.2~1.5g씩 매끼 나눠서 섭취하는 '단백질 분산 섭취' 전략이 필요하다. 부족한 영양은 건강식품을 활용해 보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운동은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꼭 필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근력과 유연성 유지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 방지, 우울증 예방, 생활습관병 위험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중장년층과 고령층은 걷기, 스트레칭, 가벼운 근력운동 등 무리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운동 습관을 갖는 게 좋다. 운동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 기회가 되고 고립과 스트레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근육은 노년의 자립 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확실한 자산인 만큼 4050세대는 유산소운동과 함께 주 2~3회 '저항성 운동(웨이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질의 수면은 몸과 마음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수면 중에는 세포 복구와 호르몬 분비, 기억 정리 등이 이뤄져 마음과 몸을 리셋하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면역력 저하와 생활습관병, 치매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7~8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은 내일의 자신에 대한 소중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주요 선진국들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Healthspan)'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 도입과 지역사회 밀착형 관리를 통해 건강수명을 늘리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IQ나 EQ처럼 자신의 몸을 데이터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HQ(Health Quotient·건강지능)'를 앞세워 스마트워치, 반지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실시간 생체 신호를 관리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일본은 2035년까지 건강수명을 남성 75.2세, 여성 77.9세 이상으로 연장하겠다며 2024년부터 2035년까지 '제3차 건강일본 21'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고립(외로움)이 건강수명을 단축시킨다는 판단하에 노인들이 지역사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살롱' 문화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

영국은 '고령사회 대도전(Ageing Grand Challenge)'이라는 기치 아래 2035년까지 건강수명을 5년 연장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담배 없는 세대(Tobacco-Free Generation)' 정책을 만들어 특정 연도 이후 출생자에게는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법안으로 만성질환의 뿌리를 뽑으려 하고 있다. 의사가 약 대신 '운동 동호회' '원예 활동'과 같은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을 하면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2023년부터 'Healthier SG'라는 국민건강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인 1주치의 제도를 시행해 모든 시민이 전담 가정의를 지정하고 개인 맞춤형 건강 플랜을 세우게 한다. 'Healthy 365' 앱을 통해 걷기나 건강 식단 구매 시 포인트를 지급해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다.

건강수명 연장과 노화 방지는 이제 단순한 의료를 넘어 2030~2035년 '27조달러'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인류 최후의 블루오션'으로 보고 이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투자한 '알토스 랩스(Altos Labs)', 구글의 노화 연구 전문기업 '캘리코(Calico Labs)',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투자한 '헤볼루션재단(Hevolution Foundation)',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인간 건강수명을 10년 연장하겠다며 투자한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들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삼성(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 네이버·카카오, 바디프랜드 등이 앞장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중견기업인 바디프랜드는 '인류의 건강수명 10년 연장'을 핵심 미션으로 선포하는 등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순한 안마의자 제조사를 넘어 '헬스케어 로봇'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사명처럼 '집 안의 의자 한 대가 주치의 역할'을 하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두 다리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로보틱스 기술을 통해 하체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코어 근육을 자극한다. 이는 노년기 건강수명의 핵심인 '근감소증 예방'과 '유연성 유지'를 목표로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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