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자 소비 줄었다…청년층 ‘지갑 닫는다’

이규현 기자 2026. 3. 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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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이규현 기자

집값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기존 '자산효과'와 달리 국내에서는 오히려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 과정에서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면서 세대 간 경제적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주택가격 상승은 모든 가계에 동일하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연령과 주거지위에 따라 상반된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분석 결과,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전 연령대에서 하락 추세를 보였으며 특히 40세 미만 무주택 가구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이 젊은층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미시데이터 분석 결과, 무주택 월세·전세 거주자뿐 아니라 유주택자에서도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소비성향이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특히 40세 미만 구간에서 소비성향 감소가 두드러지며, 주택가격 상승 과정에서 젊은층의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택가격 상승 시 경제적 후생의 변화 역시 연령별로 뚜렷하게 갈렸다. 주택가격이 5% 상승할 경우 최종소비재 지출 기준으로 환산한 가계 후생은 50세 미만에서 평균 0.23% 감소한 반면, 50세 이상에서는 0.2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가격 상승 시 경제적 후생 효과는 연령에 따라 상반되게 나타난다. 50세 미만에서는 후생이 감소하는 반면, 50세 이상에서는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며, 특히 유주택 비중이 높은 고령층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이 자산 증가 효과보다 젊은층의 주거비 부담과 자금 제약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차이는 주거사다리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주택 가구의 경우 전·월세 부담 증가와 함께 내 집 마련을 위한 초기자금 축적 필요성이 커지면서 소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50세 미만 유주택자 역시 상급지 이동이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추가 자금 마련 과정에서 저축 확대와 대출 증가가 나타나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를 ▲주택구매 초기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 증가로 소비가 감소하는 '투자효과' ▲대출 확대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소비가 위축되는 '저량효과'로 설명했다.

아울러 주택가격 상승이 자산 증가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자산계층 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소비 여력 약화에 따른 내수 둔화와 함께 만혼·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주택가격 변동이 단순한 자산시장 이슈를 넘어 가계 소비와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높은 주거비 부담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젊은층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크게 확대됐고, 이는 소비 여력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가격 상승이 자산 증가로 이어지는 '부의 효과'보다 주거비 부담 확대에 따른 소비 위축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주거비 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규모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중 상당 부분이 주거비와 금융비용 상환에 사용되면서 소비 지출이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가계 소비 둔화가 내수 경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소비 위축이 이어질 경우 서비스업과 자영업 등 내수 산업에도 파급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 안정과 함께 청년·무주택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상승이 특정 계층의 자산 증가로만 이어지지 않도록 주거 사다리 복원과 금융 부담 완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정책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재성 대구 부동산 나눔 그룹 운영진은 "주택 가격은 단순한 자산시장 문제가 아니라 가계 소비와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며 "이러한 구조적 영향 때문에 정부 역시 주택 가격 문제를 단순히 시장에 맡겨두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규현 기자 leekh122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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