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TACO’…증시 반등에도 시장 '반신반의'
이란 즉각 부인…장중 상승폭 축소되며 변동성 확대
전문가들 “에너지 충격 장기화…반등 지속성은 의문”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카드’ 한마디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반전했다. 유가는 하루 만에 10% 넘게 급락했고, 뉴욕 증시는 1% 이상 상승하며 강한 안도 랠리를 연출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반등에 올라타면서도 이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반신반의’의 흐름이다. 트럼프 특유의 이른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패턴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기대가 반등을 이끌었지만, 정책 신뢰와 전쟁 리스크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장 초반 강하게 치고 올랐다. 다우지수는 장중 2% 넘게 급등했고, S&P500과 나스닥도 동반 상승 흐름을 탔다. 그간 전쟁 장기화 우려로 급락했던 위험자산 전반에서 ‘리스크온’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약 10% 급락한 점이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부담 완화 기대를 자극했고, 항공·크루즈 등 경기민감 업종이 강하게 반등했다. S&P500 전 업종이 일제히 상승하는 ‘전면 랠리’도 연출됐다. 채권시장에서는 단기금리가 하락하며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졌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급등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란 의회와 국영 매체가 “미국과 협상은 없었다”며 트럼프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시장은 다시 흔들렸다. 주요 지수는 장중 고점 대비 상승폭을 빠르게 줄였고, 시장은 다시 방향성을 잃은 채 흔들렸다.
마크 해켓 네이션와이드 투자전략 책임자는 “장 초반 급등 이후 상승폭이 꺾인 것은 투자자들이 해당 발언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라며 “이번 반등은 새로운 낙관론이라기보다 과도한 매도 이후 나타난 기술적 되돌림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브라운 페퍼스톤 수석 전략가도 “트럼프가 긴장 완화를 위한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금융시장의 명확한 전환점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낙관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타코 트레이드’가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니엘라 해서른 캐피털닷컴 시장 분석가는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강경 발언 뒤 완화 신호가 나오면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패턴을 학습했다”며 “이번 반등 역시 그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는 에너지 공급 충격이라는 실물 리스크가 결합된 만큼 단순한 반복으로 보기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충격은 단순한 지정학 이벤트를 넘어 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다. 원유와 LNG 생산시설, 정제 인프라가 훼손된 만큼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 JP모건 수석 전략가는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시장 신뢰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며 “단기 반등과 별개로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가계 소비에서 에너지 지출 비중이 약 2% 수준에 불과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더라도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은 여전하다. 전쟁과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도 금 가격이 하락하는 등 자산 간 역할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지고 있다. 매뉴라이프 존핸콕 인베스트먼트의 공동 최고 투자전략가 매트 미스킨은 “지금 시장은 매우 유동적이며, 뉴스 한 줄에 방향이 바뀌는 전형적인 국면”이라며 “확신을 갖고 베팅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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