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특사경 ‘초읽기’...의협 “검사 통제 부재로 폭주 우려”

이재원 기자 2026. 3. 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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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건보공단 특사경법 관련 최신 공식 입장 전달
공소청법 통과로 검사 특사경 통제권 부재도 우려..."권한 남용 될 것"
“재정관리 기관에 수사권까지” 권한 집중·과잉입법도 비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다수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오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알려진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제도 도입의 위헌성·과잉성·실효성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신설 법안 통과에 따라 검사의 특사경 통제권이 사라지면서, 공단 특사경 권한 남용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의협은 공소청 신설로 검사의 특사경 수사지휘권이 폐지됨에 따라, 공단 특사경의 권한 남용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국회에는 현재 8개의 관련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 범죄에 한정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조사와 수사를 연계해 단속 효율을 높이고, 신속한 수사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24일 공식 입장을 통해 "공단 특사경 도입은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형사사법체계의 기본 원칙과 권력 구조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확대와 관련해 "무분별한 특사경 권한 확장은 국민의 기본권과 법익 보호 취지에 역행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의협은 우선 특사경 제도의 본래 취지가 검사·경찰이 아닌 자에게 예외적으로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기관 확대와 함께 특사경 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오히려 국민 기본권 침해와 일반 사법경찰의 업무영역 침범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제수사권과 관련해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의협은 "특사경은 체포·구속,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수행할 수 있어 형사소송법 등 절차법에 대한 높은 이해가 요구된다"면서도 "대부분 특사경은 수사 경험과 법률 지식이 부족하고, 인권 보호 중심의 교육훈련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의 임의조사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강제수사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며 "인권의식과 법률소양 부족에 따른 비전문적 수사와 공권력 남용,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장주의 훼손 가능성도 주요 비판 지점으로 제시됐다. 의협은 "특사경은 긴급체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가능하다"며 "공단이 기존의 현지조사 권한에 더해 특사경 권한까지 갖게 될 경우, 강제수사를 빌미로 의료기관 관계자를 압박해 영장 없이 자료 제출을 유도하는 등 헌법상 영장주의를 잠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사무장병원 여부가 외관상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 광범위한 단속이 이뤄질 경우, 무죄추정 원칙이 훼손된 채 무제한적 '투망식 수사'로 이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정당한 진료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공단의 권한 비대화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의협은 "공단 특사경이 수사 과정에서 법정 범위를 넘어서는 혐의를 인지할 경우, 공단 내부 조직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등과 연계해 우회적으로 조사·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며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이러한 절차 진행 자체를 인지하기 어려워 방어권 행사에도 심각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긴급성도, 불가피성도 없다…의협 "비공무원 특사경 확대, 입법 취지 역행"
사진=대한의사협회

의협은 비공무원 특사경 권한부여의 긴급성(불가피성)도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비공무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부여는 현행법상 일부 존재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인 예외 상황에서만 허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특사경 권한이 부여된 비공무원 사례를 보면 국립공원관리공단 임직원은 국립공원 내 경범죄, 기장·선장은 항공기 및 선박 내 범죄, 금융감독원 임직원은 시세조종 등 금융범죄, 민영교도소 직원은 교정시설 내 범죄 등으로 한정된다.

이들 사례는 공통적으로 일반 사법경찰의 즉각적인 접근이 어려운 공간적·물리적 제약이 존재하거나, 현장에서 즉시 범죄를 인지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피해 확산을 막기 어려운 긴급성과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는 점에서 예외적으로 수사권이 부여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러한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인정되지 않는 영역까지 비공무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 반할 뿐 아니라 수사권 오남용 우려를 키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사무장병원 단속이 이뤄지는 의료 분야는 국립공원, 항공기·선박, 교정시설과 같이 물리적으로 고립된 공간이 아니며, 경찰력 접근 또한 용이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동일 선상에 놓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보건복지부 특사경과 경찰 전담수사팀, 지자체 사법경찰단 등이 관련 수사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별도의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할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은 부족하다는 논리다.

또한 기존 비공무원 특사경 부여 사례는 모두 해당 분야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전제로 그 연장선에서 수사권이 부여된 구조인 반면, 건강보험공단은 의료기관과의 진료비 지급을 둘러싼 채권·채무 관계에 있는 기관으로 본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울러 장소적 제약 등 일반 사법경찰의 접근이 곤란한 예외적 사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단에 대한 특사경 권한 부여는 기존 입법 취지와도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의협은 건보공단 특사경이 "법 이념에 반하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의협은 우선 사무장병원 등 의료기관·약국의 불법 개설 행위가 궁극적으로 형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로 귀결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경우 공단은 피해자 지위에 놓이게 되는데,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는 구조는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또한 공단이 건강보험 수가계약의 당사자로서 급여 관련 방대한 데이터를 집적·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의협은 "모든 정보를 보유한 기관이 동시에 수사권까지 행사하는 것은 '정보와 수사의 분리'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형식적으로 행정조사와 수사를 구분하더라도 동일 조직 내부에서의 정보 공유 및 공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단 특사경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실제로는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법 이념에 반하는 권한 행사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에서도 우리나라 특사경 제도의 과도한 확대를 문제 삼았다. 의협은 "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우 특사경 유형이 20~30여 개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50여 종류에 달한다"며 "중앙행정기관 40여 곳 중 절반 수준인 20여 개 기관에 특사경이 설치돼 있는 등, 해외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특사경이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구조에서 공단 특사경까지 추가될 경우 제도 남용과 권한 비대화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도 도입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검찰 통제 사라지는 특사경…공단 수사권 '견제 공백' 우려 확산

사법체계의 큰 변화도 공단 특사경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중이다. 건강보험공단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과 관련해, 모든 수사가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만큼 무고한 의료기관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사권 남용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6년 3월 20일 검찰청 폐지와 함께 기소 기능만을 담당하는 공소청 신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부터는 기존 검찰이 보유하던 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폐지될 예정이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특사경은 본질적으로 수사 전문 인력이 아닌 만큼 체포·구속,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우려가 존재하며, 이를 통제하기 위한 검사의 지휘·감독은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이번 법 개편으로 이러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마저 사라지게 되면서 권한 비대화와 수사권 오남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특사경의 실무 역량 역시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3년 대구지검 영덕지청 전수점검 결과, 특사경이 송치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사건 158건이 공소시효(5년)를 넘겨 처리된 사례가 확인되며 전문성 부족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국 특사경 2만 159명 중 80% 이상이 3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미숙련 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같은 해 송치된 피의자 8만 6029명 가운데 실제 기소로 이어진 인원은 3만 7754명(43.9%)에 그쳐 수사의 정밀도 또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검찰청 폐지 이후 특사경을 통제할 새로운 지휘·감독 체계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보험공단 특사경 신설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 부적절하며, 제도 도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협은 강조한다.

"탈경찰화 취지 훼손·조직 비대화 우려"…공단 특사경 '근본 재검토' 요구

이외에도 의협은 "특사경은 본래 국가의 물리력을 가진 경찰권을 행정기관에 분산하는 '탈경찰화'와 밀접한 개념"이라며 제도 확대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사법경찰권을 수사 전문가가 아닌 직무 전문가에게 부여함으로써 수사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직무 범위와 관련해 일반 사법경찰과의 권한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 분야와 관련해서는 이미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 특사경을 통해 의료 관련 단속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현행법에 충분히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사무장병원 단속을 이유로 공단 특사경을 별도로 도입할 법적 당위성은 부족하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에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단의 특사경 권한 요구 배경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의협은 "공단 임직원의 특사경 권한 요구는 결국 조직 권한 확대와 규모 비대화를 위한 의도가 내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도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건강보험 재정이 오는 2042년 83조원 적자, 2028년 누적 준비금 소진이 예상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필요한 것은 조직 확대가 아니라 슬림화와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단의 방만한 운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특사경 권한까지 추가될 경우 조직과 인력의 비대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혈세 낭비와 국가재정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속 확대 아닌 사전 차단이 해법"…의협, 사무장병원 대응 '자율정화 제도 개선' 촉구

대한의사협회는 사무장병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특사경 권한 확대가 아닌 제도 개선과 사전 차단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우선 "사무장병원 문제의 본질은 조사권한 부족이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 단계에서 불법 여부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는 구조적 허점에 있다"며 "의료생협 등 제도가 불법 개설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점도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인단체 중심의 사전 검증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의협은 "의료기관 개설 시 의료인 단체 중앙회 및 지부를 반드시 경유하도록 하는 사전 감시체계를 도입해 실질적 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의협 전문가평가단'의 제도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사무장병원 단속 및 대응을 수행 중인 전문가평가단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개인정보 처리 및 조사권한을 부여해 의료계 자율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단속체계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 특사경팀의 인력을 보강하고, 지자체 특사경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자진 신고를 유도하는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협은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는 기관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감면 또는 면제함으로써, 의료계 내부의 자정 기능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