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파묘'·'왕사남'…극장, 공동체 의식 공유 광장으로 [무비노트]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이제 한국의 대중은 공동체적 경험을 공유하고 싶을 때 극장을 찾는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누적관객수 1500만 명을 돌파하며, 침체된 한국 영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팬데믹 후 사망 선고를 받은 멀티플렉스 시장에서 한국 영화 사상 매출 1위를 기록한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이 전환점을 맞았음을 말해준다.
콘텐츠가 물품으로 취급되는 시대, '왕사남'은 가치가 있다면 그래도 관객은 극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특히 나와 내 가족들, 내가 발 딛고 선 공동체의 가치를 묻는 작품은 '동반 관람'을 통해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새로운 소비 욕구가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경험에 대한 욕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바로 '입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후, 1000만 이상의 관객의 선택을 받은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다. 극장이 '사회적 광장'의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2023년 말 1,3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은 독재 정권의 비극을 조명, 현 세대가 당연한 마냥 누리는 민주주의 체제가 불과 내 윗 세대, 아버지와 어머니의 처절한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
2024년 초 1191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파묘'는 어떠한가. 청산하지 못한 일제강점기의 잔재들을 쇠말뚝과 혼령에 비유, 후손인 관객들에게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숙제가 있음을 일깨웠다. 잠시나마 사회적 논의도 활발했다.
'왕사남' 역시 그 궤를 같이한다. 단종의 비극적인 죽음을 체험한 관객들은 역사를 날 것처럼 생생히 느끼며, 조선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는 담론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관객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공동체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가족 세대 관람이 유독 많았던 '왕사남'이 만약 OTT를 통해 공개됐다면 어땠을까. 각 세대가 느낄 수 있는 공동체적 경험에 대한 밀착감은 부족했을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왕사남'의 흥행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24일 기준, 누적 매출액 약 1433억 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역대 국내 개봉작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기존 1위였던 '극한직업'(1396억 원)을 넘어선 수치다. 당분간은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왕사남'은 고사 위기에 처했던 투자 시장에 강력한 '심폐소생술'이 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수익률이 -30%대에 머물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던 상황에서, '왕사남'은 손익분기점(260만 명)의 5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자본의 흐름을 다시 극장으로 되돌리고 있다. 특히 대형 투자 배급사들이 라인업을 축소하던 '홀딩' 전략에서 벗어나 다시금 공격적인 기획에 나설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왕사남' 단 한 편의 흥행이 영화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고질적인 문제지만, 초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다. 영화 '만약에, 우리'와 같은 작품들이 선전한 사례가 있지만, 중소 규모 영화들의 생태계는 여전히 위태롭다. 그럼에도 '왕사남'의 흥행은 제작 시장에 영향을 줄 중요한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 반드시 극장에서 체험해야만 하는 기획의 당위성을 확보한 작품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서울의 봄'이 남긴 부채감과 '파묘'가 일깨운 숙제, 그리고 '왕사남'의 울림까지 관객은 "왜 이 돈과 시간을 들여 극장에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는 작품에만 응답하고 있다. 물론 관람의 기본 욕구인 '즐거움'에 대한 욕구가 충족될 때도 기꺼이 극장을 찾는다. 2024년 1150만 관객을 모은 '범죄도시4'와 올해 초 657만 관객을 모은 외화 '아바타 불과 재'가 대표적이다.
분명한 건 한국의 관객들이 우리의 역사를 재구성한 이야기를 '극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관람하고 싶어'하는 소비 패턴을 보여준 건 유독 포스트 코로나 후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왕사남'이 던진 화두는 명확하다. 관객은 여전히 극장을 사랑한다. 다만 그 작품이 '타인과 함께 관람을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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