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카즈베기에서 만난 나의 '화양연화' [독자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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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남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흑해와 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
고대 그리스 신화가 깃들인, 코카서스산맥에 신과 인간의 경계를 이루는 카즈베기산이 있다.
'몹시 추운 봉우리'란 뜻의 카즈베기는 조지아의 돌로미테로 불린다.
지난해 늦가을 코카서스 3국(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바로 조지아 카즈베기 트레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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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남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흑해와 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 고대 그리스 신화가 깃들인, 코카서스산맥에 신과 인간의 경계를 이루는 카즈베기산이 있다. '몹시 추운 봉우리'란 뜻의 카즈베기는 조지아의 돌로미테로 불린다.
지난해 늦가을 코카서스 3국(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바로 조지아 카즈베기 트레킹이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다녀왔는데 '신이 빚은 코카서스의 숨은 비경'이란 말이 실감 되는 순간이었다.
첫째날
첫날은 코카서스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스위스풍의 산간마을 구다우리에서 숙박을 하고 러시아와 조지아를 잇는 군사도로를 따라 버스로 이동하는데, 가는 길 옆 산자락에서 몽글몽글 양떼들이 모여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주타마을에 도착해서 미니밴으로 갈아타고 카즈베기산으로 올라갔다. 구불구불 아찔아찔한 좁은 길을 능숙한 솜씨로 운전하는 기사가 신나는 조지아 음악을 틀어 주며 흥을 돋운다. 그리고 14세기 해발 2,178m에 건립된 게르게티 사메바 교회(일명 삼위일체 교회)에 도착했다. 이곳은 조지아인들의 정신적 공간으로 구소련 시대 종교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곳만은 예배가 가능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수공사 중이라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만년설로 덮인 카즈베기산을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다. 정상(5,054m) 등정은 이곳에서 시작되는데 알파헛 산장, 메테오 산장이 위에 있다. 오늘은 그저 카즈베기의 겉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둘째날
다음날은 마침 추석인데 전날 밤 산장에서 보름달을 보고 아침 일찍 출발해 다시 카즈베기로 향했다. 오늘은 코스를 바꾸어 지프차를 타고 비포장 산길을 달리며 카즈베기의 속살을 들여다보았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계곡의 맑은 물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마치 설악산에 와 있는 듯하고 멀리 설산이 보일 때는 히말라야를 보는 듯했다.
가던 중 소 떼를 만나 길을 비켜주기도 하면서 어느 지점에서 내려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빙하수가 녹은 개울의 다리를 건너 언덕 위로 오르니 산마루 돌탑 위에 조지아 국기가 펄럭인다. 그리고 고봉 위로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설산이 더 가깝게 보인다. 한동안 주변 산세에 취해 이 순간이 나의 '화양연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쯤 더 가다 탄산수가 솟아오르는 산중 작은 연못에 도달했다. 손을 담그니 시릴 정도로 차다. 물이 흘러간 자리는 붉게 물들어 있다. 이쯤에서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구다우리전망대에서 카즈베기산을 뒤돌아보니 이런 곳이 바로 극락세계가 아닐까 싶었다.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카즈베기 트레킹이었다.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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