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치 소용돌이에 빠진 대구… “민주당으로 확 바까뿔라”

이건 기자 2026. 3. 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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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이진숙 컷오프, 국힘 대구시장 공천 놓고 잡음
민주당은 김부겸 전 총리 출마 ‘군불 떼기’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힘·민주 TK 지지율 동률

지난 23일 오전 9시 대구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국민의힘 대구시당으로 가자고 했더니 택시기사 양모씨는 대뜸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장동혁이가 고집이 너무 쎈 것 같다. 왜 윤석열 미련을 가져서 답답하구로 저러나. 대구에서 국민의힘은 분위기 썰렁합니다. 찬밥 신세입니다”라고 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양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국민의힘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안되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뉴스1

기자가 대구시당에 도착해 택시비를 내려고 하자 양씨는 “그래도 찍을 때는 ‘이번에도 한 번 더’ 이런 식 아닙니까. ‘결국은 국힘을 도와줘야 않겠나. 박절하게 우예 그래 하겠나’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이 좀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대구 정치 풍향계 서문시장 “민주당 찍으면 예산 10원이라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에서 1, 2위를 다투던 이들이었다.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던 대구의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대구·경북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률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월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국수골목을 찾아 상인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뉴스1

대구를 찾는 정치인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서문시장을 가보니 이런 변화가 단순한 숫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문시장은 대구 토박이 중장년층의 속내를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젊은이가 많은 동성로나 중산층이 모여 있는 수성구 일대보다 보수 지지세가 강하다. 반대로 서문시장이 바뀌면 대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문시장에서 분식집을 하는 A씨는 “국민의힘은 맨날 자기끼리 싸우기만 하고 너무 못하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찍어주자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인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하며 “내가 절에 다니는데 절에서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며 “말씀도 조용조용 잘 하고 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약재를 파는 B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해 “경제가 이리 어려운데 니편 내편이 어딨노”라고 했다. 원단 장사를 하는 C씨도 “이번에는 민주당으로 확 바꿔뿔라고 한다”면서 “나도 정청래 보면 기분 나빠지고 갑자기 울화통이 치미는데, 그래도 이번 판에 싹 다 바꿔야 된다”고 했다.

약초를 파는 김모씨는 “이진숙, 최은석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정말 김부겸 찍는다”면서 “민주당 찍으면 하다못해 예산이라도 10원 하나라도 더 따갖고 올 거 아니냐”고 했다. 이어 “전에는 나이 70, 80 먹은 어르신 분들은 그래도 국민의힘 찍어야지 하는 게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분들도 민주당은 못 찍겠고 그냥 투표 안 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작년 4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50대 직장인 김모씨도 김부겸 전 총리를 찍겠다고 했다. 김씨는 “그동안 노인네들이 국민의힘만 밀어줬는데 대구가 전국 대도시 중에 꼴찌가 됐다”며 “이거는 반성을 해야 될 문제다. 계속 밀어주니 대구시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금 대구 제조업은 최악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세 번은 엎어야 정신 차릴 것”이라며 “7080은 여전히 주호영 뽑겠다고 하지만, 내 또래인 5060은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인물만 놓고 보면 (국힘 후보 중에) 김부겸이랑 붙어서 이길 사람 없다”고 했다.

◇“주호영 무소속 출마는 글쎄…“, 이진숙엔 극과극 반응, ”최은석은 잘 모르겠는데"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세대 교체와 기업인 출신후보를 언급하면서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낸 최은석 의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구시민들에게 물어봤더니 최은석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D씨는 최 의원에 대해 “초선은 명함도 못 내미는 바닥인데 놀랐다”며 “대구 국회의원 중에는 돈이 제일 많다고 하더라”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여러 상인들은 최 의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경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주호영 의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서문시장 상인 E씨는 “무소속으로 나오면 안 그래도 힘든데 표가 나뉘어서 될까 모르겠다”며 “사실 대구시장 선거에 국회의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상인은 “6선까지 했으면 이제는 그만 해도 된다”고 했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에 대해서는 극과 극의 반응이 많았다. 대구 동구 주민 김모씨도 “여론조사 1위를 어떻게 바로 꺾어버리느냐”며 “이진숙이 새 얼굴로 제일 괜찮은 후보”라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E씨도 “이진숙이 추진력도 있어 보이고 말도 잘 하고 괜찮다”며 “다른 후보들은 너무 흐지부지하다”고 했다.

반면 서문시장 상인 김모씨는 “이진숙은 대구에서 뭘 했느냐”며 “차라리 의리파인 유영하가 낫지 않나”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약초를 파는 김모씨도 “이진숙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솔직히 행정가도 아니고 대구시장을 시켜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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