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친문의 귀환’ 설계자… 당심 동원해 정청래체제 강화 도모[허민의 정치카페]

허민 전임기자 2026. 3. 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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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김어준과 여권 권력구도
金, 당심 무기로 대통령권력 시험… 8월 전대 개입, 여권 내 권력 시프트 기획
‘정청래 연임 지원 → 與 권력사슬 재구성’ 시도… 유시민도 金 + 鄭 연합세력 가세

김어준 씨의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이 잠시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김 씨는 사과하지 않았고,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 배경에는 ‘권력 시프트’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김 씨는 ‘친문의 귀환’ 설계자다.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청래 대표 연임을 기획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뉴이재명 등 친명과 예각을 세우는 지점이다.

◇김어준 권력의 배경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 직후 친명을 중심으로 김 씨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는 거부했다. 보통 대통령 관련 중대 의혹을 제기했다가 역풍을 맞으면 정치 커뮤니케이터는 ①철회 ②회피 ③사과 등 3가지 중 하나를 택한다. 그런데 김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건 집권세력 내 권력구도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첫째, 민주당 당원 구조가 김 씨의 정치적 안전판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도부 중심 정당’이 아니라 ‘지지층 중심 정당’으로 이동했다. 전통 정당 구조에서는 지도부가 메시지를 통제하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지지층이 메시지를 승인한다. 김 씨는 ‘메시지 생산자’가 되고, 강성 지지층은 ‘메시지 승인자’가 되며, 정청래 당 지도부는 ‘메시지 실행자’가 된다.

김 씨는 당 밖에 있지만, 사실상 ‘당원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시험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의 생존 기반은 대통령이 아니라 지지층의 정서적 유대와 이를 통한 승인이다.

둘째,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김 씨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형사재판을 받아 왔다. 취임 후 법원이 재판을 연기한 상태지만,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 임기 도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자신을 옥죄게 할 재판의 ‘공소취소’가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 유튜브에서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이 여과 없이 송출됐다. ‘김어준 플랫폼’에서는 검찰개혁을 약화시키는 어떤 조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거래설 당사자로 의혹을 샀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즉각 부인했다. 정 장관은 기자와 통화에서 “검찰에 어떤 메시지도 준 일이 없다. 전화기를 까라면 까겠다”고 밝혔다.

◇여권의 권력사슬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로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김어준 씨는 금세 정상을 되찾았다.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고위관계자 A 씨의 분석이다. “대통령이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강경파가 밀어붙인 검찰개혁안을 사실상 승인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은 강경파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강경파들은 공소취소라는 대통령의 약점을 잡고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 그 뒤에는 김어준이 있다.”

이 말은 많은 함의를 지닌다. 하나, 대통령은 강경파를 통제 못 하고 강경파는 지지층에 종속돼 있다. 둘, 김 씨는 당심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셋, 대통령은 당을 필요로 하고, 당은 지지층의 요구에 따르며, 지지층은 김어준을 소비한다.

이는 대통령이 권력을 행사하기 이전에 또 다른 권력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집권세력의 권력사슬 속에서 김 씨는 대통령보다 오래갈 권력, 즉 지지층을 기반으로 민주당 권력의 생성·유지·성장을 모색한다.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은 이런 권력사슬의 노출로 봐야 한다.

생존이 걸린 권력은 결정적인 순간 취약성을 드러낸다. 공소취소가 권력의 생존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는 대통령의 가장 약한 고리다. 따라서 김 씨가 사과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 최대 스피커 중 한 명인 유시민 씨도 김어준-정청래 연합을 돕고 나섰다.

친명계 B 의원은 “김어준은 권력의 약점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권력의 순환고리를 작동하는 위치에 있다”면서 “그의 목표는 정청래 체제를 강화해 궁극적으로는 친노의 부활, 친문의 귀환을 설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너지는 상호억지

현재 집권세력의 권력사슬은 미래 민주당 지도체제의 축도(縮圖)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그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만일 정청래 대표가 김어준 씨의 지원을 받아 당권 연임에 성공한다면 여권 내에서 급격한 ‘권력 시프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가 김 씨의 도움으로 차기 전대에서 당대표 연임에 성공하고 23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 지난 총선 때의 ‘비명횡사’와 견줄 ‘비청횡사’로 일사불란한 체제를 구축하며 강성 당원 기반 정치를 강화한다면 대통령권력과 별개의 권력 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김 씨는 권력 밖에 있지만, 권력 위에 있는 변수가 된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 대통령이 여권 내 영향력 감소를 막아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대통령은 여권 강경파를 상대로 ‘상호억지(mutual deterrence)’를 만들어낼 역량을 가졌을까. 자신의 무기를 극대화해 상대의 공격성을 잠재우면서 이른바 ‘공포의 권력균형’을 이뤄낼 수 있을까.

지금 대통령이 정청래·김어준 연합세력에 맞서 권력의 온존·유지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지지율로 버티거나, ‘뉴이재명’으로 세력을 확장하거나, 남아 있는 권력자원을 동원하는 방식뿐이다.

하지만 이 수단들 또한 온전하지는 않다. 지지율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물가 인상 압박과 고환율, 주식·부동산시장의 머니 무브 등에 의해 언제든 출렁거릴 수 있다. 뉴이재명은 친정청래 등 강성 지지층보다는 세가 약하고 이미 ‘B그룹’(유시민 표현)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통령의 대표적 권력자원인 수사권은 강경파 주도 검찰개혁으로 거세됐다. 반면 당내 강경파는 강성 지지층을 움직이는 ‘김어준 보유세력’인 데다, 공소취소라는 대통령의 약한 고리를 쥐고 있다.

◇권력 시프트

특정 정치세력이 집권하면 당청 관계는 통상 ‘청와대 우위(집권 초반)→상호억지(집권 중반)→여당 우위(집권 후반)’라는 경로를 겪는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은 집권 1년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 당청 간 ‘상호억지’조차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권력의 중심이 대통령 밖으로 이동하는 것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정점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상호억지’란 핵무기를 보유하는 두 나라가 상호확증파괴를 피하기 위해 핵전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일종의 억지이론. 여기서는 대통령권력과 여당이 상호 피해를 막기 위해 협력하는 것을 의미.

‘비청횡사’는 친정청래계가 아닌 인사들이 공천 과정에서 불리한 평가나 처우를 받게 된다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 22대 총선 당시 비이재명계에 대한 대거 낙천을 ‘비명횡사’로 표현한 것과 비교됨.

■ 세줄 요약

김어준 권력의 배경: 김어준은 집권세력 내 권력구도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짐. 이는 첫째, 민주당 당원 구조가 김 씨의 정치적 안전판이 되기 때문이고, 둘째,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김 씨의 무기가 되기 때문.

여권의 권력사슬: 대통령은 민주당 강경파를 통제 못 하고, 강경파는 지지층에 종속돼 있으며, 김어준은 당심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함. 김의 목표는 정청래 체제 강화로 친문의 귀환을 설계하는 것으로 보임.

무너지는 상호억지: 현재 집권세력의 권력사슬은 미래 민주당 지도체제의 축도(縮圖)임. 정청래+김어준 연합이 당권 연임을 성공시키면 당정 상호억지가 무너지고, 여권 내 급격한 ‘권력 시프트’가 나타날 가능성 커.

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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