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갈 집이 없어요”… 서울 전세 갱신 50% 돌파

황규락 기자 2026. 3.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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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갱신 계약’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에 전세 매물은 없고, 매매 매물만 게시돼 있는 모습./뉴시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갱신 계약’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매매 가격에 이어 전셋값까지 치솟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대신 현 거주지에 머무는 ‘버티기’에 들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규 전세 공급이 급감한 상황에서 갱신 계약이 늘어나자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결국 가격이 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만7183건 중 전세 계약은 904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 갱신 계약은 4761건으로 전세 계약의 52.6%를 기록했다. 전월세 계약 유형이 별도로 집계되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월별 갱신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원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수천만씩 올려 달라고 해도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사 비용이나 치솟은 신규 전셋값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눌러앉는 것을 선택해 시장에 물건이 돌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10·15규제 이후 가팔라진 갱신율

상승세를 이어오던 전세 갱신 계약 비율은 지난해 10·15 부동산 규제 이후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42.8%였던 갱신율은 12월 46.9%, 올해 1월 48.2%로 가파르게 상승하다 결국 2월 들어 50% 선을 돌파했다. 이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의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막히면서 신규 전세 공급원이 차단되자, 불안함을 느낀 임차인들이 곧바로 갱신 계약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임대료 상승 폭을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계약 갱신 요구권’ 사용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전세 갱신 계약 중 요구권을 활용한 비율은 51.3%로 전월(57.6%) 대비 6%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이는 이미 계약갱신요구권을 한 차례 사용한 세입자들이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주고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하는 것을 택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입자들이 이동을 포기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은 급격히 줄고 있다. 올해 초 2만3060건이었던 서울 전세 매물은 현재 1만6880건으로 두 달 새 26.8%나 줄었다.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강남권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초 대비 노원구의 전세 매물 감소율은 65.4%에 달해 송파구(25.7%)나 강남구(17.9%)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실제로 성북구 길음동부센트레빌(1377가구)처럼 규모가 큰 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 상승세도 외곽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지자체별 전셋값 변동률은 관악구(0.32%)를 비롯해 도봉구(0.31%), 구로구(0.27%), 성북구(0.22%) 등이 서울 평균치(0.13%)를 크게 웃돌며 전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전세 벼랑’에 몰린 신혼부부·사회 초년생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전형적인 ‘규제의 역설’로 진단한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각종 규제가 오히려 전셋값 공급 통로를 막아버리는 병목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갱신 계약 위주로 재편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신규 임차인들이다.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들은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의 대안인 월세 매물마저 올해 초 대비 27%가량 줄어들었다.

전세 매물은 앞으로도 감소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임대인들이 실거주를 선택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고, 높아진 세금 부담을 월세 형식으로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 중심의 정책이 지속될 경우, 신규 전세 가격이 폭등하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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