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문 닫는 순간 외부와 단절’⋯ 챗GPT 품은 르노코리아 ‘필랑트’, 승차감 끝판왕 등극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복잡한 서울 도심, 경적이 난무하는 정체 구간 한복판에 진입하더라도 차량 내부는 완벽한 평온함을 유지했다. 묵직한 도어가 닫히는 순간 외부 소음은 마법처럼 철저히 차단됐고, 챗GPT 기반의 인공지능(AI)이 탑재된 파노라마 스크린에 의해 시야는 최첨단 ‘디지털 세계’로 모였다. 요철이 많은 시내 구간에선 소문처럼 ‘승차감 끝판왕’의 진면목을 드러내기도 했다. 르노코리아의 글로벌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의 시승 느낌을 요약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분은 압도적인 정숙성과 승차감이다. 중형 SUV급인 필랑트는 전 트림에 기본 탑재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과 아이코닉 트림 이상부터 적용된 이중접합 차음 유리 덕분에 외부 소음과 풍절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넉넉한 힘도 승차감을 좋게 만든다.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비례해 속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1.5리터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듀얼 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E-테크(Tech) 파워트레인은 제원상 250마력의 출력을 내는데, 체감상 느끼는 최대출력은 더 세다.

특히 1.64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도심 주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운행이 가능하다. 순수 전기차의 부드러운 가속력을 도심 구간에서 최대한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엔진 개입 시의 이질감도 3단 멀티모드 오토 기어박스를 통해 매끄럽게 억제된다. 여기에 노면의 진동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감쇠력을 조절하는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가 결합되면서 고속도로는 물론 와인딩 구간에서도 거동이 안정적이다. 보스 오디오에서 나오는 감미로운 음악까지 더해지면 지루할 틈이 없다. 탑승자를 감싸는 구조로 설계된 헤드레스트 일체형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는 장시간 앉아 있어도 불편을 느낄 수 없다. 역시 승차감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감성 품질’ 측면에선 손끝에 닿는 부분들의 소재가 매우 좋았던 게 인상적이다. 동급 최고 수준인 320㎜의 2열 무릎 공간과 1.1m² 면적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뒷좌석 탑승객에게 탁 트인 개방감과 쾌적함을 동시에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차별화된 첨단 커넥티비티와 AI 시스템은 필랑트의 가치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란 생각이 든다. 동승석까지 이어진 3개의 12.3인치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이 백미다. 5년 무제한 5G 데이터가 지원되고, 동승석 스크린은 독립적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청이나 웹 브라우저 서핑이 가능하도록 분리돼 탑승객 전원에게 극한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인 AI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는 필랑트를 한결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는데, 공조장치 제어나 목적지 설정 등 기계적인 명령어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 형식으로 조작할 수 있었던 게 매력이다. 차량 조작에 대한 궁금증도 챗GPT 기반의 지능형 차량 매뉴얼 기능인 ‘팁스’에게 물어보면 ‘한방’에 해결된다.

이젠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동급에서 가장 좋은 상품성은 당연하고, 그 이상을 필랑트가 할지 여부다. 필랑트의 활약은 올해 자동차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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