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치 소용돌이에 빠진 대구… “민주당으로 확 바까뿔라”
민주당은 김부겸 전 총리 출마 ‘군불 떼기’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힘·민주 TK 지지율 동률
지난 23일 오전 9시 대구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국민의힘 대구시당으로 가자고 했더니 택시기사 양모씨는 대뜸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장동혁이가 고집이 너무 쎈 것 같다. 왜 윤석열 미련을 가져서 답답하구로 저러나. 대구에서 국민의힘은 분위기 썰렁합니다. 찬밥 신세입니다”라고 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양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국민의힘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안되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대구시당에 도착해 택시비를 내려고 하자 양씨는 “그래도 찍을 때는 ‘이번에도 한 번 더’ 이런 식 아닙니까. ‘결국은 국힘을 도와줘야 않겠나. 박절하게 우예 그래 하겠나’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이 좀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대구 정치 풍향계 서문시장 “민주당 찍으면 예산 10원이라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에서 1, 2위를 다투던 이들이었다.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던 대구의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대구·경북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률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구를 찾는 정치인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서문시장을 가보니 이런 변화가 단순한 숫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문시장은 대구 토박이 중장년층의 속내를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젊은이가 많은 동성로나 중산층이 모여 있는 수성구 일대보다 보수 지지세가 강하다. 반대로 서문시장이 바뀌면 대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문시장에서 분식집을 하는 A씨는 “국민의힘은 맨날 자기끼리 싸우기만 하고 너무 못하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찍어주자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인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하며 “내가 절에 다니는데 절에서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며 “말씀도 조용조용 잘 하고 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약재를 파는 B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해 “경제가 이리 어려운데 니편 내편이 어딨노”라고 했다. 원단 장사를 하는 C씨도 “이번에는 민주당으로 확 바꿔뿔라고 한다”면서 “나도 정청래 보면 기분 나빠지고 갑자기 울화통이 치미는데, 그래도 이번 판에 싹 다 바꿔야 된다”고 했다.
약초를 파는 김모씨는 “이진숙, 최은석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정말 김부겸 찍는다”면서 “민주당 찍으면 하다못해 예산이라도 10원 하나라도 더 따갖고 올 거 아니냐”고 했다. 이어 “전에는 나이 70, 80 먹은 어르신 분들은 그래도 국민의힘 찍어야지 하는 게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분들도 민주당은 못 찍겠고 그냥 투표 안 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50대 직장인 김모씨도 김부겸 전 총리를 찍겠다고 했다. 김씨는 “그동안 노인네들이 국민의힘만 밀어줬는데 대구가 전국 대도시 중에 꼴찌가 됐다”며 “이거는 반성을 해야 될 문제다. 계속 밀어주니 대구시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금 대구 제조업은 최악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세 번은 엎어야 정신 차릴 것”이라며 “7080은 여전히 주호영 뽑겠다고 하지만, 내 또래인 5060은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인물만 놓고 보면 (국힘 후보 중에) 김부겸이랑 붙어서 이길 사람 없다”고 했다.
◇“주호영 무소속 출마는 글쎄…“, 이진숙엔 극과극 반응, ”최은석은 잘 모르겠는데"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세대 교체와 기업인 출신후보를 언급하면서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낸 최은석 의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구시민들에게 물어봤더니 최은석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D씨는 최 의원에 대해 “초선은 명함도 못 내미는 바닥인데 놀랐다”며 “대구 국회의원 중에는 돈이 제일 많다고 하더라”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여러 상인들은 최 의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반응이 많았다.

주호영 의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서문시장 상인 E씨는 “무소속으로 나오면 안 그래도 힘든데 표가 나뉘어서 될까 모르겠다”며 “사실 대구시장 선거에 국회의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상인은 “6선까지 했으면 이제는 그만 해도 된다”고 했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에 대해서는 극과 극의 반응이 많았다. 대구 동구 주민 김모씨도 “여론조사 1위를 어떻게 바로 꺾어버리느냐”며 “이진숙이 새 얼굴로 제일 괜찮은 후보”라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E씨도 “이진숙이 추진력도 있어 보이고 말도 잘 하고 괜찮다”며 “다른 후보들은 너무 흐지부지하다”고 했다.
반면 서문시장 상인 김모씨는 “이진숙은 대구에서 뭘 했느냐”며 “차라리 의리파인 유영하가 낫지 않나”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약초를 파는 김모씨도 “이진숙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솔직히 행정가도 아니고 대구시장을 시켜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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