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건설 사태’ 빙산의 일각…지방·중소 건설사, 사각지대 내몰려
하도급 분쟁 2년새 34%↑·조정성립률은 30%대로 뚝
종합대책 소급 불가…기발생 피해 구제 창구 전무
[대한경제=최지희 기자]파인건설 사태는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으로 번진 하도급 대금 미지급 위기의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분담ㆍ융통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가 적은 지방 건설사들의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파인건설만 해도 한때 시공능력평가액3000억원을 넘는 지역 굴지의 건설사였지만, 핵심 현장에서 발생한 ‘자재 쇼크’를 이겨내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다.
이 같은 피해 확산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493건이었던 건설하도급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23년 611건, 2024년 660건으로 2년 만에 34% 급증했다. 작년에는 전체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17% 늘어난 4726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추세를 감안하면 건설하도급 조정 신청은 1000건을 넘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경기 침체는 하도급대금 미지급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다고 지적한다.
파인건설도 시행사(발주자)로부터 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을 보전받지 못한 게 유동성 위기의 출발점이었다. 담보 제공을 할 수 있는 발주자는 정작 제도적 책임에서 비켜선 채, 원도급사만을 책임자로 규정하는 현행 하도급법 체계로는 미지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구제 지원책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작년 11월 발표된 공정위의 ‘하도급대금 지급안정성 강화 종합대책’은 이후 체결되는 신규 계약에만 적용된다. 2021~2022년 자재 쇼크 당시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묶여 추가 비용 청구조차 못한 수급사업자, 원도급사로부터 이미 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사들을 구제할 현행 제도적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정책금융 지원 확대, 원자재 급등 시 자동 대금 조정 조항 의무화, 하도급 피해 특별 조정기금 신설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어느 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다.
한 전문건설사 대표는 “발주자가 공사비를 안 주는데 원도급사더러 하도급대금을 내놓으라고 제재만 강화하는 건 순서가 틀린 것”이라며 “특히 민간공사에서 시행사의 공사비 지급 책임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소급 적용은 아니더라도 이미 피해를 입은 업체를 위한 구제책을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지금의 연쇄 부실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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