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역사와 신화를 잇는 나현 개인전 '아무것도 아닐거야'

박의래 2026. 3. 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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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당시 광주에서 끌려갔던 시민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누가 함께 가는지 모르도록 머리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며 "역사 속에서 삭제된 존재들을 다시 불러내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시간,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서사들 속에서 가려져 있던 것들을 찾아내고 탐구하는 작가 나현의 개인전 '아무것도 아닐거야'가 서울 연희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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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존재·지워진 기억 불러내는 '역사 해석' 작업 선보여
나현 작 '빅풋을 찾아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4일 서울 연희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 전시 된 나현 작 '빅풋을 찾아서'. 2026.3.24.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980년 5월 18일. 대한민국 광주에서는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같은 날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세인트 헬렌스 화산이 폭발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막기 위해 나선 계엄군은 발포까지 하면서 폭력적인 진압과 학살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으며, 이 중에는 연고 없는 이들, 이른바 '부랑자'들도 포함됐다.

헬렌스 화산에서는 폭발 이후 전설 속에서 존재하던 설상 거인 '빅풋'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작가 나현(56)은 같은 날 벌어진 이 두 사건을 연결해 '빅풋을 찾아서'를 만들었다. 가로 560㎝ 세로 640㎝ 높이 390㎝ 크기의 대형 작품이다.

거인이 팔이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머리는 바닥에 박고 있는 모습이다. 신화적 이미지에 폭력과 저항의 흔적을 구현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당시 광주에서 끌려갔던 시민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누가 함께 가는지 모르도록 머리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며 "역사 속에서 삭제된 존재들을 다시 불러내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나현 작 '월넛 바벨 타워, 2013'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4일 서울 연희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 전시 된 나현 작 '월넛 바벨 타워, 2013'. 2026.3.24. laecorp@yna.co.kr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시간,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서사들 속에서 가려져 있던 것들을 찾아내고 탐구하는 작가 나현의 개인전 '아무것도 아닐거야'가 서울 연희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가 지속해서 전개해 온 '역사 해석'의 궤적을 따라가며 현실과 신화가 만나는 지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전시됐다.

'월넛 바벨 타워, 2013'은 작가의 바벨탑 프로젝트 중 하나다. 목재 구조물에는 독일 베를린 악마의 산(Teufelsberg)과 서울 난지도 관련 아카이브 자료를 담았다.

악마의 산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베를린 시내에서 나온 건물 잔해와 전쟁 폐기물로 만들어진 인공 언덕이다.

난지도는 빠르게 성장하는 서울에서 1978년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돼 15년간 각종 산업폐기물과 건설 폐자재, 생활 쓰레기 등이 매립된 곳이다.

작가는 "바벨탑이나 악마의 산, 난지도 모두 전체주의의 결과로 생성된 인공물"이라며 "역설적으로 이곳에서부터 다양성이 회복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나현 작 '포모사 프로젝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4일 서울 연희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 전시 된 나현 작 '포모사 프로젝트'. 2026.3.24. laecorp@yna.co.kr

이 밖에도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대만 원주민 이야기를 담은 '포모사 프로젝트'와 쿠바에 정착한 한국 이주민 역사를 담은 '나현 보고서-민족에 관하여' 등도 볼 수 있다.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나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인문학부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과 하종현 미술상,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상 시각부문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로도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옥스퍼드대학교를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4월 19일까지.

작가 나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작가 나현이 24일 서울 연희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3.24. laecorp@yna.co.kr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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