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천만→10억 달러"…방사청 출범 2년 만에 방산수출 4배 뛴 까닭은

방위사업청 20주년...'K방산'의 현재와 미래<2>
2006년 1월 1일 방위사업법의 시행과 함께 방위사업청이 출범했다. 방위사업법은 제1조와 제2조에서 '투명성' '전문성' '효율성' '방산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주 국방태세를 구축'하고 '국가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충'할 것을 목적과 기본이념으로 천명하고 있다.
기존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방산특조법)에 담긴 '폐쇄적 구조'와 '종속적 수단으로서 방위산업'이라는 인식의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방산특조법은 방위산업을 전력증강의 수단으로만 인식해 지정·보호·통제를 규율할 뿐, 사업관리 절차나 전문적 획득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담지 못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방위사업 분야에서 권한은 집중하되 책임은 모호한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로 일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했다.
반면, 방위사업법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각 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8개 기관에 분산됐던 사업관리 기능을 방위사업청으로 통합했고, 방위산업의 특수성은 인정하되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충하는 독자적인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명시했다. 그리고, 사업관리 절차와 의사결정의 권한·책임 등을 법제화함으로써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타파하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명문화했다. 이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면서 정착된 민주적 제도 환경, 급격한 지식 정보화와 함께 진행된 무기체계의 첨단화 등에 구조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방위산업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방위사업청 출범으로 시작된 혁신
방위사업청이 출범과 함께 도입한 대표적인 혁신 제도·조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옴부즈맨 제도' '획득 전문형 장교제도' '문민화' '통합사업관리팀(IPT) 제도' '전문화 계열화 제도 폐지' '국방 연구개발(R&D) 체계 개편'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추위는 주요 방위사업 추진 방향과 방산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작동하도록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 국회(여야 각 1인 추천) 등의 참여를 제도화했다. 다만, 방추위는 심의 의결 기구가 아니며, 심의 결과는 방위사업청장이 문서상 결재를 함으로써 확정되도록 했다. 방추위 심의→방사청장 최종 결재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체계는 권력형 비리와 집단 의사결정의 오류를 방지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방위사업청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과정에서는 국방 장관이 주재하는 방추위 심의결과가 최종 의사결정으로 간주됐다. 방추위 직후 즉시 언론에 브리핑하고, 방사청 주요 직위자가 직접 질의응답에 참여함으로써 방추위의 권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방위사업의 진행경과를 공개하고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최소한의 활동이라고 본다.
권력형 비리 막는 의사결정체계...방위사업추진위
옴부즈맨 제도는 정부 기관 최초로 방위사업법에 명문화해 도입했다. 옴부즈맨은 방사청 외부의 독립적인 인사로, 방위사업 관련 업체나 이해관계자의 고충·불만·비리 의혹 등을 접수·조사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옴부즈맨의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방사청장은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국회와 언론에 공개해 독립적 외부 감시 활동을 보장했다.
획득전문형 장교제도는 방위사업을 담당하는 장교를 획득전문형으로 지정해 방사청에 장기간 전속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 군은 장교들의 전문성을 위해 각 군별 병과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3년마다 보직을 바꾸는 순환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순환근무제는 장교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균형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병과제도와 순환근무제가 결합하면 방위사업과 같은 병과 외 분야의 전문성 축적은 어려워지고, 군별 병과별 폐쇄성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비리에 취약한 맹목적 상명하복의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방위사업 분야와는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인사제도였다.
방산 전문성 갖춘 획득전문형 장교제도...방사청 출범의 아이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청에 전속돼 방사청 안에서만 순환근무하는 획득전문형 장교제도를 도입했다. 방사청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방산정책·사업관리·계약관리 등 무기체계 획득 전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고, 폐쇄적 ‘끼리끼리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고안된 장교 인사관리제도다. 획득전문형 장교들은 방사청 출범 초기부터 업무를 주도하며 '문민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축적하는 기간 동안, 그 공백을 메워 주었다. 방사청 출범과 함께 필자가 만난 '귀인' 중엔 이미 형성된 전문성으로 업무를 주도한 획득전문형 장교들이 많았다.

이른바 방위사업의 '문민화'는 획득전문형 장교제도와 함께 방위사업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핵심적 장치다. 방사청 인력 구성에서 현역 군인과 공무원 비율을 5대5로 하고, 주요 직위도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기존 국방부 획득실은 현역 군인과 공무원의 비율이 7대3 수준이었고, 주요 직위자의 90%는 현역 장교, 특히 육군 중심으로 구성됐다.
군의 '끼리끼리 문화' 안돼!...방산 업무의 문민화
계약업무를 전담하는 국방조달본부도 다수의 군무원이 소속되었으나 주요 직위는 육군 중심의 현역 장교들이 맡아 업무를 지휘했다. 즉, 소요→획득→군수운영 등 전력 증강 전 단계를 육군 중심의 현역 장교들이 주도했고, 공무원은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보조자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현역 장교들이 중심이 된 조직은 위계질서와 상명하복 문화가 뚜렷해 전투현장의 지휘·통제 및 관리에는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각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위사업분야에서는 구조적인 한계를 노출했다. 국방부 공무원들은 고위직 현역 장교들의 의중과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린다김 사건 등 군 고위직이 연루된 방산 비리가 발생하면서 상명하복 문화 대신 이질적인 사고를 가진 그룹의 육성과 투입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방사청 출범과 함께 선택한 것이 현역 군인과 공무원의 균등 구성과 배치, 즉 문민화였다.
흩어진 사업 관리 체계 통합하자 수출 증대 효과 나타났다
통합사업관리팀(IPT) 제도는 방위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기존 군 중심의 기능 분산형 사업관리 체계를 사업 중심·통합 책임형 체계로 전환했다. 사업계획 수립→예산편성→사업 추진→시험평가 및 야전 배치 등을 통합사업관리팀이 책임지고 성능(기술관리), 비용(예산관리), 일정(시간관리) 등 사업 전 측면을 관리하도록 제도화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방산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사업관리 방식이었으나, 당시에는 획기적인 혁신 조치로 여겨졌다.

다만, 방사청 출범 직후에는 통합해 사업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했다. 특히 방산 원가 측정과 계약 업무는 수년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전문성이 요구됐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통합사업관리팀은 2019년 사업관리 기능과 계약관리 기능을 통합한 방사청 조직개편을 통해 이뤄졌다.
분산됐던 업무를 방사청으로 일원화하자 통합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났다. 토론과 정보교류가 일상화됐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 이는 업무 효율성 증대로 이어졌다. 연평균 2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던 방산수출이 단 2년 만인 2008년 10억 달러를 초과했다. 방사청 이 방위사업 전체를 관장하는 통합사업팀이 됐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조직·물리적 공간이 된 것이다.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방산육성 초기인 1980년대 방산물자·업체 지정제도와 함께 국내 방산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여기서 잠깐! 방산물자·방산업체 지정제도란?
방산물자·방산업체 지정제도는 국내에서 개발된 군수품 중 엄격한 품질보증과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물자를 방산물자로 정해 이를 전담 생산할 기업을 지정하는 제도다. 군수품의 양산·생산 단계에 적용되는 제도로 전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 목적의 제도다.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방산기업별로 특정 물자를 자체 연구개발하는 능력을 단기간에 축적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제도였다. 기술 능력을 축적하고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완성품은 지정된 특정 전문업체가 담당하고, 특정 핵심 구성품은 지정된 특정 계열화 업체가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2006년 방위사업법 시행과 함께 폐지가 확정되었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창설과 함께 시작된 국내 방위산업은 기술 개발을 전적으로 ADD에 의존했다. ADD는 또한 시제품 제작 과정에서도 기술 및 성능을 관리해야 하는 과중한 부담과 책임을 졌다. 반면, 기업들은 시제품 제작 업체를 선정하는 ADD의 결정만 바라봐야 했고 안정적인 방위사업 참여는 보장되지 않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축적과 시설투자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때문에 1983년 방산특조법에 따라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도입됐다. 특정 방산물자와 핵심 구성품의 연구개발에 특정 기업의 참여를 보장해 기술 능력을 축적하고 성장시키려는 취지였다. 이 제도로 국내 방산기업의 기술 능력은 급성장했고, 정부의 집중된 설비투자 지원으로 막대한 생산능력 기반도 갖춰졌다. 1990년대 K-9 자주포, K2 전차 등 국산 명품 무기체계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다. ADD의 기술 능력과 방산기업의 제조 생산 능력이 결합된 결과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이 되자 국내 방산기업의 기술·생산 능력은 ADD에 종속돼 시제품을 제작·생산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독자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ADD는 기본적인 기술 설계를, 방산기업이 세부 기술 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ADD와 방산기업의 협력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성장한 국내 민간기업이 방산 기술을 선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이르러서도 방산분야는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보장하는 독점적 지위에만 의존하는 행태가 이어졌고, 문제도 드러났다. ADD는 기술 설계 구상만 하고 실제 개발은 기업이 수행하면서 "ADD는 말로만 일한다"는 극단적인 비판이 나왔고, 방산기업들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린 채 경쟁보다는 정부 투자 확대만을 기다리는 이른바 ‘천수답적’ 행태에 안주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민간 분야의 첨단 정보기술(IT)이 결합한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이 절실해진 상황이었지만, 왜곡된 협업구조로는 더 이상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었다. 결국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수명을 다한 것으로 판단됐고,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경쟁' 원칙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획득체계개선단은 방산육성 정책의 원칙을 ‘독점’에서 ‘경쟁’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를 결정했다.
특혜 잃은 방산기업 반발 컸지만...
그러나, 전문화·계열화 폐지 방침이 정해지자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게 된 방산기업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당시 제도 폐지와 경쟁 정책을 관장하던 방사청 방산정책과장이었던 필자는 그 저항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기술을 축적한 방산기업들은 이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전문 영역을 잃지 않을 것이라 설득했지만, 심각한 유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방사청 출범에 앞서 2004년 획득체계개선단은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를 결정하고, 완전 경쟁에 앞서 제한적 경쟁을 도입하는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었다. 제한적 경쟁을 위해 물자별 2~3개 업체를 추가하기 위한 방산실태조사가 시작됐고, 2005년 말에는 후보 기업 선정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2006년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제도 폐지는 확정됐고, 2년 유예를 거쳐 2008년 폐지하도록 하였다. 문제는 유예기간 중 추가 업체 지정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필자는 독점에서 곧바로 완전 경쟁으로 전환하기보다 3~4개 업체의 제한적 경쟁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고, 실태조사 결과대로 추가 지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기존 독점 업체 중 한 기업이 반발해 감사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필자에 대한 감사는 2년 가까이 이어졌다. 감사 결과는 단순 문자적 해석을 통해 ‘결탁이나 비리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유예기간 중 추가 지정은 법률 위반’이라며 중징계를 통보했다.

그러나 법제처는 방위사업법의 취지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해 '추가 지정은 적법하다'고 유권해석했다. 결국 재심 끝에 감사원은 완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럽고 억울한 시간이었지만, 교훈은 분명했다. 개혁은 방향이 옳고 법제화만 되면 현장에서 곧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 현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을 얻는 활동과 시간이 필요하고, 조직의 지휘부가 현장의 직원들과 함께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믿고 따르며 감사 기간 내내 함께 해준 현장의 동료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훗날 필자가 방사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현장의 동료들과 함께하고 최종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적은 메모를 항상 휴대했던 이유다. 감사과정에서 함께해 주었던 직원들은 현재 방사청 핵심 직위에서 방사청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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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의 결정적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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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방위사업청 20주년...'K방산'의 현재와 미래
강은호 전북대 교수(전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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