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자” 제주 초등생 유괴 의심 사건...여성 닷새째 ‘깜깜’

제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괴 의심 사건이 발생했지만, 닷새가 지나도록 행위자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관련 사실이 주말이 지나서야 뒤늦게 전파되고, 인근 학교에만 주의를 요하는 가정통신문이 발송되는 등 소극적인 후속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24일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께다. 제주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부에서 학원으로 향하던 학생 A양에게 신원 미상의 성인 여성이 다가와 "OO학교가 어디냐"며 길을 물었다.
A양이 방향을 알려주었지만, 이 여성은 "모르겠다. 같이 가자"며 동행을 요구했고, A양이 거절하자 강제로 팔을 잡아끈 것으로 전해졌다. 위협을 느낀 A양이 "도와달라"고 소리치자 인근에 있던 차량이 해당 여성을 태우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는게 A양의 증언이다.
유괴로 의심되는 정황에도 경찰의 정식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A양의 가족이 도외에 체류 중이어서 경찰에 정식 수사 의뢰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지점은 방범용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으로 확인됐다. 정식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해 현재로서는 피해 학생의 증언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도교육청은 "A양의 가족이 도내에 들어오는 대로 학교 측에서 경찰에 정식 신고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학교와 교육 당국의 안일한 상황 전파와 후속 조치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일 오후이고, 피해 학생 학부모가 담임 교사에게 관련 사실을 알린 것은 20일 오후 11시께로 알려졌다. 문제는 학교 측이 제주도교육청에 유선으로 상황을 전파한 시기는 23일 오전 10시였다.
주말이 지날 때까지 즉각적인 상황 전파나 경고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도교육청에 사안이 보고된 것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이었다.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 하더라도, 주말 사이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전 공백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극적인 대응 범위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관련 사실을 인지한 23일 해당 학교와 인근에 위치한 6개 학교에는 등하굣길 사고 예방을 위한 가정통신문이 발송됐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거나 동행을 요구할 시의 행동요령 등이 포함됐고, 신고 방법도 담겼다.
하지만 차량까지 이용된 유괴 의심 정황이 다분한 상황에서 특정 지역이나 인근 학교에 국한될 문제가 아님에도, 위험 상황을 제때 알리지 않은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건을 인지한 직후 내부 안전망을 통해 도내 전 학교에 안전교육을 강화해달라고 전달했고, 학교전담경찰관 등에 순찰 강화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간이든 휴일이든 위급한 사안에 대한 접수가 이뤄지고는 있는데, 이번에 놓친 부분이 있다면 관리자 연수를 통해 다시 강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