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김일성·김정일 ‘다리만’ 내보냈나 [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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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추가 공개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사진에는 묘한 장면이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번에는 스스로 찍고 배포한 회의 사진에서 김일성·김정일 입상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예전 같으면 선대 입상의 완전성을 해치지 않는 구도를 우선했을 북한이, 이번에는 김정은이 선 장면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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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추가 공개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사진에는 묘한 장면이 들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추대된 회의장 연단 위로 김일성·김정일의 대형 입상이 걸려 있는데, 화면에는 상반신이나 얼굴이 아니라 다리 부분만 잘려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을 통해 통해 외신에 배포된 이 장면은 얼핏 지나칠 수 있지만, 기존 이미지 정치 문법을 지켜본 입장에서 보면 쉽게 넘기기 어려운 화면이다.

북한은 최고지도자 이미지의 훼손이나 오염에 유난히 예민한 체제이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사진이 들어간 플래카드가 구겨진 채 비를 맞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한 사건은 지금도 자주 회자된다. 한국 방문객들이 북한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에도 정면에서 전체 김부자 모습이 나오도록 강요받았다.
북한 내부에서 김씨 일가의 사진을 훼손하거나 함부로 다루는 행위가 단순한 무례를 넘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곤 했다. 북한에서 지도자 사진은 기록물이 아니라 사실상 체제의 성물(聖物)처럼 취급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번에는 스스로 찍고 배포한 회의 사진에서 김일성·김정일 입상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사진이 노동신문 등 내부 매체에는 실리지 않고 신화통신 등 외신에만 배포됐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아직 이 장면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북한 내부에서 보여진 노동신문에서는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입상 전체가 보이는 구도를 선택했다.
물론 이것이 선대 입상을 의도적으로 훼손했다는 뜻은 아니다. 무대 전체와 김정은의 중앙성을 살리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입상 하단만 걸린 구도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예전 같으면 선대 입상의 완전성을 해치지 않는 구도를 우선했을 북한이, 이번에는 김정은이 선 장면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진은 늘 현실을 기록하는 동시에 권력의 질서를 설계한다. 그래서 이번 ‘다리만 나온 입상’도 단순한 화면 사고로만 보기 어렵다. 비에 젖은 지도자 사진에는 울며 항의하던 체제가, 정작 자신이 배포하는 사진에서는 선대 입상을 배경의 일부로 밀어냈다. 이 작은 차이는 지금 북한에서 누구의 이미지가 가장 앞에 놓여야 하는지를 조용히 말해준다. 김정은이 완전이 선대의 카리스마에서 독립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겠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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