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의 육아일기] 울며 떼쓰는 20개월 아이 솔로몬 왕도 두 손 들걸요?
육아 책에서 외운 조언 현실과 괴리
씻길 때, 옷 입힐때, 간식 먹이고 재울 때
심술이 나면 엄마도 아빠도 속수무책
보건복지부 2024년 산모 3000명 조사
산후 우울 경험 68.5%·기간 187.5일
신체적·환경적 변화, 책임감 이유 꼽아

손 씻길 때, 옷 입힐 때, 간식을 더 달라고 할 때, 양치질할 때, 머리 감길 때, 재울 때…….
어떤 순간에 윤지가 갑자기 떼를 쓸지 모르니까 엄마·아빠는 매 순간 신경이 곤두서있다.
‘미운 20개월’도 미운 세 살, 미운 중2에 필적할만한 힘든 시기다.
달래도, 애원해도, 협박(?)을 해봐도 떼쓰고 우는 아이를 당해낼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언성이 높아지며 아이와 30분 넘게 대치 상태가 이어진다. 승강이를 벌인 뒤 아이가 울다 지치게 되면 그제야 엄마·아빠는 직전의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엄마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경솔했던 언행을 반성하고, 아빠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앱을 열어 ‘20개월 아기 떼쓰기’ 해결 방법을 검색하곤 한다.
육아 책이나 인공지능 앱은 1번부터 차근차근 순서를 매겨 떼쓰는 아기 대처법을 알려준다.
“우리 아이 속상했구나” 하며 감정에 공감해준 뒤 아이의 안전 확보, 단호하게 말하기, 선택권 주기, 안아 주기 등 이들 제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다음에는 꼭 이 방법을 써먹어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솔로몬에 버금가는 육아 지혜라도 현실에서 써먹기는 쉽지 않다.
울음이라도 그치게 할 생각에 안아 주거나 간식을 주며 위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일쑤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를 설득하려 애쓰고, 이유를 계속 따져 묻거나 “그럼 엄마 먼저 간다” 같은 협박을 쓰는 등 책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
아이와 한바탕한 뒤 어린이집에 보내고 향하는 직장이 ‘도피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와 떨어져 있는 순간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모순’이 있다.
아이를 막 낳고 나서는 고립감과 답답함에서 오는 우울감으로 힘들었다면, 아이가 서툰 단어와 몸짓으로 제법 표현을 하게 되는 시기부터는 짜증을 동반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보건복지부·육아정책연구소가 산모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후 우울감을 경험한 응답자의 비중은 68.5%로, 3년 전(52.6%)보다 많이 증가했다. 우울감 경험 기간도 134.6일(2021년)에서 187.5일(2024년)로 늘었다. 둘째아 이상일 경우에 198.3일로 첫째아의 180.7일보다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을 느끼는 요인으로는 ‘출산 후 산모의 신체적 건강상태’(88.5%), ‘환경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86.0%), ‘양육 및 새로운 생명에 대한 부담감’(83.4%)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출산 후 산모의 건강관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는 ‘가사도우미(육아 돌봄) 지원’ 49.0%, ‘산후검진 비용 지원’ 15.7%, ‘산후관리 서비스 지원(마사지 등)’ 19.5% 등을 꼽았다.
두 돌 가까이 아이를 키워오면서 스스로 지치지 않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세워 지키고 있다.
육아하면서 기관의 힘을 빌리는 걸 망설이지 말 것. 윤지를 돌도 되기 전인 10개월에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한 선택이었다. 양육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 마음대로 되지 않는 육아 일상에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직장 생활을 포기할 마음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일의 성취되는 순간 느끼는 기쁨은 아이가 주는 기쁨과 다르다. 엄마가 어떤 분야에서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배우자와 시간을 많이 보낼 것. 윤지를 낳고 처음으로 최근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를 보려 아이 아빠와 극장에 갔다. 2시간 남짓 짧은 외출이었지만 육아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 초보 엄마 아빠라서 육아의 정답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어떤 일이든 함께 해결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 보건부 조사에서는 산모의 57.8%는 산후우울감 해소에 배우자가 도움을 줬다고 답했다.
육아의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지난겨울 광주시교육청 유보통합센터가 한국아동사회정서연구소와 마련한 보호자 연수를 들은 적 있다. 그곳에서 인상 깊게 들은 말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루 10분씩만 최선을 다해 아이와 놀아보세요. 내 마음을 돌봐야 아이에게 화풀이하지 않게 되고, 거창한 경험을 주지 않더라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놀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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