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못생기면 어때”… 고물가에 ‘B급 못난이’ 날개 달았다

김수연 2026. 3. 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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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기면 어때요, 같은 맛에 1000원이나 더 싼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모양이 고르지 않아도, 크기가 좀 작아도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는 일명 '못난이' 식재료들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맛난이 채소 매출이 11% 늘었다.

일반 채소·과일과 비교해 맛과 영양에는 차이가 없지만 크기가 작거나 외관에 흠이 있는 B+급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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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24일 고객이 알뜰상품 매대에 놓인 '맛난이' 과일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newsnews@


"못생기면 어때요, 같은 맛에 1000원이나 더 싼데…."

2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채소·과일 코너. 매대 곳곳에 진열된 '맛난이' 상품들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모양과 크기가 유통 규격에서 등급 외로 분류돼 모양에서는 빠지나 신선도와 맛·품질엔 이상 없는 것들을 따로 모아 파는데, 바로 옆에 놓인 일반 상품보다 20~30% 싸다 보니 고객들이 맛난이부터 찾는다.

이날 '맛난이 감자'를 한가득 골라 담은 오지은(가명·43) 씨는 "값이 싸다 보니 장보러 오면 이것(맛난이)부터 찾는다"며 "어차피 찌개에 넣으면 다 똑같다"고 말했다.

'맛난이 배'를 고르던 이진희(가명·52)씨도 "물가도 비싼데 모양 좋은 거 사자고 돈을 더 쓰고 싶진 않다"고 거들었다.

맛난이 매대 옆 '절호의 특가' 푯말 앞에 놓인 '알뜰 상품' 카트에도 고객 발길이 이어졌다. 선도 저하 상품을 모아 놓은 카트다. 직원들이 신선식품 중 선도가 떨어지는 것들을 골라 할인 가격표를 붙여 이곳에 갖다 놓는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모양이 고르지 않아도, 크기가 좀 작아도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는 일명 '못난이' 식재료들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B급 못난이 식재료 매출은 급증하는 추세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맛난이 채소 매출이 11% 늘었다. 특히 양파 매출이 309%나 증가했다. 또 맛난이 과일로 내놓은 천혜향은 작년 매출이 2024년보다 125%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맛난이 감자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3월 1~22일 누계 기준, 전년 동기보다 509% 매출이 증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싼값에 맛 좋은 농산물을 구매하려는 고객들 사이에서 맛난이가 호응을 얻고 있다"며 "농가 상생과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맛난이 농산물을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한 '상생 채소', '상생 과일'이 잘 나간다. 일반 채소·과일과 비교해 맛과 영양에는 차이가 없지만 크기가 작거나 외관에 흠이 있는 B+급 상품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지난 22일까지의 누계 기준, '상생 채소'와 '상생 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판매량은 26% 늘었다.

시세보다 각각 30%, 28%, 10% 저렴한 4990원짜리 '상생딸기(500g)', 1만원대 '상생사과(1.3㎏)', 9000원대 '상생참외'(1㎏)가 인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10여개 농산물을 상생상품으로 운영 중인데 앞으로 무, 오이 등 채소 품목으로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못난이'들은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매대에서뿐 아니라 이커머스 식재료 코너에서도 인기다.

컬리의 못난이 채소 브랜드 '제각각'은 청상추, 양송이버섯, 적상추, 감자, 양파가 인기를 끌면서 이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최근 3개월(2025년 12월~2026년 2월)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3% 늘었다.

매출 증가를 확인한 컬리는 올해 초 제각각 품목에 양배추와 브로콜리도 추가했다. 오이, 가지 등 1개입 소포장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11번가의 신선식품 전문관 '신선밥상'에서는 막이 터지거나 모양이 일정치 않아 일반 상품 대비 가격이 저렴한 '파지 명란', 모양과 크기가 균일하지 않고 갓의 두께가 얇지만 맛과 영양엔 차이가 없는 '못난이 생표고버섯' 등에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파지 명란 제품인 '또밥찬 백명란 파지(1㎏)'는 1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특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은 '감동몰 못난이 무농약 생표고버섯'에는 "모양이 제각각이지만 신선도가 좋아 가성비가 훌륭했다" 등의 고객 리뷰가 달리고 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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