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야, 이제 내 카드 써!” 0원에서 70억…장항준의 ‘생존 영수증’
“은희야, 이제 내 카드 써! 살다 보니 진짜 이런 날도 오네요.”
특유의 해맑은 표정으로 ‘신이 내린 꿀팔자’를 자처하던 장항준 감독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누적 관객 1400만명을 돌파하며 2024년 최고 흥행작 ‘파묘’의 기록까지 갈아치운 직후였다.

■ “성공한 말티즈”의 엄살? 예상 인센티브만 70억
업계의 계산기는 이미 과열을 넘어 폭주 상태다. ‘왕사남’의 손익분기점(BEP)은 고작 260만명. 관객 1400만명을 돌파한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겨 순수익만 뽑아내는 관객이 무려 1140만명에 달한다.
천만 감독들의 관례인 러닝 개런티(관객당 성과급)를 적용하면 장 감독이 챙길 인센티브는 각종 부가 수익을 포함해 최소 35억원에서 최대 70억원까지 치솟는다. 기본 연출료를 제외하더라도 단일 프로젝트로 7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현찰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 ‘김은희 남편’ 조롱 견뎌낸 2190일의 지독한 버티기
이번 성공은 결코 운빨이 아니다. 대중이 그를 ‘아내 잘 만나 노는 감독’으로 소비할 때, 그는 냉혹한 파산 위기와 연출가적 슬럼프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2017년 영화 ‘기억의 밤’ 이후 무려 6년. 차기작은 번번이 엎어졌고 기획안은 먼지만 쌓여갔다.
“아내(김은희 작가) 수입으로 연명한다”는 웃픈 자학은 사실 연출가로서의 사망 선고를 견디기 위한 눈물겨운 정신 승리였다. 아내가 ‘킹덤’으로 세계를 제패하며 회당 수억원을 벌어들일 때 그는 연출료 ‘0원’인 날들을 2190일이나 버텼다. 신혼 시절 쌀이 없어 눈물 젖은 라면을 나눠 먹던 가난은 추억이 됐지만 성공한 아내 곁에서 무능한 감독으로 박제되는 공포는 현재진행형이었다. 지금의 70억원은 그 막막한 무력감을 뚫고 나온 ‘생존의 영수증’이다.
■ 유해진의 ‘국사책 얼굴’과 260만의 도박
이 기적 같은 흥행 뒤엔 장항준의 치밀한 장사 수완이 있었다. 100억원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260만명으로 묶어낸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S급 스타 유해진을 기용하면서도 불필요한 마케팅 거품을 걷어내고 ‘입소문’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유해진은 국사책을 찢고 나온 얼굴”이라며 치켜세우던 그의 안목은 무섭게 적중했다. 유해진의 진정성과 유지태, 전미도 등 조연들의 열연이 ‘N차 관람’ 열풍을 일으켰고, 이는 1400만명이라는 광활한 데이터적 승리로 이어졌다.

■ 말티즈는 이제 사냥을 나간다
이제 장항준을 보고 단순히 ‘운 좋은 놈’이라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자본주의의 가장 냉혹한 지표인 ‘숫자’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70억원에 달하는 보너스 성과급은 그가 더 이상 누군가의 남편이나 입담 좋은 방송인이 아닌 시장을 흔드는 ‘A급 연출자’임을 알리는 당당한 선언문이다.

팬들 사이에서 그는 ‘눈물자국 관리받는 성공한 말티즈’로 불린다.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걱정 없이 사는 강아지 같다는 장난스러운 애칭이다. 하지만 이번 흥행으로 그는 증명했다. 자신은 관리받는 말티즈를 넘어 스스로 판을 깔고 1400만 관객을 물어오는 ‘영리한 사냥개’였음을 말이다.
6년 전, 텅 빈 통장을 보며 “나중에 다 갚을게”라던 그의 호기로운 약속은 이제 대한민국 영화사(史)에 기록될 흥행 실화가 됐다. 아내에게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며 “이제 내 거 써”라고 말하는 장항준. 그의 뒷모습에선 더 이상 ‘보호받는 말티즈’가 아닌 1400만 관객을 책임지는 중견 연출가의 기분 좋은 기개가 묻어난다. ‘신이 내린 꿀팔자’ 뒤에 숨겨진 그의 진짜 전성기는 이제 막 새로운 막을 올렸다.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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