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엄, 세계가 줄을 선다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부터 왕의 서고까지…관람·체험 글로벌 명소
블랙핑크 등과 협업, 뮤지엄 샵·체험 프로그램으로 방문객 인기 확산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층 상설 전시실 앞에 자리한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 8m, 너비 2.6m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뽐내는 직육면체형 미디어 타워로, 중국 자린성 지안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를 디지털 영상으로 재현했다. 장수왕(재위 413∼491)이 아버지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께 고구려 건국 신화, 왕의 즉위, 광개토왕의 업적, 왕의 무덤을 관리하는 규정 등을 총 1775자의 비문으로 새겨 건립한 것이다. 지난 2024년 박물관은 한학자 청명(靑溟) 임창순(1914∼1999)이 소장했던 원석 탁본을 토대로 네개의 면에 한국어와 영어로 해석한 내용을 상영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광개토대왕릉비 주변에는 ‘생소한’ 비문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읽어내려가는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광개토대왕릉비에서 발걸음을 옮겨 상설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국중박의 상설전시장은 총 7개의 관과 39개의 실에서 9884점의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총 소장품은 43만 여점(국보 66건, 보물 107건)에 이른다.
◇관람객 몰입도 높인 전시 연출 눈길
약 489평규모의 선사고대관은 도입부, 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실, 고조선·부여·삼한실, 고구려실로 구성돼 있다. 3층 건물인 국중박은 지난해 2월 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1층 선사·고대관, 2층 사유의 방·서화관·기증관, 3층 세계 문화관·조각공예관 등으로 개편했다. 전형적인 박물관의 전시 방식인 수평에서 탈피해 수직으로 디스플레이를 바꿔 시간의 변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시대순 동선과 달리 관람객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선사 영역 전시와 고조선·부여·삼한, 고구려로 구성된 고대 영역 전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유명건축가 최욱(원오원 아키덱스 대표)씨가 설계한 ‘사유의 방’은 무대 위의 배우와 객석의 관객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최대거리인 24m의 소극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연극을 감상하는 것처럼 반가사유상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온갖 상념에서 벗어나 편안해지는 듯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사유의 방을 나오면 맞은편에 위치한 서화관이 눈에 들어온다. 옛 글씨와 그림을 주로 전시하는 공간으로 컬렉션의 브랜드화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6개월간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명품을 상설화기 위해 1년에 4회 ‘시즌 하이라이트’(이 계절의 명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반드시 봐야 할 서화작품 2~3점을 선정한 것이다. 이전에는 1년 주기로 상설전을 운영하다 보니 서화실을 한 번만 둘러보는 데 그쳤지만 ‘N차 관람’(여러번 관람)을 통해 관람객들의 재방문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번 서화관 재개관의 첫번째 주인공은 올해로 탄생 350주년을 맞은 조선새대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다.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전시장에는 진경산수의 시작을 알리는 초기작 ‘신묘년풍악도첩’에서부터 70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박연폭포’(개인소장), 보물 10건 등 총 70건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이중 ‘신묘년풍악도첩’은 금강산 초입인 단발령에서 바라본 내금강, 장안사 풍경, 해금강 길목의 백천교 쉼터, 해금강 문암의 해돋이 등 풍경그림들을 모은 것이다.
서화실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지난 2024년 문을 연 ‘왕의 서고’다.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외규장각 의궤를 전시하는 전용 공간으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에 의해 약탈된 후 147년 만에 고국품에 안긴 외규장각의궤(총 297책)를 전시하고 있다. ‘왕의 서고’의 전시 도입부에는 비단 외피를 둘렀던 외규장각 의궤들을 촘촘히 꽂은 서고 모양의 발광 작품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관과 동시에 관람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중박의 포토존으로 자리잡았다.
3층에는 조형물이 빚어내는 입체미를 감상할 수 있는 조각·공예관과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전시하는 세계문화관이 들어서 있다.

전시를 관람하고 1층으로 내려오면 ‘케데헌’의 후광을 톡톡히 입은 뮤지엄 샵이 관람객들을 손짓한다. 지난해 품절 사태를 일으켰던 뮷즈(뮤지엄+굿즈 합성어)인 ‘까치 호랑이 배치’를 비롯해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취객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 등 수백 여 종의 문화상품들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뮷즈’의 연간 매출액은 약 413억3700만원으로, 이는 직전 해인 2024년 매출(약 212억8400만원)의 1.9배에 달하는 규모다.
유홍준 관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협업은 박물관이 지켜온 문화유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박물관을 찾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라며,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으로도 세대와 국경을 넘어 다양한 협업을 통해 K-뮤지엄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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