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바뀌었는데 현장은 그대로… 유보통합, 명칭 통합부터 실행해야”

칼럼니스트 김영명 2026. 3. 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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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의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유보통합, 선언 아닌 실행”

2023년 12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보육과 유아교육이 교육부 소관으로 일원화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유보통합이 본격적인 정책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현장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여전히 별개의 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명칭 또한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유보통합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복잡한 제도 개편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과제가 바로 기관 명칭의 통합이다.

현재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는 제도적으로는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이원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베이비뉴스

◇ 이름이 선택을 결정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현재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는 제도적으로는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이원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영아기에는 어린이집을, 유아기에는 유치원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러한 흐름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교육과정의 실제 내용이나 질에 대한 판단보다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명칭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교육의 본질이 아니라 간판이 선택을 좌우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이름이 아니라 내용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기관의 명칭이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이다.

◇ 연구가 말하는 사실: "질 차이는 크지 않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실시한 연구를 비롯한 다수의 정책 연구를 종합하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유아 교육과정 운영의 전반적인 질적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일부 연구에서는 대집단활동 비중이나 자유놀이 시간 구성 등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보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교육의 질적 우열이라기보다 운영 방식과 환경의 차이에 가깝다.

오히려 교육과정의 질은 기관의 유형(유치원·어린이집) 자체보다 기관의 운영 철학, 설립 유형, 교사 전문성과 근무환경, 지역 여건과 같은 요인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는 "유치원이냐 어린이집이냐"보다 "어떤 기관이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름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질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유아에게는 유치원이 더 좋다'는 인식이 작동하고 있으며, 부모의 선택은 교육과정의 실제 내용보다 기관의 명칭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교육의 본질이 아닌 외형이 선택을 좌우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며, 유아의 경험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어린이집이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쌓아온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유치원이냐 어린이집이냐"가 아니라 "그 기관이 아이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가"를 묻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구조는 영유아의 권리라는 관점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기관의 이름이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이다.

충분히 놀고, 탐색하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제공되는지, 유아의 자율성과 몰입이 존중되는지, 교사가 유아의 발달을 깊이 이해하고 지원하는지 등이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본질적 기준이 아닌 유치원이냐? 어린이집이냐?라는 기관의 명칭이 선택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의 기준을 바꾸는 일이다. 기관의 이름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내용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명칭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 해답은 명칭 통합… '영유아학교'로 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관 명칭의 통합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영유아학교'라는 통합 명칭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영아학교', '유아학교'와 같이 연령 중심으로 구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완화하고, '모든 영유아에게 발달 단계에 적합한 교육이 제공된다'는 본질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명칭 통합은 단순한 형식 변경이 아니다. 이는 "교육 vs 보육"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하고, 모든 기관을 영유아 교육기관으로 재정의하며 부모의 선택 기준을 본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된다.

◇ 명칭 통합은 모든 교육기관은 하나라는 인식 전환의 출발점

명칭 통합은 사회 전반의 인식을 전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유치원은 교육기관,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에서 벗어나, 모든 기관이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기관이라는 공통된 틀 안에서 이해되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구분을 넘어, 모든 기관이 영유아의 발달과 배움을 책임지는 교육기관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형성할 때 비로소 유보통합은 실질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명칭 통합은 비교적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전면적인 영유아교육법 제정과 같은 대규모 개편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의 부분 개정을 통해 추진이 가능하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과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정책 방향에서도 강조되듯,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실행 가능한 과제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접근이 중요하다.

유보통합 역시 마찬가지다. 교원 자격 체계나 재정 구조와 같은 핵심 과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명칭 통합과 같은 과제는 비교적 빠르게 추진하면서도 상징적 효과를 크게 가져올 수 있다.

유보통합의 성공은 단순한 제도 통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 그리고 사회 인식의 전환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기관의 이름이 선택을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제도를 바꾸어도 실질적인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기관의 이름이 아니라 교육의 내용으로 평가받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영유아학교'라는 이름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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