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두부 열풍은 단순한 한류 영향 아냐… ‘웰니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소비 변화 덕분[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미국 마트에서 집어든 두부는 예상보다 단단했다. 한국에서 흔하게 먹던 것보다 치즈를 대체할 질감에 가까웠다. 현지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확인해보니 한국 기업이 미국 식탁에 맞게 설계한 제품이었다. 한국인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현지화의 완성도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한류의 영향으로 한식이 주목받아서라고 보기에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웰니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식품 소비 구조의 변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건강, 지속가능성, 그리고 기술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고단백·저지방 식단에 대한 관심, 축산업의 환경 부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식물성 단백질을 가공하는 기술의 발전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이는 두부만의 현상이 아니다. 식물성 단백질 수요가 증가하면서 콩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들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같은 원재료라도 이를 다루는 방식은 지역마다 전혀 다르다. 동아시아는 콩을 응고시켜 두부로 만들었다. 질감을 중심에 둔 접근이다. 반면 인도네시아에서는 발효를 통해 템페를 만든다. 단백질의 소화성과 풍미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낫토는 점성과 기능성을 극대화한 사례다. 한국의 된장과 일본의 미소 속 콩은 ‘먹는 재료’가 아니라 ‘맛을 만드는 장치’에 가깝다. 중동의 후무스는 콩을 완전히 갈아 페이스트로 만들며, 가장 간편한 소비 형태로 진화했다. 콩은 지역에 따라 질감, 풍미, 조리 방식이 전혀 다른 식문화로 분화되어 왔다.
미국 시장에서 두부의 확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두부를 찌개용이 아닌 요리용 단백질로 소비한다. 샐러드에 곁들이는 큐브형 두부, 에어프라이어용 시즈닝 두부, 단백질 함량을 대폭 높인 두부가 대표적이다. 한국인에게는 낯설지만, 현지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방식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건강한 단백질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한 번의 경험이 반복소비로 이어지면서 두부는 일상의 식재료로 정착 중이다.
식문화의 확산은 대체로 비슷한 경로를 따른다. 낯섦에서 시작해 반복을 거쳐 익숙함으로 이동한다. 이는 새로운 소비가 혁신 수용자에서 대중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혁신 확산 이론(Diffusion of Innovations)’과도 맞닿아 있다. 처음 햄버거가 들어왔을 때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먹는다는 게 낯설었고, 커피는 쓰고 비싼 외국인의 음료였다. 나중에 한국인의 하루가 아메리카노로 시작될 것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자주 보이고, 누군가 먹고, 한번 시도해보는 과정이 축적되면서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흐름이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한식에 입문한 외국인들이 순두부찌개를 찾고, 두부김치를 검색하고, 마트에서 두부 코너를 탐색한다. 비건이라서가 아니라, 맛을 따라 이동한 결과다.

물론 이 과정이 항상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비교적 만들기 쉽다는 후무스에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기대와 다른 결과물을 얻었다. 가족들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음식 문화는 국경을 넘어서면 필연적으로 변형된다. 때로는 실패처럼 보이지만, 그 축적이 결국 새로운 방식이 된다.
그대로 남아있는 후무스로 이제 팔라펠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처음부터 인정받는 새로운 식문화가 어디 있겠는가. 대부분의 식문화는 시행착오 속에서 자리 잡는다. 익숙해지면 받아들이게 되고, 먹다 보면 맛있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
음식문화 변형은 식탁을 넘어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콩은 더 이상 ‘먹는 재료’에 머물지 않는다. 생분해 소재, 바이오 접착제, 식물성 섬유로 활용되며 탄소중립 기술의 한 축을 이룬다. 콩 단백질 섬유는 의류의 고급 소재로 자리 잡았고, 미생물 발효 기반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PHA) 역시 포장재와 의류 분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밥상 위 식재료였던 콩은 이제 지속가능한 사회를 설계하는 친환경 산업소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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