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검찰개혁 갈등, 왜 커졌고 뭘 노리나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검찰청을 대신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을 두고 당정 간에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공소청·중수청 설치법을 입법 예고하자 민주당 일각에서 ‘이름만 바뀐 제2의 검찰청’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이들은 중수청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가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 외환 등 국가보호·사이버 범죄)에서 9대 범죄(공직자·선거·대형참사 범죄 추가)로 확대되었고, 중수청 조직이 전문수사관과 수사사법관으로 이원화되었다고 지적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이라는 수직 관계로 이뤄진 현재 검찰 구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규정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후 정부는 토론과 공청회를 거쳐 2월24일 2차 수정안을 내놓았다. 직접 수사 대상 범죄를 6개로 줄이고 중수청 조직을 단일직급 체계로 일원화했다. 당의 비판을 반영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공소청 수장 직함을 ‘검찰총장’으로 하고, 검찰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지휘 권한을 유지하는 것 등에 대해 또다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강경파 의원들은 특사경 역시 ‘경찰’이라며 특사경 지휘 권한을 유지할 경우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반한다고 본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내홍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연이어 글을 올렸다. “나의 의견만이 진리이자 정의이고, 너의 의견은 불의이고 거짓이라는 태도는 극한적 대립과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3월7일).”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3월9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3월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수정 의견도 대폭 반영해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여 만든 법안이다. 그럼에도 내 뜻과 다르다고 하여 일부 조항을 확대 해석하고 오해하여 반개혁으로 몰아가는 일각의 문제 제기는 정상적인 숙의, 국민 통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썼다.
3월10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장인수 전 MBC 기자의 발언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고위 검사 다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의 내용은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달라’였다. 검찰은 이 메시지를 두고 ‘이재명 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정부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검찰 측에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장인수 기자는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진행자 김어준씨는 “큰 취재를 했다”라고 호응했다.
해당 유튜브 방송 이후 파장이 커졌다. 민주당 안에서도 “노골적인 정치 선동(한준호 의원)” “이루 말할 수 없는 잔인하고 뻔뻔한 얘기(이언주 의원)”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한정애 의원)” 등 격한 반발이 이어졌다. 공소 취소 거래설 속 ‘정부 고위 관계자’로 지목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3월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되어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저는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하여 말한 사실이 없고, 보완수사권과 연관 지어 메시지나 문자를 전달한 사실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시사IN〉에 “(공소 취소 거래설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작년에 본인과 관련한 민주당의 재판중지법을 중단시켰다. 그런 대통령이 공소 취소를 노리고 검찰개혁을 완화해주려 했다는 주장은 아주 모욕적인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3월12일 민주당은 의혹을 제기한 장인수 기자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설익은 음모론에 불이 붙은 건 정부의 검찰개혁안이 문제투성이이기 때문일까? 그렇게만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서 제기된 공소 취소 거래설이 말이 되려면 정부가 2월24일 내놓은 2차 입법 예고안이 이전보다 후퇴된 안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법안은 여당이 지적한 문제를 거의 수용해서 수정한 뒤 당론으로 처리하기로 약속한 안이다. 절차적으로는 이견이 없어진 거고 끝나는 게 맞다. 그런데도 법사위 강경파는 계속 부족하다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앞선 전 청와대 관계자 역시 “검찰개혁 강경파 의원들이 지적하는 보완수사권 폐지 등의 문제는 소송 절차에 관한 것이기에 이번에 논의되는 공소청·중수청 설치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 쟁점은 6월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논의하기로 청와대와 당이 진작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금 강경파 의원들이 그 합의를 무시하고 논쟁을 붙이고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당내 반발을 설득하려는 듯한 말 또한 덧붙였다. “정치 검찰이 부활하면 어떡하나 하는 검찰개혁 강경파들의 우려는 이해한다.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반발하는지 모르겠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서 기소조차 할 수 없게 되면 안 되지 않나. 정치검찰은 뿌리뽑되, 사법체계상 경찰과 검찰을 서로 견제하게 하는 게 온당한 사법체계라고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 말을 믿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을 바꿔도 늦지 않는다.”
검찰개혁 이견 뒤 당내 주도권 경쟁
이재명 대통령은 3월16일 “검찰개혁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기우”라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튿날 검찰개혁에 관한 당·정·청 협의안이 나오며 검찰개혁을 둘러싼 내홍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다. 정청래 당대표는 “국민께서 많이 우려하고 걱정하셨던 독소조항들을 삭제하고 수정하고 고쳤다. 일각에서 틈새를 벌리려 하나 당·정·청은 빈틈 없는 찰떡 공조로 검찰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라고 밝혔다. 협의안을 살펴보면 공소청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권 등이 삭제되었다. 공소청장의 명칭을 ‘검찰총장’으로 하고 검찰청 소속 검사가 공소청 검사직으로 승계 유지된 것 외에는 검찰개혁 강경파의 주장과 법사위 수정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는 평이다.
“최상의 모델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최악의 모델은 피한 법안이라고 보면 된다.” 3월18일 국회 법사위 간사이자 검찰개혁 강경파로 불리는 김용민 의원이 기자들에게 당·정·청 협의안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안에서) 검사의 우회적인 수사권 확보 가능성, 경찰이나 수사기관에 대한 과도한 통제, 과도한 수사 지휘 가능성이 끊임없이 문제가 되었기에 이걸 수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직접수사권이다. 보완 수사가 필요한 상황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해결하면 된다”라며 6월에 있을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서 보완수사권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검찰개혁 강경파’가 아니라 ‘수정파’다. 제발 강경파라고 쓰지 말아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표면적으로 이번 갈등은 법안 조항을 둘러싼 의견 충돌이다. 그러나 그 실체가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주도권 경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천권을 가지는 당대표를 선출한다. 당대표로 선출된 이는 대권주자까지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닌다. 만약 6·3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라는 맥락이 없었다면 검찰개혁 문제가 이렇게까지 크게 불거졌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쟁에서 촉발된 당내 갈등이 이번 검찰개혁안을 계기로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 싸움은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한 김어준씨, 유시민 전 장관 등의 기존 민주당 지지 세력과 이재명 대통령의 신흥 지지층으로 불리는 이른바 ‘뉴이재명’ 간의 권력투쟁으로 묘사되고 있다.
당·정·청 협의를 바탕으로 3월20일과 21일 연이어 공소청 설치법과 중수청 설치법이 각각 통과하면서 당장의 충돌은 봉합됐지만, 핵심 불씨는 남았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둘러싼 논쟁은 정부조직법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개정 국면에서 다시 터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이 논쟁이 재점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8월 전당대회와 엮여 지금보다 더 큰 당권 투쟁이 번질 수 있다.
권은혜 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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