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우주의 ‘이주민’…탄생 직후 ‘변두리’로 1만광년 밀려났다

곽노필 기자 2026. 3. 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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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은하 중심 1만6천광년 거리에서 탄생
비슷한 시기 태어난 별들과 집단이동
태양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별들과 함께 은하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집단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국립천문대 제공

우리 은하는 중심에 별들이 긴 막대처럼 늘어서 있고, 그 양끝에 거대한 나선팔 구조가 휘감겨 있는 막대나선은하다. 은하 전체의 지름은 10만광년, 막대 길이는 3만광년이다. 태양계는 작은 오리온팔 안쪽, 은하 중심부로부터 2만6천광년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해 있다.

46억년 전 태양계가 태어난 곳도 지금 이 자리였을까?

일본국립천문대와 도쿄도립대가 주축이 된 국제연구진이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태양계는 은하 중심부 근처에서 형성된 후 약 1만광년 이동해 지금의 위치에 자리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 두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은하수를 도시에 비유한다면 태양은 번잡한 도심을 떠나 한적한 변두리로 이사한 이주민인 셈이다.

사실 과학자들은 1990년대 이후 태양이 우리 은하 중심에 더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 현재 위치로 이동했을 것으로 의심해 왔다. 이런 추정엔 크게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태양의 금속 함량이다. 은하 중심에 가까울수록 금속 함량이 높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금속 함량이 낮다. 그런데 태양의 금속 함량은 현재 태양이 있는 위치의 평균 별들보다 높은 편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은하 중심을 도는 나선팔의 중력 파동이 태양을 서서히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추정은 은하 중심부의 막대 구조가 만드는 공전 장벽에 막혀 더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막대 구조를 이룬 별들은 단단한 막대기처럼 통째로 회전하는데, 이것이 물질 이동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 장벽보다 안쪽에 있는 가스들은 막대 중력에 붙잡혀 중심으로 빨려들어가고, 장벽 바깥에 있는 물질은 막대 중력에 밀려나 은하 외곽으로 튕겨 나간다. 따라서 태양계가 이 장벽 내부에서 형성되었다면 바깥쪽으로 이동해 현재 위치에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

은하 막대 형성기에 튕겨나간 듯

연구진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1000광년 이내 거리에서 태양과 온도, 표면 중력, 구성 성분이 매우 비슷한 별 6594개를 골라 분석을 진행했다. 그런 다음 항성 진화 모델을 이용해 이 태양급 별들의 나이를 계산했다.

그 결과 태양과 비슷한 시기인 40억~60억년 전에 태어난 1551개의 별들이 태양계 가까운 곳에 분포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별들의 나이, 금속 함량이 태양과 매우 비슷한 것으로 보아, 이들이 태양과 함께 은하 중심부 근처에서 현재 위치로 이동해 온 것으로 추정했다.

태양을 포함한 이 별들은 은하 막대 장벽을 어떻게 뚫고 나왔을까?

연구진은 당시엔 막대 장벽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은하 막대는 완성된 다음엔 물질 이동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하지만, 형성 단계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막대가 주변의 가스 구름들을 강하게 휘저어(중력 교란) 별 생성을 촉진하고, 생성된 별은 막대 근처를 지날 때 중력의 영향을 받아 원래의 자리를 떠나 안쪽으로 끌려들어가거나 바깥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 태양은 이 시나리오에서 후자, 즉 바깥으로 튕겨나간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은하에서 태양의 위치. 작은 나선팔인 오리온팔 안쪽 가장자리에 있다. 우리 은하 한가운데의 작은 점은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에이스타’(Sgr A*)이다. go-astronomy.com

은하 대이주, 지구 생명 탄생에 결정적 역할

연구진은 그동안 은하 막대 구조는 80억년 전 이전에 생긴 것으로 보았으나,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막대 구조는 60억~70억년 전에 형성되고 태양과 태양 비슷한 별들은 40억~60억년 전에 은하 중심부 근처에서 탄생해 곧바로 현재 위치로 빠르게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결과, 태양은 은하 중심에서 1만6천~2만광년 떨어진 고밀도 영역에서 탄생해 현재의 위치까지 9천~1만광년 거리를 이동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건 별들의 대이주가 지구 생명 탄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하 중심부 근처는 초신성 폭발과 같은 격렬한 현상이 잦고 방사선이 강력해 생명체가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이다. 별들의 밀도가 높아 별들의 공전 궤도가 불안정해질 위험도 크다. 연구진은 “태양이 좀 더 조용한 외곽 지역으로 옮겨온 덕분에 지구가 수십억년 동안 안정적인 궤도와 온화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계에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은하 막대 구조 형성의 결과라는 얘기다.

*논문 정보

Solar twins in Gaia DR3 GSP-Spec I. Building a large catalog of solar twins with ages.

DOI:10.1051/0004-6361/202658913

Solar twins in Gaia DR3 GSP-Spec II. Age distribution and its implication for the Sun's migration.

DOI:10.1051/0004-6361/202658914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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