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벌이는 치유의 굿판…한대음 ‘올해의 음반’ 수상한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추다혜 인터뷰

서현희 기자 2026. 3. 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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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프론트퍼슨 연대기 : 밴드 붐 가운데 선 여자들]
(2) 밴드 추다혜차지스 추다혜
‘밴드붐’이 돌아왔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음원 차트에서도 록페스티벌 현장에서도 ‘프런트퍼슨’ 이라고도 불리는 여성 보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우림, 체리필터, 터치드, 새소년, 추다혜차지스 등은 여성 프런트퍼슨이 이끌고 있다. 과거 ‘밴드의 꽃’ 으로만 여겨졌던 여성들의 역할은 무대와 사운드 등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재정의됐다. <2026 프론트 퍼슨 연대기>는 현 시대 여성 음악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록 씬을 기록한다.
2026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보컬 추다혜가 1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하고자 하는 일에서는 뒤를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적 소수자인 저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자격지심을 느끼지도 않아요. ‘나는 나대로’ 이렇게 살고 싶어요.”

지난해 대중음악계에 가장 선명한 발자취를 남긴 밴드를 꼽는다면 아마 ‘추다혜차지스’일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인 무가(巫歌)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낯설다. 2020년 발매된 정규 1집의 타이틀은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다. 무가에 레게, 재즈, 힙합, 펑크(funk), 댄스, 록 등 다양한 서양음악 장르가 섞여 있는 이들의 음악은 낯선 만큼 신선하며, 정교하고 아름답다.

특히 프론트 퍼슨 추다혜(41)의 선명하고 시원한 목소리는 이들의 음악을 더 압도적으로 만든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추다혜는 “저희에게는 ‘전통음악을 알리자’ 등의 대의가 없다. 무가라는 장르가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고 좋으니, 무가가 가진 치유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야 ‘펑키’(funky)하게 또 신선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재미있어서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장르적 구분을 거부하는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 밴드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추다혜가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소수민족컴퍼니 제공

그는 무대 위 자신을 ‘가짜 무당’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추다혜는 무대위에서 독특한 깃털 머리 장식을 쓰고, 무령(巫鈴·무당이 굿하거나 점칠 때 쓰는 방울)을 든채 온몸을 다해 노래한다. 추다혜차지스는 이러한 장르적 혼합을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라고 규정한다.

즐기면서 노래를 부른다지만 대중의 ‘낯섦’을 견디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이게 뭐야?’ ‘방울은 왜 흔들어?’같은 표정도 봐야 하죠. 생소한 음악이다 보니 싸한 관객석을 받아들이는 것도 일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그러거나 말거나 노는 거예요. 현장에서는 ‘복 못 받아 가면 손해고요’라고 말하거든요. 멤버들은 ‘괜찮냐’며 위로해 주는데, 굿 음악을 해서 그런지 딱히 주눅 들진 않아요. 대중이나 관객 없이는 음악 못한다지만, 결국에는 제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다만 그는 추다혜차지스의 음악이 대중적으로나 비평적으로 갈수록 인정받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발매한 정규 2집 <소수민족>은 발매와 동시에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지난달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수록곡 ‘허쎄’는 ‘최우수 알앤비&소울’상을 받았다.

“올해의 음반으로 호명 됐을 때 정말 기쁘고 놀랐죠. 대중음악 씬 안에서 전통 음악은 너무 소수고 무가는 더욱 생소하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어요.” 그는 “크로스오버나 퓨전 같은 단어에 밴드를 가둬두고 싶지 않았다”며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2집을 두고는 “5년간 국내나 해외 공연 등 여러 라이브를 멤버들과 함께 하며 서로의 코드를 몸으로 익히게 되면서 (1집보다) 음악적 완성도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26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보컬 추다혜가 1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추다혜는 고등학생 시절 연기자를 꿈꿨다.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배웠던 민요를 계기로 서울예술대학 국악과에 진학했고, 같은 대학 동문인 소리꾼 이희문의 제안으로 퓨전 국악 밴드 ‘씽씽’에 2014년 합류했다. 밴드 사운드와 국악의 조화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나만의 음악을 한다면 밴드를 하겠다’ 마음먹게 된 것도 씽씽의 영향이 컸다. 우연히 접한 무속인들의 음악에 빠져든 그는 2016년부터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황해도. 제주도 무가 등 굿음악을 전수 받았다.

“민요를 정식으로 배운 건 4년밖에 안 돼요. 대부분 평생 전수를 받으니, 제가 아웃사이더인 셈이죠. 하지만 배움 밖에서 이런저런 변형을 시도해보는 게 즐거웠어요. 기본발성을 기본으로 마음대로 노래해요. 박자와 리듬을 바꾸고 춤도 추고. 이제는 제 이름을 단 밴드를 하니 날개 돋친 듯이 원하는 걸 다 해보고 있습니다.”

밴드 추다혜차지스. 소수민족컴퍼니 제공

추다혜가 걸어온 길 만큼 밴드 구성원의 이력도 화려하다. 인디 씬에서 인정받은 실력자들이라 “추다혜가 홍대에서 잘하는 애들을 다 쓸어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시문은 미국 버클리음악대학에서 재즈기타를 전공했고, 드러머 김다빈과 베이시스트 김재호는 동아방송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시문과 김재호는 ‘김오키뻐킹매드니스’의 밴드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추다혜는 “서로 겪은 음악적 배경은 모두 다르고 또래다 보니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음악적 지향점만큼은 비슷하다”며 “각자 추구하는 가장 마이너한, 소수자 적인 음악을 밴드 안에서 200% 발휘하고 있다. 그 점에서 서로 이견이 없어 음악을 들으시는 분도 조화롭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6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보컬 추다혜가 1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추다혜차지스 음악의 또 다른 매력은 ‘말맛’있는 가사에 있다. “요거보라 요거나보라 풀령갑서 거덩갑서 조차들고 조차나며 풀령갑서 거덩갑서”(‘허쎄’ 중) 처럼 전통 무가의 가사를 변형하고 사투리를 직접적으로 빌리는 등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들의 곡 대부분은 추다혜가 적어온 가사에 멤버들이 즉석 연주를 붙이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가사는 100% 제가 만들어와요. 구술 자료에서 발췌하거나 무가집 같은 자료를 보면서 그중 뉘앙스에 맞고 재미있어 보이는 말들을 조합해봐요. (가사로) 이야기를 짜는 게 좋아서 작가적인 접근을 해요. 어떤 곡은 따라부르기 좋은 후렴을 더하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난해하다 싶을 정도로 사투리나 고어를 쓰기도 하죠. 말맛도 있고, 제주 사투리나 옛말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어요.”

추다혜차지스가 낯선 이들에게 그는 1집의 ‘리추얼 댄스’와 2집의 ‘허쎄’를 들어보길 권했다. “이 두곡이 (한대음) 수상작이기도 하지만, 리드미컬하고 가사가 재미있어요. 만약 이 두 곡이 마음에 드셨다면 ‘작두’로 밴드를 진하게 느껴보시는걸 추천해 드려요.”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추다혜가 스페인 남부 카르타헤나에서 열리는 La Mar de Musicas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La marde musicas 제공

올해 밴드 추다혜차지스는 국내외 페스티벌 현장과 단독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추다혜는 “(한대음) 상을 받은 게 끝이 아니라, 공연으로 이어지고 관객을 만나야 정말 의미가 있게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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