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서열 1·2위 모두 사라진 이란… 美 트럼프와 협상한 막후 실세는

유진우 기자 2026. 3. 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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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아들 모즈타바 지지 상실
이란 실용파 갈리바프 막후 주도
내부 강경파 잘릴리 반발 변수
탕시리 등 군부 강경파 통제 관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막후에서 이란 지도부와 비밀 협상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재 서열 1위와 2위 피살 이후 극심한 혼돈에 빠진 이란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전 세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 발발 당일 사망했다. 이후 그의 빈자리를 메웠던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도 지난 17일 제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그를 이을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였던 모즈타바 하메네이마저 종적을 감췄다. 현재 모즈타바에 대해서는 사망설부터 러시아 등지에서 공습으로 인한 부상을 치료 중이라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느 것도 확인된 게 없는 상태다.

나라를 이끄는 최고지도자들이 연이어 사라진 진공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돌연 이란과 “거의 모든 쟁점에 합의했다”며 종전(終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권력 중심이 붕괴한 이란 내부에서 대미 협상을 주도하는 이 인물이 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의회 회의에서 이란 의원들이 혁명수비대 제복을 입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중앙에 앉은 이가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 로이터와 악시오스, 폴리티코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파견한 미 협상단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과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갈리바프를 잠재적 파트너이자 미래 지도자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 정부는 이날 공식 채널을 통해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며 협상 사실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갈리바프 본인 역시 소셜미디어에 ‘미국과 협상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이집트 등 중재자로 나서는 인근국에 갈리바프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가에서는 갈리바프를 실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이란 측 카운터파트로 가정하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이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갈리바프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군 출신이자 수도 테헤란 시장을 역임한 권력 핵심 인사다. 그는 현재 은둔에 들어간 모즈타바 최측근으로 꼽힌다.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 사망 직후 권력을 신속하게 승계해야 하는 상황에서 치료차 이란을 떠났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그가 이란 권력 전면에 등장해도 가뜩이나 신정 체제에 불만이 많았던 이란 대중들이 순순히 모즈타바를 따를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와중에 갈리바프가 전면에 나선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했다. 그가 단순히 모즈타바 대리인 자격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섰는지, 아니면 국회의장으로 평소 본인이 지닌 실용주의적 신념을 바탕으로 이란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군부와 정계를 모두 거친 그가 미국과 소통하며 협상을 주도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붕괴 위기에 처한 이란 최고 지도부 내에서 군부 출신 실용파가 주된 발언권을 확보하고 정국을 주도 중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무모한 전면전보다 실리를 택하는 편이 정권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습된 이란 정보장관 에스마일 카티브와 그의 가족들의 장례식. /연합뉴스

갈리바프 외에도 아직 이란에는 이스라엘과 미국 맹폭 속에서 살아남아 이란 정국을 움직이는 거물급 인사들이 일부 존재한다. 대표적 인물이 압바스 아라크치 외무장관이다. 그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이란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외 채널을 장악하고, 겉으로는 강력한 대미 항전을 외치면서 막후에서 주변국을 통한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한다.

사에드 잘릴리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은 강경 보수파의 핵심 축이다. 이란 안보 관련 최고 정보통이자 과거 서방국가를 상대로 핵 협상을 이끌었던 막후 실세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이란 내 치안 전략과 핵 정책 방향 키를 쥔 인물로 평가된다. 종교계 원로인 알리레자 아라피 전문가회의 부의장은 신정 체제 이념적 근간을 유지하며 보수 여론을 다독이는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군부 최전선에서는 알리레자 탕시리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 입지가 확고하다. 탕시리는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 최대 생명줄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작전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해협에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군 당국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하는 중이다.

이란 내 주요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된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왼쪽 위), 아미르 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오른쪽 위), 알리레자 자카니(왼쪽 가운데), 모스타파 푸르모하마디(오른쪽 가운데), 사이드 잘릴리(왼쪽 아래), 마수드 페제시키안 현 이란 대통령. /연합뉴스

로이터는 하메네이 사후 이란이 소수 개인에게 권력을 의존하기보다, 다층적 제도를 갖춘 권력 분립형 지배 구조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대화 파트너로 지목한 갈리바프 같은 인물 역시 단일한 절대 권력자라기보다, 이란 권력 집단이 내부 조율을 거쳐 전면에 내세운 일시적 위기관리 대표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평화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자신해도, 이란 내부에서 고질적인 파벌 갈등이 재발하면 합의가 깨질 위험이 여전하다. 바로 직전 이란을 이끌던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과거 온건 보수파를 대표했지만, 어렵게 미국과 대화 물꼬를 트고도 강경파 측 거센 반발에 밀려 합의에 실패했다. 그 결과 17일 라리자니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아들, 참모, 경호원과 함께 사망했다.

잘릴리와 탕시리를 필두로 한 군부 및 안보 라인 강경파는 여전히 피의 복수와 결사항전을 주장하며 물리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타협하는 행위를 이슬람 혁명 정신에 대한 중대한 배신으로 규정한다. 확실한 지도자가 이란 내 강경파 불만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언제든 거세게 반발할 여지가 다분하다.

악시오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 요구 사항 수용 여부를 두고 이란 내에서 내부 시각차가 표출될 경우 협상 채널도 같이 무너질 것”이라며 “내부 지지 기반이 취약한 협상 대표가 강경파 저항에 직면하면 도리어 더 과격한 대외 군사 도발로 선회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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