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막으려…뉴욕타임스는 기자들 가족 투자까지 관리한다
해외 주요 언론사의 경제적 투자 관련 윤리규정 살펴보니
언론계 선행매매 사건 이후 "이해충돌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달 한국경제신문 직원들이 취재 정보를 이용해 주식 매매에 나섰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선행매매 사건이 불거지며 지난달 회사 압수수색이 벌어졌고, 사장은 사퇴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은 신문제작부서 임직원의 국내 주식 단기 매매를 금지했다. 앞으로는 6개월 이상 장기 보유만 가능하고, 장기 투자 목적이어도 1년에 두 차례 거래·보유 내역을 회사에 제출토록 했다. 가족과 친인척, 지인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유도하는 행위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담당자·데스크는 국내 발행 코인을 보유할 수 없게 했다.
해외에서는 기자들의 주식 매매를 어떻게 통제하고 있을까. 주식 투자를 허용한다면 어디까지 허용하고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4일 발표한 '미디어브리프-해외 주요 언론사의 경제적 투자 관련 윤리규정'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 BBC,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미권 주요 언론사 역시 취재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규제 적용 대상을 '모든 직원'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BBC는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PD, 진행자, 프리랜서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뉴욕타임스 등은 기자의 가족, 동거인의 투자 현황까지 관리한다.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가족이나 지인이 특정 기업과 연관이 있을 경우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사안에 따라 업무 배제 조치가 이뤄진다. 뉴욕타임스에선 기사와 관련된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예컨대 건강 담당 기자는 제약회사에 투자할 수 없다. 고위 간부는 자사주 외의 개별 주식 보유를 전면 금지한다. 특히 뉴욕타임스과 워싱턴포스트는 실제 이해충돌뿐 아니라 이해충돌로 보일 수 있는 상황도 회피하도록 규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사 공개 후 최소 3거래일까지 거래를 제한했다. AP통신에서는 시장 담당 기자의 기업 주식 보유가 금지다. BBC에선 방송 전 획득한 금융 정보를 통한 거래를 '내부자 거래'로 규정하고 형사 처벌을 경고하고 있다.
언론재단은 해당 보고서에서 “해외 주요 언론들은 업무 과정에서 획득한 정보를 기자의 개인 자산이 아닌 보안이 요구되는 공적 자산으로 규정함으로써, 인적·관계적·시간적 범위를 아우르는 촘촘한 윤리적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월스트리트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얻은 정보나 아직 보도되지 않은 기사 내용을 기밀 정보로 정의하고 “가족, 사업 관계자, 지인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공개해서는 안 되고 논의해서도 안 되며, 누군가 엿들을 수 있는 장소에서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했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은 옵션, 선물, 공매도 등 보도 내용에 따른 단기 변동성을 이용한 투기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특히 AP통신은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과 같은 단기 매매 자체를 지양하라고 명시했다. 물론 모든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기자의 개별 주식 보유는 엄격히 제한하지만, 분산형 뮤추얼 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 국채 등의 보유는 허용한다. 가디언은 주식 보유 자체를 금지하지 않되, 기자가 투자한 기업을 직접 취재하게 될 경우 이해충돌 여부를 편집자가 사전에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BBC 금융 저널리즘 지침은 금융 기자가 보유한 모든 주식, 증권, 금융상품, 사업적 이해관계를 인사팀과 부서장에게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해충돌이 발생할 경우 다른 기자에게 취재를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P통신은 기자의 투자 자산이 취재와 충돌할 경우 자산 매각 또는 투자 활동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1년 내 처분을 명시했다. 이는 규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에선 이해충돌 소지가 발견되면 취재 배제 및 업무 재배치와 함께 자산 매각 요구도 가능하다.
미국 증권거래법과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기자는 '미공개 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전달해 거래를 유도할 경우, 이는 명백한 내부자 거래에 해당한다. 언론재단은 “국내 언론사도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규제의 적용 범위와 투자 허용 기준, 신고 및 취재 배제 절차 등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이는 언론 보도와 금융 시장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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