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 언제 끝나나” 두바이 파일럿이 본 장기전의 징후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크루 라운지 분위기가 묘하다. 어떤 파일럿들은 그동안 너무 바빴는데 드디어 좀 쉴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한다. 반대편에서는 비행이 없으니 돈을 못 번다고 불평이다. 파일럿은 비행수당이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직종이라 비행이 줄면 월급이 줄어든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100명이면 100명 전부 “이거 금방 안 끝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사망한 뒤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취임했고, “미군 기지가 철수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란은 개전 이래 5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과 2000기 가까운 드론을 발사했다. 그중 60%가 이스라엘이 아닌 걸프 지역 미군 기지를 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마비됐다. 세계 석유 공급의 20%가 지나는 이 좁은 물길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상선을 공격하고, 기뢰를 투하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를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라고 표현했다.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 일각에선 200달러까지 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도 다시 전면전에 돌입했다. 2024년 휴전 합의가 깨졌고, 베이루트 남부까지 공습이 확대됐다. 레바논에서만 773명이 사망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도 미사일에 맞았다.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할 것 없이 걸프 전역이 전장이 됐다.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가 다르다. 트럼프는 “곧 끝난다”고 했다가 “끝날 때까지 안 떠난다”고도 한다. 이란이 “항복 직전”이라고 G7 정상들에게 말한 다음날,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국영 TV를 통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한술 더 뜨는데, 이스라엘 측은 이 전쟁에 “시간 제한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은 4주 안에 마무리하고 싶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 능력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4주 타임라인은 오히려 이란에게 “4주만 버티면 된다”는 명확한 목표를 준 셈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이란 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란에게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카드가 있다. 핵시설이 파괴되고 해군이 궤멸당해도, 좁은 해협에 기뢰 몇 개만 투하하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을 수 있다. 이란 군 대변인은 “석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로 갈 준비를 하라”고 경고했다. 결국 세계경제 안정은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나느냐에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전선이 너무 많다. 이란 본토,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호르무즈 해협, 걸프 전역의 미군 기지. 다전선 전쟁은 단일 전선보다 종결이 어렵다. 하나를 끄면 다른 곳에서 불이 붙는다.

주목해야 할 첫 번째 변수는 미국 국내정치다. 이미 수백개의 미국 시민단체가 의회에 전쟁 자금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 “우리는 장벽에 투표했지 전쟁에 투표한 게 아니다”라는 말이 트럼프 지지층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유가가 계속 100달러를 넘으면 휘발유 가격이 직격탄을 맞고, 이는 곧바로 중간선거 이슈가 된다.
두 번째는 이란의 미사일 재고 고갈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빈도가 전쟁 초기 이후 감소 추세에 있다. 분석가들은 재고 고갈과 장기전을 위한 비축 전략을 원인으로 꼽는다. 쏠 게 없어지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GCC 국가들의 집단 중재다. 이번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오만 외교장관은 “평화가 손에 닿을 만큼 가까웠다”며 핵 협상의 돌파구를 언급한 바 있다. 전쟁 피로감이 쌓이면 이 중재 채널이 다시 열릴 여지가 있다.
네 번째는 중국이다.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협조를 요청한 것이 알려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고, 이란의 최대 고객이다. 중국이 이란에 ‘그만하라’는 압력을 넣을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한 정치분석가는 미국 내 압박이 커지면서 전쟁이 3~4주 내에 흐지부지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반대편에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란이 결국 ‘평소대로 돌아가길’ 원할 것이라면서도, 그 전에 상당한 파괴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합하면 낙관적으로는 4월 중, 비관적으로는 올여름까지 어떤 형태로든 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사업연속성계획(BCP)을 점검해야 한다. 영공이 또 닫히면 직원들을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지, 재고는 어디서 확보할 것인지, 대금 결제는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미리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실제로 닥쳤을 때 허둥대게 된다.
물류 루트를 다변화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금, 기존 해상운송에만 의존하던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오만의 살랄라 항이나 사우디 서해안 젯다 항을 대체 루트로 검토하고, 긴급 물자는 항공운송을 병행해야 한다.
대금 회수를 서두르자. 전쟁이 장기화되면 현지 경기가 위축되고, 대금 지연이 심해질 수 있다. 아직 관계가 좋을 때, 미수금이 있으면 지금 거두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이런 시기에 기회를 보는 눈도 필요하다. 15년 전 두바이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수많은 기업이 철수했지만, 그때 남은 업체들이 지금 두바이 시장을 장악하고 큰 수익을 벌었다. 다만 이번엔 금융위기와 성격이 다르다.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전쟁이다. 리스크 관리 없는 낙관론은 위험할 수 있다.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ACLED 중동 특별보고서(2026.3), IEA 석유시장보고서(2026.3), 코트라 두바이무역관 자료, LSE 크리스천 에머리 교수 분석, 알자지라·CNN·CNBC 등 전쟁 보도, Flightradar24 중동 영공 현황, 현지 항공업계 관계자 인터뷰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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