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구단 첫 개막 4연승’ 서울·수원, 전방 압박은 닮은꼴 서로 다른 득점 레시피…관객몰이로 ‘두 지붕’ 슈퍼매치

박효재 기자 2026. 3. 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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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김기동 감독이 지난 22일 광주FC전 5-0 대승 이후 팬들 앞에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한때 K리그 최고의 더비 ‘슈퍼매치’를 펼쳤던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같은 경기장에서 격돌하는 대신, 각자의 리그에서 구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서울은 K리그1에서, 수원은 K리그2에서 나란히 창단 첫 개막 4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전방 압박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두 팀이, 관중석까지 꽉 채우며 ‘두 지붕 슈퍼매치’를 벌이고 있다.

두 팀의 축구는 출발점이 같다. 최전방부터 상대 빌드업을 흔들어 볼을 빼앗고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골을 만드는 방식은 뚜렷하게 갈린다.

FC서울은 김기동 감독 3년 차를 맞아 4-2-3-1을 기본 틀로 전방 압박이 팀 전체에 체화됐다. 원톱 클리말라가 상대 센터백을 쫓아가면 상대는 급해진다. 볼을 오래 들고 있을 수 없으니 어딘가로 빨리 넘겨야 하는데, 패스를 받으러 내려온 미드필더에게도 서울 선수가 이미 붙어 있다. 결국 상대의 패스가 짧아지거나 부정확해지는 순간에 안데르손, 조영욱, 송민규 등 2선 공격진이 볼을 끊어내거나 수비 라인 사이로 파고들며 곧장 골문을 향한다.

수비 라인을 하프라인 위까지 끌어올려 상대의 첫 패스 루트 자체를 차단하는 조직력도 맞물린다. 볼을 뺏으면 곧장 측면으로 전환하고, 풀백 김진수, 최준의 크로스에 클리말라와 2선 자원이 골문 앞으로 쇄도하는 측면 전환 후 침투 마무리가 서울의 득점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2일 광주전 5-0 대승에서 클리말라의 멀티골, 2007년생 손정범의 프로 데뷔골이 모두 이 구조 안에서 나왔다.

수원 삼성은 1부 광주FC에서 지략가로 이름을 떨친 이정효 감독을 데려와 팀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기본 틀은 4-3-3이지만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한다. 압박의 핵심은 공이 있는 곳에 항상 수적 우위를 만드는 것이다. 상대에게 찰싹 붙어 시야를 차단하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볼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상대가 공을 잡고 돌아서서 플레이할 여유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는 근육 경련이 날 정도로 지친다.

수원 삼성 이정효 감독이 지난 14일 전남 드래곤즈전 승리 후 선수들과 함께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빌드업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보통 팀은 수비 라인으로 내려와 공격을 연결하는 선수가 고정돼 있는데, 수원은 정호연, 박대원, 고승범 중 누가 내려오든 빈자리를 다른 선수가 즉시 메우며 같은 형태의 빌드업을 만든다. 빈자리를 채울 때 상대 수비를 한 명씩 끌고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공간이 벌어진다. 여기에 브루노 실바의 탈압박 능력이 더해지면 위협이 배가된다. 김해전 두 번째 골이 상징적이다. 실바가 중원에서 수비수 네 명을 차례로 벗겨내자 수비가 쏠렸고, 반대쪽 헤이스가 빈 공간을 쇄도해 들어가 골을 완성했다.

이정효 감독의 과감한 로테이션도 수원의 무기다. 선수가 바뀌어도 압박 강도와 유기적인 빌드업은 변하지 않는다. 4경기 8득점 1실점에 3연속 클린시트, 김준홍 골키퍼의 선방까지 겹쳐 K리그2에서 체급 차를 보여주고 있다.

전술적 완성도만큼 인상적인 건 관중석이다. 두 팀의 시즌 최다 관중은 고작 51명 차이다. 서울은 광주전에서 2만4122명으로 2026시즌 K리그1·2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을 찍었고, 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이랜드와의 홈 개막전에 2만4071명을 끌어들이며 K리그2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K리그 전체 개막 라운드 관중 15만2645명이라는 역대 최다 기록도 두 팀의 힘이 컸다. 수원-서울 이랜드전은 K리그2 개막 라운드 관중의 약 32%를 책임졌다. K리그2 관중 자체가 전년 대비 98.4% 늘어난 배경에 이정효 체제 수원이 핵심 역할을 했다.

과거 같은 리그에서 맞붙으며 관중을 끌어모았던 두 팀이 이제는 각자의 무대에서 흥행을 이끈다. 서울은 43년 만의 개막 4연승으로 ‘서울의 봄’을 만끽하며 프리미어리그 맨유 출신 에이스 제시 린가드가 빠진 공백까지 메웠고, 수원은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 좌절 이후 스쿼드를 재편해 올해 반드시 승격한다는 확신을 팬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1부 선두를 향해 달리는 서울, 승격만을 바라보는 수원. 서로 다른 리그, 서로 다른 목표지만 전방 압박이라는 같은 철학 위에서 관중석을 가득 채우며 K리그 흥행의 쌍두마차로 달리는 모습 자체가 새로운 ‘슈퍼매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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