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야, 집에 가면 안될까”…요양원 아닌 자택서 의료·생활지원 ‘패키지설계’[10문10답]
노인 10명중8명 “거동 불편해도 거주지서 살고싶어”
노인·고령 장애인 우선 실시… 정신질환자 대상 확대
불필요 입원 줄어… 평균 517만원 절감 부양부담 완화
지역사회 준비 부족 지적… 방문진료 등 수요충족 못해

오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이로써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통합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제도 시행을 위한 조례 제정과 인력 배치를 마쳤다. 보건복지부는 전담 인력 5346명을 확보했다.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던 통합돌봄이 제도화돼 노인, 장애인들이 주거지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개별적으로 다양한 기관에 서비스 신청을 해야 했지만, 대상자가 되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나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한 번만 신청하면 된다. 복지부는 ‘살던 곳에서 누리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통합돌봄 정책의 목표로 정했다. 다만 아직 지역사회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에서 서비스가 얼마나 연착륙할 수 있는지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 통합돌봄 사업이란
통합돌봄은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요양 등 돌봄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인, 장애인 등이 서비스 대상이다. 거주지에서 필요한 의료, 건강관리, 요양,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는 대신, 노인과 장애인들이 익숙한 자신의 집과 동네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기존에는 정보 부족으로 필요한 혜택을 놓치거나 분절적 서비스 제공으로 불가피하게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2. 사업 추진 배경은
초고령화로 의료·요양 등 복합적 돌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서비스가 부족하고 분절적으로 제공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사업이 추진됐다. 특히 살던 곳에서 건강한 삶을 희망하는 노령 인구가 많아진 것이 중요한 추진 배경 중 하나였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8명 이상이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평소 살던 집에서 지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통합돌봄 모델을 검토해 2019년부터 1·2차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합돌봄은 돌봄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서 국가와 지역사회로 옮기는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병원에서 퇴원한 뒤 갈 곳이 없어 다시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을 줄이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 기존 복지·의료 서비스와 차별점
기존의 돌봄 서비스가 개별 기관을 찾아다녀야 했던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통합돌봄은 수요자가 살던 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받는 ‘이용자 중심’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요양병원은 건강보험공단, 도시락 배달은 지자체, 가사 지원은 복지관 등에 각각 따로 신청해야 했다. 이제 서비스 대상자가 되면 담당자가 대상자에게 필요한 의료·요양·생활 지원을 묶어서 패키지로 설계해 준다.
4. 주요 대상자와 선정 기준
통합돌봄 서비스는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복합적 지원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 및 지자체장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에게 제공된다. 복지부는 노인, 고령장애인부터 서비스 제공을 시작해 정신질환자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이 안정되면 2030년부터는 대상자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당장 통합돌봄 대상은 장애인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워 병원 입원이나 시설 입소의 경계선에 있는 노인이 우선 대상이다. 현재 재가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추가적인 의료·일상 지원이 필요한 장기요양 등급자,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혼자 생활하기에 건강이 불안정한 등급 외 판정자, 병원에서 수술이나 치료 후 집으로 돌아왔으나 즉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퇴원 생활자 등이 대상이다. 시행 첫해 목표 대상자 수는 2만 명이다.
5. 신청절차
통합돌봄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을 통해 본인이나 가족이 신청할 수 있으며, 시장·군수·구청장의 직권 신청도 가능하다. 신청 이후에는 건보공단과 지자체가 통합판정조사를 통해 대상자의 의료·요양·돌봄 필요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어 시·군·구가 총괄하는 통합지원회의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이 수립되고, 이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가 연계된다. 전국 1162개 협약 병원이 퇴원 예정 환자 중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를 선별해 지자체에 의뢰하는 시스템도 구축됐다. 서비스 연계 후 3개월 단위로 모니터링이 실시되며, 대상자 상태 변화에 따라 필요 시 지원계획도 변경될 수 있다.
6.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
통합돌봄은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돌봄 등 4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선 노인의 경우, 보건의료 분야에서 방문진료, 치매관리, 만성질환 및 정신건강 관리, 퇴원환자 지원 등 재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건강관리에선 보건소 방문·스마트기기 기반 건강관리와 노인 운동 프로그램을, 장기요양과 일상돌봄에선 각각 방문간호·방문요양·방문목욕과 독거노인 응급안전, 주거환경 개선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장애인의 경우, 보건의료에서 장애인 주치의(일반, 치과) 등 입원·입소 예방을 위한 방문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건강관리와 일상돌봄에선, 각각 재활서비스와 주거·이동·보조기기 지원 등을 받는다.
7. 시범사업 경과
통합돌봄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2차 시범사업을 거쳤다. 시범사업에는 총 1만6294명이 참여했으며 서비스는 보건의료(26.9%), 일상돌봄(25.5%), 장기요양(22.9%), 주거지원(6.9%) 등으로 이뤄졌다. 시범사업 참여군과 유사 조건의 대조군을 비교한 결과, 불필요한 입원·입소가 줄고 지역사회에서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요양병원 입원율은 참여군 9.4%로 대조군(14.0%)보다 낮았고, 요양시설 입소율도 3.2%로 대조군(12.6%)보다 적었다. 참여군의 건강보험과 장기요양을 합한 총비용은 대조군 대비 평균 38만 원 감소했으며, 특히 퇴원환자의 경우 517만 원이나 절감됐다. 가족 등 돌봄 담당자의 부양부담이 줄었다는 응답도 75.3%에 달했다.
8.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책
문제는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등 재가 중심 서비스가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초기에는 공급 부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의료·요양·복지로 분절된 전달체계도 걸림돌로 꼽힌다. 서비스가 제각각 운영되면서 대상자 중심의 통합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 중심의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통합판정과 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 부담도 문제로 꼽힌다.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노인과 장애인에게 소요되는 의료·요양 사회보험 재정이 마냥 증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원 구조를 단계적으로 정비해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 간 인프라 격차도 통합돌봄 성패를 좌우할 변수다. 정부는 지방 인센티브 확대와 기반시설 확충을 통해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9. 해외 사례
해외 주요국은 이미 보건의료와 돌봄서비스를 연계한 통합돌봄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22년 ‘통합케어시스템(ICS)’을 법적 기구로 출범시키고, 시스템·장소·이웃 등 3단계 단위로 체계를 구분해 인구 규모와 서비스 개입 수준을 최적화시켰다. 특히 민간 및 자원봉사 섹터와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퇴원 후 재가돌봄으로의 연계를 강화하고,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 개호보험을 도입하고 노인이 익숙한 지역에서 일생을 마칠 수 있도록 의료, 개호, 주거, 생활 지원을 포괄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했다.
10. 향후 사업 확대 및 정부 돌봄 정책 추진 계획
복지부는 서비스를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돌봄 등 4개 분야 30종에서 2030년까지 60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도입기(2026∼2027년), 안정기(2028∼2029년), 고도화기(2030년∼) 3단계로 구분해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쇠 예방부터 임종까지 연속 지원체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통합돌봄 시행 후 지속적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별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현욱·김병채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살기 위해 8m 창밖으로 몸던졌다”…‘대전화재’ 탈출 직원들
- ‘이게 무슨 냄새야?’…기내서 사람 죽었는데, 13시간 비행 강행한 英비행사 논란
- [속보]안성 아파트 앞 女2명 숨진 채 발견…무슨 일
- [속보]호르무즈 해협을 미국과 이란이 공동 관리? 트럼프 구상 언급
- [속보]트럼프 “이란과 중동전쟁 해결 위한 대화…군사 공격 5일간 유예”
- [속보]트럼프, 이란 왜 때렸나 했더니…네타냐후 “절호의 기회” 설득
- ‘이렇게 잔인할 수가…’ 울산 쓰레기 봉투에서 발견된 고양이들 사체 상태에 경악
- 이란 대통령 장남 “항복? 무지하고 망상에 빠진 주장”
- 장모 식당서 60만원 먹튀한 남편 주장 “사위도 자식인데 왜 돈을”
- [속보]‘또 일본인 덮쳤다’…홍대서 음주차량 인도 돌진, 日 2명 등 4명 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