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목사에 AI 승려까지… 교만 넘어서야 신앙의 위기 해소되죠” [인터뷰]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6. 3. 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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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삶과 신앙’ 출간 김도현 신부
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사 거쳐 사제 서품
“인간도 AI도 ‘피조물’이란 걸 기억해야”
‘AI 시대의 삶과 신앙’을 출간한 김도현 바오로 신부. 대구가톨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는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신부’다. [생활성서 출판사 제공]
2022년 3월, 학술지 ‘신학전망’ 통권 216호에 독특한 제목의 논문이 상재됐다. ‘AI 시대의 도래와 교회의 미래’란 제목의 논문은, 다음 질문으로 수렴했다. ‘AI 시대에 대속과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란 개념,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교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논문 저자는 김도현 바오로 신부로, 그는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에서 포닥으로 연구하다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은,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신부’다. AI 시대의 원년인 2024년이 오기 전부터 ‘AI와 신앙의 관계’에 천착해온 김 신부가 최근 신간 ‘AI 시대의 삶과 신앙’을 출간했다. 대구가톨릭대에서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고민 중인 그를 최근 서면과 전화로 만났다.

“노벨상 발표를 매년 챙겨보는데 2024년 물리학상·화학상 수상자 5인이 전부 AI를 연구한 학자였어요. AI 시대를 오래 전부터 예감해 왔는데, 5인의 시상식을 보며 ‘이 책을 써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챗GPT 수준만으로도 ‘신앙적 도전’은 시작됐다고 김 신부는 본다.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자신의 내적 고민을 AI에게 털어놓고 답을 구하면서 수천 년간 성직자가 해오던 일은 기계가 담당한다. 학생들의 면담 요청 수가 작년 기점으로 급격히 줄면서 김 신부도 변화를 체감 중이다. 죄를 털어놓는 고해성사든 삶의 균열을 위안 받기 위한 영혼의 대화든, 그 자리는 성당 고해소가 아니라 매끈한 액정 앞이다.

“독일에선 2017년 ‘로봇 목사’인 블레스유투(BlessU-2)가 등장했어요. 로봇 가슴에 달린 터치스크린을 물러 언어, 목소리 성별, 축복의 종류를 선택합니다. 일본 오사카에선 ‘로봇 승려’ 민다르(Mindar)가 설법을 전합니다. 이건 신앙적 도전 수준이 아니라 이미 신앙적 위기의 상태예요.”

AI를 향한 교계의 깊은 우려는 교황의 언급에서도 확인된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생전의 담화에서 ‘AI 체계는, 부분 또는 전부 거짓인 이야기를 마치 참인 것처럼 믿고 공유하게 만들면서 현실을 왜곡시키는 인지적 오염의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 신부는 AI는 인간과 동일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신앙이란 부족함을 느낀 인간이 절대자에게 결핍의 해결을 갈구하는 행위잖아요. 결핍이 있어야 의지력이 생기고, 이로써 신앙 행위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AI는 알고리즘의 총체이기에 결핍을 느끼지 못하고 이성적 욕구인 의지력도 있을 수 없어요. 인간과 AI는 동등한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봐요.”

‘AI는 인간과 동등할 수 없다’는 점은 의지력 유무로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AI는 어느덧 인간과의 비교대상이 아니라 ‘신과 비견되는’ 초월적 존재로 승격되고 도약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선 이미 AI를 신봉하는 종교까지 등장했다. 예배의 도구로 AI를 활용하는 정도를 넘어 디지털 불멸이나 기술과 영성의 결합이 논의되기도 한다.

다소 과장하자면 누군가에겐 AI가 ‘재림 예수’인 셈이다.

신간 ‘AI 시대의 삶과 신앙’
“AI가 종교적 색채를 띄고 있는 건 분명해요. 고도화되면 그런 성향은 더 강해지리라고도 보고요. 인간을 한참 뛰어넘는 존재로서 AI가 부각되면 신앙의 대상도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AI가 신이나 하느님일 순 없어요. 그 부분 역시 의지력으로 설명이 가능할 겁니다.”

그는 신(하느님)을 “존재 자체가 자유의지 그 자체인 분”으로 정의한다. 자유의지는 곧 전지전능, 다시 말해 모든 것을(全) 알고(知) 모든 것을(全) 할 수 있는(能) 존재의 다른 말이다. 즉, 신의 본질이란 자유의지 자체이며, 둘은 동의어다. 그러나 AI는 의지력이 없으므로 자유의지의 신과 구별된다. 학자 중엔 AI가 훗날 자의를 갖추리란 예측도 있지만 김 신부는 고개를 젓는다.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의지는 이성적 욕구의 다른 말이잖아요., 학습을 시켜 AI가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순 있어도 그 자체로 욕구가 생긴 순 없다고 봐요. 학습하다 보면 AI가 자아를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추구하거나 스스로 전원을 꺼버려 자살하리라는 예측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AI는 명령에 기반한 학습된 자발성으로 움직이지, 스스로 욕구를 느끼는 일은 없으리라고 봐요.”

김 신부는 AI의 발전이 불러일으킬 가장 큰 문제로 ‘인간의 교만’을 꼽는다.

“AI로 인해 인간의 문제는 제가 보기엔 크게 두 가지예요. 우선, 인간에게 할 법한 질문은 AI에게 던진 뒤 답을 구하면서 인간은 스스로를 ‘창조주’라고 여겨 교만에 빠졌습니다. 반대로, AI에게 종속되면서 자신을 AI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어요. 두 가지 현상은 인간은 신의 피조물, AI는 인간의 피조물임을 인식할 때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종교가 과학을 배척했던 인류의 역사, 과학의 들춰낸 종교의 오류는 종교와 과학을 불가근불가원의 상태로 만들었다. 성직자이면서 동시에 물리학자인 김 신부는 그 중앙의 한켠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 달력을 만든 사람은 가톨릭 신부님들이었어요. 가장 많은 과학자들이 있는 집단이 가톨릭 사제단이었고요. 가톨릭은 역사상 어떤 종교보다도 과학을 선도했습니다. 신부이면서 동시에 과학자로 살아가는 이유는 과학이 답할 수 있는 영역과 교회가 답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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