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수술도 이제 내시경으로 상처 최소화로 빠른 일상복귀
'양방향 내시경 수술' 도입 활발
고령·기저질환자도 수술 가능
박영섭 박애병원 진료부장
"정상조직 손상 최소화가 핵심
의료진 숙련도 더 중요해져"

과거 척추수술이라고 하면 흔히 '등을 크게 절개하는 큰 수술'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의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척추 수술의 패러다임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환자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병변만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최소 침습 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최근 국내 의료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양방향 내시경 수술(Biportal Endoscopic Spine Surgery)'이 있다.
이와 관련해 박영섭 박애병원 진료부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척추수술의 핵심은 병변을 완벽히 해결하면서도 환자가 가진 정상 조직의 손상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대 척추수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말 그대로 두 개의 작은 구멍(포털)을 통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약 5~7㎜의 작은 구멍 한쪽에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삽입해 수술 부위를 직접 관찰하고, 다른 쪽에는 실제 수술 기구를 넣어 병변을 제거한다. 기존의 미세현미경 수술이 한 개의 절개창을 통해 시야 확보와 기구 조작을 동시에 수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양방향 방식은 카메라와 기구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조작 범위가 훨씬 넓고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박 부장은 "카메라를 통해 신경 압박 부위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확인하며 정밀하게 감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술적 특징"이라면서 "수술 중 지속적으로 관류하는 물이 혈액이나 조직 찌꺼기를 실시간으로 씻어내기 때문에 술자(術者)에게 깨끗한 시야를 제공하고 감염 위험을 낮추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빠른 회복'과 '통증 감소'다. 절개 범위가 작다는 것은 수술 부위 근육이나 인대 등 정상조직 손상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수술 후 발생하는 극심한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뿐만 아니라 흉터에 대한 미용적 심리적 부담까지 덜어준다.
박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양방향 내시경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상당수는 수술 당일 보행이 가능하며 조기 귀가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하루에서 이틀 정도면 퇴원이 가능해 일상생활 복귀가 매우 빠르다. 그는 "많은 환자가 수술 그 자체보다 수술 후 뒤따를 통증과 후유증, 장기 입원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며 "최소 침습 수술은 이러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게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적응증 확대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과거에는 고령이나 지병으로 인해 전신 마취와 큰 수술을 견디기 힘들었던 환자들에게 척추 수술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신체적 부담이 적어 80대 이상의 고령 환자에게도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박 부장은 80대 후반 환자의 수술 사례를 언급하며 "환자가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고, 마취나 특정 수술 자세를 유지하는 데 치명적인 결함이 없다면 나이 그 자체가 수술의 절대적 제한 요인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환자가 이 수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박 부장은 "척추수술의 특성상 대부분 엎드린 자세(Prone position)로 진행되는데, 고도 비만이나 심각한 심부전 환자는 이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에 큰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혈전 용해제 등 출혈 위험을 높이는 약물을 중단할 수 없는 상태라면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환자가 얻을 실익과 위험도를 면밀히 비교하는 의료진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최첨단 내시경 장비가 보급되면서 수술이 쉬워졌다는 오해에 대해 박 부장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오히려 좁은 공간에서 정교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에 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박 부장은 "내시경 장비가 준비됐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적인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병변에 접근하는 기술을 넘어 수술 중 예기치 못한 출혈이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다른 수술 방식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 갖춰져야 비로소 완성된 술자"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외과 의사는 전문의 취득 이후에도 별도의 전임의 과정과 수많은 임상 경험을 통해 '손 기술'이상의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패와 성공의 데이터를 축적하며 끊임없이 연구하는 과정만이 환자와 의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박 부장이 수술대를 마주할 때 삼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환자의 삶의 질'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최신화된 기술이라 할지라도 환자의 증상 개선이 확실치 않다면 권하지 않는 것이 의사로서의 도리라고 믿는다. 그는 "의료진은 환자의 전신 상태와 재수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환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국내 의료진의 뛰어난 술기와 적극적인 연구 덕분에 현재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을 선도하고 있다. 장기적인 추적 관찰 데이터에서도 재수술률이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신뢰성을 더해가고 있다. 박 부장은 "수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환자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빠르게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치료하는 '최소 침습' 철학은 앞으로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훈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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