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쿠시 현상, 흥행과 경쟁력 사이에서 남겨진 질문

발리볼코리아닷컴 2026. 3. 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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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팀의 중심에 선 ‘이야기의 선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V리그의 새로운 실험


목포여상 인쿠시.


【스포츠평론가 김정훈】'2025~2026시즌 V리그 정규리그가 막을 내린 지금, 한 선수의 이름은 성적표와 별개로 오랫동안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인쿠시(몽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하위 팀 일원으로 이번 시즌을 마쳤지만, 동시에 리그 흥행 중심에 섰던 아이러니한 존재였다. 이른바 '인쿠시 현상'은 단순한 돌풍이었을까, 아니면 한국 프로배구가 주목해야 할 하나의 신호였을까.



인쿠시의 V리그 입성은 전형적인 엘리트 경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신인 감독 김연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뒤, 김연경의 이름이 붙은 '원더독스'에서 활약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가 아시아쿼터 선수인 위파위(태국)가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하자 대체 선수로 위파위를 전격 영입했다. 인쿠시의 입단은 예능과 프로스포츠 경계를 넘는 이례적인 사례가 됐다.



코트 위에서 그는 분명 '이야기'만으로 설명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17경기 104득점, 공격 성공률 32.6%. 시즌 도중 합류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 성과였다. 자신의 V리그 데뷔전부터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몇몇 경기에서는 흐름을 바꾸는 공격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빠른 타이밍의 점프와 과감한 스윙은 상대 블로킹을 흔들 수 있는 무기였고, 팀 공격에 즉각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평가로 나아가기에는 분명한 한계도 보였다. 아웃사이드 히터에게 요구되는 리시브 안정성과 수비 기여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리시브 불안은 곧 팀 전술 불안정으로 이어졌고, 기복 있는 공격과 범실은 경기 흐름을 끊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결국 그는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순간의 선수'였지만, '경기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선수'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인쿠시 가치를 단순한 전력 분석으로 환원하는 것은 이 현상의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그는 경기력과 별개로 팬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힘을 지녔다. 몽골 출신이라는 배경, 솔직한 감정 표현, 실패를 숨기지 않는 태도는 팬들로부터 감정 이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흥행으로 이어졌다. '잘하는 선수'라기보다 '지켜보게 만드는 선수'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2025-2026V리그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




목포여상 인쿠시.


정관장은 최하위라는 성적이었지마나 인쿠시 영입 후 높은 관심과 화제성을 유지했다. 인쿠시 개인 인기와 구단 마케팅이 맞물리며 하나의 서사가 형성됐고, 이는 리그 전체 노출도를 끌어올리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성적과 흥행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정관장이 정규리그 일정을 마친 지금 인쿠시는 다시 학생 선수로 돌아갔다. 다음 시즌 V리그 재입성은 불투명하다. 아시아쿼터 선수 영입 제도 변화와 경쟁 심화를 고려하면, 단순한 '가능성'만으로는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려운 환경이다. 결국 그의 미래는 명확하다. 공격력이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리시브와 수비, 그리고 경기 안정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프로 선수로서 생존 조건이다.



그의 진로 역시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대학 무대에서 기본기를 다지며 다시 프로에 도전하는 길, 다른 하나는 해외 리그 등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을 쌓는 선택이다. 어느 쪽이든 공통된 전제는 분명하다. '이야기'가 아니라 '경기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쿠시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를 단순한 일회성 흥행으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동시에 과도한 미화 역시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현상이 드러낸 두 가지 사실이다. 하나는 팬들이 경기력 외적인 서사와 감정에 얼마나 크게 반응하는지, 다른 하나는 그 서사가 결국 지속되기 위해서는 경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관장과 인쿠시의 사례는 프로 스포츠가 단순한 승패를 넘어 '이야기 산업'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코트 위에서 결정된다.



인쿠시는 실패한 선수도, 완성된 선수도 아니다. 그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채,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선수다.



그래서 묻게 된다. 우리는 다음 시즌,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인쿠시를 다시 V리그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실력으로 증명된 결과여야 한다는 점이다.





스포츠평론가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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