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충격 이후 진짜 기회는 재생에너지·ESS…에너지 대전환 수혜주

권순우 기자 2026. 3. 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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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조기 레임덕과 중동 충격이 겹쳤다 에너지 대전환의 수혜주 /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

중동발 전쟁 충격은 단기적인 유가 급등 이슈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의 에너지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고 동시에 트럼프 2기 조기 레임덕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중심의 구조적 주도주 교체가 시작될 수 있다고 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가 짚은 핵심은 단순하다. 전쟁이 터질 때마다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는 중동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한국이 쓰는 원유 가운데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고 120달러를 향하고 150달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국면에서는 물가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성장률이 꺾이고 산업의 비용 구조가 흔들리고 결국 기업 실적과 증시 전체의 할인 요인이 된다. 그가 이번 사태를 두고 그냥 지나가는 이벤트가 아니라 체질 전환의 경고라고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설명에서 중요한 대목은 유럽 사례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와 석탄과 원유 의존도가 높았다. 충격은 즉각적이었다. 일부 국가는 도매 전기요금이 전쟁 전보다 네 배에서 다섯 배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최근 유럽에서 같은 공포가 반복되지 않는 이유는 이후 몇 년 동안 전력 체질을 바꿨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 설치가 급증했다. 전기요금이 오르자 정책이 움직였고 민간 수요도 따라붙었다. 그 결과 과거 연간 10기가와트에도 못 미치던 설치량이 30기가와트를 넘고 이제는 60기가와트 수준까지 올라왔다. 한병화 이사는 이 변화를 두고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대체재도 아니고 보조재도 아니며 이미 메인스트림이 됐다고 정리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은 더 절박하다. 원유와 LNG와 석탄을 1년에 대규모로 수입하는 구조인데 가격이 오르면 수입액이 급증하고 가격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막히면 산업 현장이 멈출 수 있다. 반도체 같은 전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과 투자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는 그래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가 계획을 더 타이트하게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재생에너지가 비싸고 기술도 미숙하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이제는 전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가격은 내려왔고 기술은 성숙했고 해외에서는 이미 가장 싼 발전원이 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가 재생에너지 업종을 지금 다시 강조하는 이유는 비용 구조 때문이다. 풍력과 태양광은 일단 지어지면 연료비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미래 전기요금 인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산업 부담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어도 이런 압력이 영원히 눌려 있을 수는 없다. 결국 인상은 시간 문제이고 그럴수록 고정비 기반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은 더 매력적이 된다. 그는 최근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봤다.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이 붙는다. 인공지능이다. 한병화 이사는 AI를 전력을 많이 먹는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신규 발전 설비의 대부분이 풍력과 태양광으로 깔리는 상황에서 새로 늘어나는 전력은 결국 AI가 먼저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서는 AI 전력 수요를 말할 때 원전 쪽만 과도하게 주목해왔고 정작 재생에너지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온 흐름은 늦게 반영됐다. 중동 사태는 바로 그 인식 지연을 깨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금이 재생에너지 관련 업황이 중장기 상승 추세로 전환하는 목전이라고 판단했다.

그가 특히 눈여겨본 변수는 트럼프 2기 조기 레임덕이다. 이 진단은 정치 전망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밸류에이션 변화와 연결돼 있다. 한병화 이사는 트럼프 1기와 지금을 비교했다. 당시에도 초반에는 트럼프의 반재생에너지 기조 때문에 관련 종목이 눌렸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패배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먼저 방향을 틀었다. 상원은 공화당이 가져가더라도 하원은 뺏길 가능성이 높고 하원이 예산권을 가진 만큼 트럼프의 정책 드라이브는 빨리 둔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트럼프로 훼손됐던 그린 산업 밸류에이션은 이제 바닥을 통과해 회복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내 정책은 두 번째 축이다. 한병화 이사는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은 후퇴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미 기후 에너지부를 만들었고 정책 방향도 잡혔다. 결국 전쟁이 끝나더라도 남는 것은 두 가지다. 트럼프 조기 레임덕 가능성과 한국의 정책 가속이다. 그는 그래서 전쟁이 진정된 뒤 관련 종목이 흔들린다면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단기 뉴스 흐름보다 긴 구조를 보라는 주문이다.

종목별로 보면 그의 설명은 더 구체적이다. 먼저 SK오션플랜트다. 시장에서는 매각 절차와 그룹 이슈에 시선을 빼앗겼지만 사업 경쟁력 자체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SK오션플랜트는 대만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대만이 아시아 최대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아시아 선두라는 뜻이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설치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정부 목표와 확정 발주 계획을 보면 앞으로 수년간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SK오션플랜트의 장점은 해상풍력 단일 스토리에 갇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원래 조선과 해양 구조물 비즈니스 경험이 깊고 앞으로는 조선 부문 수주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수주 풀에서도 조선 쪽 비중이 적지 않다. 이는 해상풍력 업황이 잠시 쉬더라도 다른 축에서 실적을 보완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는 현재 가치평가가 이런 구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SK이터닉스에 대해서는 개발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풍력과 태양광과 연료전지와 ESS 프로젝트가 정부 정책에 따라 실제 설비로 전환되면 그동안 계획으로만 잡혀 있던 자산이 숫자로 바뀐다. 그는 상장된 민간 재생에너지 개발사 가운데 SK이터닉스와 금양그린파워와 대명에너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정책 환경이 유지되면 이들 회사가 가진 파이프라인 상당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SK이터닉스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KKR 변수다. 한병화 이사는 글로벌 사모자본이 한국 그린 인프라에 본격적으로 베팅하는 케이스로 해석했다. KKR 같은 글로벌 투자자는 이미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의 큰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룹이 추진하던 재생에너지 자산을 통으로 사들이고 본격 확장에 나서는 장면은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시장은 단순 지분 변화가 아니라 앞으로 새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붙을지를 봐야 한다.

ESS는 또 하나의 축이었다. 그는 ESS를 재생에너지 없이 성장할 수 없는 산업이다.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나면 계통 안정과 변동성 대응을 위해 저장장치가 필수로 따라붙는다. 그동안 한국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둔화 우려 때문에 시선이 흔들렸지만 그는 ESS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봤다. 해외에서는 이미 고성장이 시작됐고 한국도 정책 방향이 수소 중심에서 ESS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병화 이사의 큰 흐름은 단순하다. AI가 전력 수요를 밀어 올리고 에너지 안보 위기는 전력 체질 전환을 재촉한다. 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와 ESS와 전력 인프라가 핵심 축이 된다. 한국 기업들은 이 영역에서 생각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단기 급등락을 뉴스 트레이딩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2030년까지 이어질 구조적 변화의 초입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맞히는 게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충격이 끝난 뒤 어떤 산업이 더 빨리 이익 구조를 바꾸고 어떤 기업이 정책과 자본의 방향을 먼저 타는지다. 트럼프 2기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과 한국의 에너지 체질 전환이 동시에 현실화된다면 시장의 주도주는 경기민감 전통 업종이 아니라 전력과 저장과 재생 인프라 쪽으로 재편될 수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가 강조한 것은 바로 이 구조 변화였다. 전쟁은 계기일 뿐이고 주도주 교체의 본질은 이미 다른 곳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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