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GMC 아카디아, 정교한 성능과 모호한 위치

박홍준 2026. 3. 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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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기는 충분하지만 인상은 애매
 -완성도는 높지만 방향성 다소 모호
 -잘 달리지만 선택 이유는 흐릿해

 GMC 아카디아는 분명 잘 달리는 차다. 하체는 정교하고, 주행 질감은 안정적이며 대형 SUV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는 충분히 갖췄다. 그런데 시승을 마치고 이상하게도 한 가지 질문이 떠나지를 않았다. 이 차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디자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상품성은 어딘가 비어 있으며, 가격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완성도와 매력 사이의 간극, 아카디아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차였다.

 ▲디자인&상품성
 GMC 아카디아는 거대하다. 전장 5,160㎜, 전폭 2,020㎜에 달한다. 쉐보레 트래버스, 캐딜락 XT6 등과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각적으로 길고 시원하게 뻗은 실루엣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데 첫 인상은 분명 기대와는 다른 결이었다. 실제로 마주한 아카디아는 크다는 느낌보다는 부피감이 응축된, 시쳇말로 뚱뚱해보이는 인상이다. 요즘 SUV들 처럼 공간감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느낌도, 정통 SUV의 실루엣을 보여주는 느낌도 아닌 애매함만 보인다. 

 이건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비례와 디자인 언어의 문제다. 아카디아는 전면부에서 시작된 수직적 요소들이 측면까지 이어지며 시각적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가 있다. 후드 높이는 상대적으로 높고, A필러 각도는 완만하지 않다. 여기에 캐릭터 라인이 분산되지 않고 덩어리로 묶이면서 차체가 길게 늘어지는 대신 덩치가 한 곳에 뭉친 듯한 인상을 만든다.


 후면부로 시선을 돌리면 이 차의 디자인에서 가장 큰 이질감이 드러난다. 전면부와의 연결성이 끊겨 있기 때문이다. 요즘 SUV 디자인은 브랜드를 막론하고 전후면의 그래픽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형상, 그래픽 패턴, 혹은 최소한의 시각적 리듬을 맞춰 하나의 덩어리로 읽히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차체가 커질수록 시각적 통일감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설계 원칙에 가깝다. 

 하지만 아카디아는 이 지점에서 의외의 선택을 한다. 전면부는 C자형 시그니처 라이팅과 수직·수평 요소가 결합된 비교적 복잡한 그래픽을 사용한 반면 후면부는 그와 유사한 리듬을 이어가지 않고 보다 단순하고 수평적인 램프 구성을 취한다. 문제는 이 차이가 의도된 대비로 읽히기보다는 설계가 다른 두 파트가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란 점이다. 

 특히 램프의 위치가 주는 인상이 크다. 후면 램프는 차체 상단보다는 중간 영역에 무게를 두고 배치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시각적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온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면부는 이미 볼륨이 위쪽으로 몰려 있는 구조인데, 후면은 반대로 하부 쪽에 시각적 포인트가 형성되면서 차 전체의 시각적 밸런스가 앞뒤로 다르게 느껴진다. 어색하게 느껴진다.


 반면 트래버스는 보닛에서 테일까지 이어지는 수평 라인이 강조되고 D필러까지 이어지는 유리면적이 길게 확보돼 ‘길쭉한 대형 SUV’의 정석적인 비례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같은 계열임에도 아카디아는 길이보다 두께가 강조된 비율, 즉 길이 대비 높이·폭이 강조된 패키징으로 읽힌다.

 여기에 드날리 얼티밋 특유의 다크 크롬, 복잡한 패턴의 그릴, 그리고 굵직한 디테일들이 더해지면서 시각적 정보량이 늘어난다. 문제는 이 요소들이 서로 분산되지 않고 전면부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존재감은 분명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기대하는 고급감보다는 과밀한 인상이 남는다.

 그래도 실내는 반대로 설득력이 있다. 풀그레인 가죽과 오픈포어 우드, 그리고 지형도 패턴 각인 같은 디테일은 미국식 럭셔리를 비교적 명확하게 표현한다. 특히 우드 트림에 레이저로 새긴 패턴은 단순 장식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요소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공간 구성도 안정적이다. 2:2:3 구조에 3열 레그룸  면적이 816㎜ 수준이면 단순 보조석이 아니라 실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실제로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 나온다. 적재공간 역시 648ℓ에서 최대 2,758ℓ까지 확장되는 구조라 패키징 완성도는 충분히 납득된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하다. 슈퍼크루즈 '아직까진' 미지원이다. OTA를 통해 향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이미 경쟁차들이 고도화된 ADAS를 실사용 단계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추후 제공은 프리미엄 포지셔닝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핵심 기능을 '추후 지원'까지 달아놓은 채 이렇게 급하게 출시를 서두를 필요가 있었을까.

 ▲성능
 차의 핵심은 외관이 아니라 하체와 세팅이다.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32마력 최대토크 45.1㎏·m를 낸다. 수치만 보면 배기량 대비 상당히 공격적인 세팅이다. 다만 실제 주행에서는 ‘폭발적인 출력’보다는 토크 밴드를 넓게 쓰는 세팅에 가깝다.

 초반 응답은 비교적 빠르지만 급격하게 치고 나가는 타입은 아니다. 대신 3,000rpm 전후에서 토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차체를 꾸준히 밀어낸다. 흔히 보이는 초반 가속 강조형이 아니라 견인과 고속 크루징을 고려한  전형적인 미국산 대형 SUV의 토크 세팅 방법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 기어비 간격이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덕분에 가속 시 회전수 낙폭이 크지 않고 엔진이 항상 토크 밴드 안에 머무르도록 제어한다. 대신 킥다운 시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한 템포 계산 후 반응하는 느낌이 있다. 변속 충격을 억제하기 위한 캘리브레이션으로 보인다.

 이 차의 진짜 포인트는 서스펜션이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적용된 퍼포먼스 서스펜션은 입력 주파수에 따라 감쇠력을 바꾼다. 잔진동이 많이 올라올 수 있는 상황에서는 댐퍼가 부드럽게 반응하며 노면 충격을 걸러내고 롤이나 피치가 큰 상황에서는 댐퍼가 단단해지며 차체를 잘 지지해준다. 

 결과적으로 승차감과 롤 억제를 동시에 잡는다. 실제로 코너 진입 시 차체가 크게 기울지 않고 복원 속도도 빠른 편이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차체 질량을 억제하면서도 승차감을 유지하는 대형 SUV 세팅의 정석이라 봐도 무방하다.

 스티어링은 의외로 가벼운 편이다. 다만 응답성이 느슨하지는 않다. 초기 응답은 부드럽지만 조향각이 늘어날수록 저항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가변 저항형 세팅이다. 이 덕분에 고속에서는 안정감이 확보된다.

 AWD 시스템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타입이라기보다는 안정성 보조형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후륜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느낌보다는 노면 상황에 따라 토크를 분배하며 언더스티어를 억제하는 쪽에 가깝다. 재미 보다는 예측 가능한 거동, 안정적인 하중 이동, 그리고 장거리 피로도 감소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총평
 아카디아는 분명 잘 만든 차다. 특히 하체 완성도와 주행 질감은 동급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를 중심으로 한 서스펜션 세팅은 공학적으로도 설득력이 있고 실제 주행에서도 일관된 결과를 낸다. 하지만 문제는 포지셔닝이다. 디자인은 프리미엄을 지향하지만, 비례와 디테일 구성에서 고급감보다는 과밀한 인상이 남는다. 첨단 기능 측면에서는 슈퍼크루즈 부재가 결정적인 공백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가격은 8,990만원. 이 가격대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건 단순한 완성도가 아니라 '이 차를 사야하는 명확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카디아는 공간이 넉넉해도 독보적이진 않으며 주행성은 좋지만 압도적이지 않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지만 감성 자체가 애매하다. 

 결국 이 차를 타면서 계속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였다. "이 가격을 지불할 만큼의 명확한 차별점이 있는가"였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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