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도시계획…韓, 데이터·제도 ‘걸림돌’
일본·영국 등 AI 기반 도시계획 행정 혁신
국내는 데이터 분절·로드맵 부재…연구ㆍ실증 → 정책 연계 구조도 취약
[대한경제=안재민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주요국의 국토·도시계획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하는데 국내는 적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국토연구원의 ‘국토·도시계획 AI 대전환을 위한 해외 동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은 AI를 공공정책 분석과 도시 운영을 지원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먼저 일본 국토교통성(MLIT)은 2024년 ‘건축·도시 DX 민관 로드맵’을 개정했다. 로드맵은 BIM(빌딩정보모델링), 3D 도시모델(PLATEAU), 기본통계(Base Registry) 등을 축으로 건축ㆍ도시계획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중앙정부는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기반으로 한 행정 지원 도구 ‘익스트랙트(Extract)’를 도입해 도시계획 문서 처리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흐릿한 지도나 수기 메모가 포함된 계획 파일까지 인식·해석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능을 갖췄다.
익스트랙트를 사용하면 기존에는 2시간 이상 소요하던 문서 분석 작업이 약 40초 수준으로 단축된다. 현재 일부 지방정부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2026년까지 전국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벨뷰, 텍사스주 오스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에서는 개발 도면과 문서를 AI가 사전 검토하고 관련 규정과 자동 대조하는 인허가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공공 데이터가 기관별로 분산돼 있고 표준화되지 않아 AI 활용 기반이 취약하다.
국토ㆍ도시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한 중장기 전략과 단계별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아, 중장기적 관점의 AI 전환 수준 및 범위 설정, 단계별 목표 제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도시계획·인허가·행정지원 등 업무 단위별로 AI 적용 가능 영역을 도출하고 있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AI 적용 대상 업무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와 책임 구조도 불명확해, 이를 명확히 해야 국토ㆍ도시 공공부문의 AI 활용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연구와 실증이 정책과 행정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국토연구원은 “AI는 도시계획의 효율성과 의사결정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데이터 기반과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문서 분석, 시민 참여 지원, 시나리오 기반 정책 검증 등 다양한 연구 성과가 공공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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