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바늘 ‘포장갈이’ 업체간 진실게임… 무고·명예훼손 맞고소로 얼룩

섬유제조업체에 원단 편직기용 바늘을 전문적으로 납품하는 판매상이 과거 해당 섬유업체로부터 사기 등 혐의로 고소당한 데 대해,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며 무고 등으로 경찰에 맞고소했다. 판매상이 바늘 원산지를 속이기 위해 이른바 ‘포장갈이’를 했다는 섬유업체의 주장으로 촉발된 사안이 고소전으로 얼룩진 것도 모자라 방송 보도로 전파를 탔는데, 이 과정에서 판매상은 자신의 명예까지 실추당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나도 피해봤다”… 김씨가 맞고소한 이유
24일 포천경찰서와 바늘판매상 김모(65)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월 무고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자신이 바늘을 납품한 섬유업체 2곳의 운영자인 A씨와 B씨를 경찰에 형사고소했다.
포천시에서 원단 편직용 바늘 등을 납품하는 소매업자인 김씨가 A씨 등 섬유업체를 맞고소하기로 결정한 건, A씨 등이 지난 2024년 김씨를 사기와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포천경찰서에 고소한 사건이 경찰과 검찰에서 불송치와 불기소 처분 등 ‘혐의없음’ 판단을 받으면서다.
앞서 A씨 등은 2015년부터 3~4년간 김씨가 자신들에게 납품한 ‘사쿠라바늘’의 원산지를 중국산이 아닌 일본산으로 속여 팔았다며 김씨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A씨 등은 공장을 가동하며 불량률이 높아지자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고 김씨를 고소했는데, 이들은 당시 각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A씨 등은 한 방송사 뉴스에 인터뷰 형식으로 출연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A씨 등이 허위에 기반해 자신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바늘 소매상인 김씨가 경북 지역의 도매업체로부터 사쿠라바늘을 구매해온 것은 맞지만, 자신도 도매업체에 속아 구매한 중간상일 뿐 이 바늘의 원산지를 속여 팔면서 A씨 등을 기망할 의도가 없었단 것이다. 실제 해당 도매업체가 중국산 바늘을 포장지를 바꾸는 식으로 속여 팔아 처벌받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A씨 등이 김씨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서 사기 등 혐의사실은 수사기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A씨 등이 원산지를 속여 팔았다고 하는 건 이미 몇 번이나 수사에서 무혐의 결정났고, 오히려 A씨 등이 중국산을 일본산으로 속았다고 말하는 사쿠라바늘의 패키지에는 ‘한국의 업체가 제작했다’는 영문 라벨표기가 있어 (A씨 등) 주장은 모순이 된다”며 “나 역시 도매업체에 속은 채로 한국산인 줄 알고 소개했던 것이지, 일본산 바늘로 속여 팔거나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은 추호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고에 명예훼손 혐의를 더해 고소한 데 대해서는 “특히 경기북부에서 해당 바늘을 중간납품받아 판매하는 소매업체는 내가 거의 유일한데 언론에 나와 특정될 수밖에 없고, 실제 그 방송에 업체를 특정할 만한 간판이 노출돼 매출에도 실제 몇 년 동안 큰 피해를 입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양쪽 다 나름의 증거”… 검찰은 보완 요구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이번에 고소한 사건 역시 피고소인인 A씨 등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지난 2월20일 불송치 결정했다. 이에 김씨는 경찰 수사에 대해 검찰에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검찰은 사건을 검토한 뒤 지난 18일 포천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김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중간 진행상황을 통지받지 못한 채 사건 관계자로서 권리를 침해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고소인처럼 피고소인들도 자신들의 주장에 맞는 정황증거를 제출하고 있어 고소인이 낸 자료만 가지고는 피의자들에게 무고 혐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명예훼손 혐의 관련) 죄 구성요소 가운데 방송 보도가 됐다는 점에서 공연성이 충족됐고 사회적 가치가 침해됐다고 볼 가능성이 있지만,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구체적 사실이 적시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 사건을 다룬 수사관이 전화로 고소인에게 중간에 사건에 대해 통지했다고 설명했다”면서 “보완수사는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모를 리 없다”… 이어지는 공방
한편, 김씨와 고소전으로 얼룩진 상대인 A씨 등은 기존처럼 김씨의 기망으로 인해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A씨는 “당시 오래 거래해온 김씨가 ‘좋은 일제 바늘이 있으니 믿고 쓰라’고 해서 의심 없이 바꾼 것인데 전형적인 사기에 불과했고, 김씨가 결백하다면 자신이 구매한 수입(도매)업체 상대로 문제제기해야 맞는데, 그러지 않고 있는 김씨가 처음부터 중국산인지 모를 리 없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며 “수사에서 김씨 사기 증거가 없던 게 아니라 작게 받아들여졌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 등을 (거래 이후) 늦게 진행한 건 공장을 어느 정도 돌린 뒤에야 문제 바늘로 인해 기계문제와 제품 불량률이 수치적으로 잡혔기 때문이고, 당시 공장에 불까지 나 납품받은 바늘값을 치르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다 똑같은 피해자가 생겨 언론에 제보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상대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수현 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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