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인데 왜 영어 가사만"… BTS 불만에도 밀어붙인 이유는?

“식빵이랑 돈가스랑 김치를 비벼 먹는 느낌...”
힙합 비트와 랩에 이어 갑자기 ‘아리랑’ 선율이 끼어들자 RM이 난색을 표한다. 다른 멤버들 의견도 분분하다. 너무 직접적으로 ‘국뽕’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뷔의 우려와 한국인이라 피가 끓는다면서 “외국인이 들으면 ‘우와’ 할 것”이라는 제이홉의 기대가 충돌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한 두 달간의 송캠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은 신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에 ‘아리랑’을 넣을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BTS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에선 이 과정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새 앨범 ‘아리랑’ 제작 과정을 담은 이 영화에는 신보 제목이 왜 ‘아리랑’이며, 콘셉트와 달리 13곡의 가사가 왜 영어 일색인지에 대한 답도 일부 제시된다.

다큐에선 이보영 하이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멤버들에게 ‘아리랑’ 콘셉트를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1890년대 미국 워싱턴에 간 조선인 유학생들이 언어가 안 통하는 미국인들에게 노래를 불렀고 최초의 ‘아리랑’ 음원까지 남겼다는 '전설 속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아리랑이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와 음악에 대한 BTS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소속사는 “앨범이 오센틱해야(진짜여야) 하는데 영어 가사가 너무 많다”는 RM의 불만에도 ‘글로벌’을 위한 것이라며 영어 가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LA 송캠프에선 “정신만 아리랑이면 된다”거나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리랑”이라고 하지만 멤버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다. 그러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나서 “수만 명의 외국 관객이 ‘아리랑’ 후렴부를 따라 부르면 엄청나게 아이코닉할(상징적일) 것”이라면서 “(아리랑을 쓰지 않는다면) 큰 걸 버리는 느낌”이라고 설득한다. 결국 BTS 멤버들은 과감하게 아리랑을 쓰기로 한다.

다큐에는 앨범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한편 세계 정상급 스타로서 느끼는 부담감, 인생의 절반을 함께 보낸 가족 같은 관계, 일곱 멤버의 개인적 고민도 담겼다. LA의 대저택에 함께 머물게 된 멤버들은 고된 음악 작업 사이에 물놀이와 운동, 삼겹살과 소주로 긴장을 풀고 데뷔 초 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BTS를 다룬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됐지만 이번 작품에서 멤버들은 비속어까지 써가며 좀 더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성공했다”(진)거나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정국)고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도 하고, “’방탄도 이제 갔네’ 이런 소리는 안 들어야 한다”(지민) “재미있게 음악을 하고 싶은데 뭔가 공장처럼 돌아간다”(제이홉) 같은 걱정과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불안과 고민 속에서도 결국 BTS를 단단하게 만드는 건 팀워크고 형제애다. RM은 “방탄소년단이라는 큰 왕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겁이 나지만 혼자가 아니니까 7명이 함께 계속 길을 걸어갈 수 있고 헤엄쳐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히트곡 ‘위 아 더 월드’ 제작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등을 만든 베트남계 미국인 바오 응우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단순히 창작 과정에 관한 작품이 아니라 형제애, 또 하나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며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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