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벽배송 막아야 골목이 살아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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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는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에 뛰어들면 골목상권이 고사한다며 반발하지만, 이 논리는 핵심을 비켜간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금지와 골목상권 매출 증가를 곧바로 연결짓기는 어렵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다른 채널을 찾을 뿐, 골목상권으로 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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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빠른 배송이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주장이다. 그러나 새벽배송 금지가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나아가 골목을 사람이 붐비는 장소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소비는 규제만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에 관한 논의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대형마트가 심야에 문을 닫는 사이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은 새벽배송으로 소비자의 편의를 끌어올리며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나자 특정 플랫폼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및 새벽배송을 제한하는 내용을 삭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상공인 단체는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에 뛰어들면 골목상권이 고사한다며 반발하지만, 이 논리는 핵심을 비켜간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금지와 골목상권 매출 증가를 곧바로 연결짓기는 어렵다. 이미 대형마트가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의무휴업 제도가 그 한계를 보여줬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으로 문을 닫은 일요일,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 금액은 610만원(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에 그쳤다.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 식료품 구매 금액인 630만원보다도 3.1% 적었다.
소비자의 장바구니는 이미 오래전에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 주문한 상품이 문 앞에 놓여 있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다른 채널을 찾을 뿐, 골목상권으로 향하지 않는다. 골목상권의 생존과 번영의 해법을 경쟁자를 묶는 데서 찾으면 안 되는 이유다.
결국 해법은 규제가 아니라 변화에 있다. 규제라는 성벽 뒤에 숨는 대신,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독보적인 매력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최근 경북 김천시가 지역 특색을 살려 상권에 서사를 입히고, ‘방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간을 창출해 주목받은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라인 클릭으로는 결코 체험할 수 없는 현장의 공기, 그 장소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갑을 열게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상권’ 역시 같은 맥락의 시도일 것이다.
이제 골목상권의 생존 공식은 ‘가격’이 아닌 ‘발길을 끄는 힘’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경쟁사의 성장을 막는 낡은 규제의 덫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벼랑 끝 상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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