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출 물량 국내로 돌린다지만…“상품성 떨어져 효과 미지수”

손우성 기자 2026. 3. 24. 14: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유사 수출 제품 대부분 헤비나프타
에틸렌 등 생산엔 라이트나프타 필요
라이트나프타에 최적화된 시설도 문제
“정유사 수출 물량 많지 않아” 지적도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이번주 나프타 수출 제한 조처를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려 석유화학 공장 연쇄 셧다운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출 나프타 상품성이 떨어져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주 안으로 하는 걸 목표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앞서 정유사의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릴 계획이라고 밝혀왔는데 중동 사태가 악화하자 수출 제한 조치 시점을 빠르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나프타는 국내 생산 비중이 약 55% 수준으로 나머지는 중동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유사가 수출해왔던 나프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정유사가 수출하는 제품은 헤비(중질)나프타인데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에 투입하는 제품은 라이트(경질)나프타”라고 설명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시 분리돼 나오는 탄소화합물이다. 라이트나프타는 섭씨 35~130도에서, 헤비나프타는 섭씨 130~220도 사이에서 각각 추출된다. 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비닐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프로필렌 등은 주로 라이트나프타에서 나온다. 헤비나프타는 벤젠·톨루엔·자일렌 등으로 분해되며 페인트, 스프레이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업계 관계자는 “헤비나프타는 국내 NCC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라이트나프타와 헤비나프타가 비슷한 수준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국내에도 헤비나프타를 사용하는 NCC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비나프타도 내수로 돌리면 사용할 수 있다”며 “사용하지 못하는 헤비나프타는 수출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시설도 문제다. 국내 석유화학 공장 대부분은 라이트나프타에 최적화된 분해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설비를 조금 개조하면 헤비나프타를 분해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출 제한 조처로 얻을 수 있는 나프타 규모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업계에선 정상적인 시설 운영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실제로 양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유사의 나프타 수출 물량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양 실장은 “석유화학 공장이 가동률을 유지하는 데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동산 나프타를 대체할 수입처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나프타 가격 때문에 스폿(현장 거래)도 여의치 않다. 산업부는 나프타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결국 NCC 가동률을 평시의 60~70% 수준으로 유지하며 최대한 셧다운을 늦추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정유사가 나프타를 생산·도입할 때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매점매석의 경우 사업자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러한 조처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긴급 수급 조정 명령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나프타 수급 문제로 지난 4일 여천NCC가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을 통보한 데 이어 전날 LG화학이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 80만t인 전남 여수 2공장 NCC 가동을 중단한 데 대해, 양 실장은 “공급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지는 조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